타게스샤우(Tagesschau)는 독일의 공영방송 ARD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이다. 탸게스샤우는 올해부터 ‘더 쉬운 말로 하는 타게스샤우’(Tagesschau in Einfacher Sprache)라는 방송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타게스샤우의 웹사이트에 가면 ‘더 쉬운 말로 하는 타게스샤우’를 소개하는 글이 있다. 소개하는글도 하단에 더 쉬운 말로 다시 쓰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학습을 어려워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독일어를 많이 말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듣기를 잘 못합니다. 이 새로운 방송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더 쉬운 말로 하는 타게스샤우’는 1-2일 간격으로 1개 정도의 영상이 올라온다. 분량은 7분 정도 다. 뉴스 개수는 3~4꼭지 정도다. 제목은 짧다. “최저임금: 더 많은 돈에 대한 논의”, “아시아의 태풍”, “패럴림픽: 대단한 폐막식”. 내용도 짧다. 짧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단어의 뜻까지 설명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보도는 ‘기후’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오랜 기간 동안 날씨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가리켜 사람들은 ‘기후’라고 합니다” 시청자의 어휘력과 청해력이 A2에서 B1 레벨 수준이라고, 기초적인…
살면서 크게 성공한 한 번의 경험은 매 순간 선택의 기준이 된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전쟁배상금으로 2억냥을 받아냈다. 이는 당시 일본의 4년치 세입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그때까지 열강의 반열에 끼이지 못했던 일본은 청일전쟁 승리를 기화로 동아시아의 패권국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팽창주의가 엄청난 이익을 가져온다는 깨달음까지 얻었다. 열세로 평가받던 청일전쟁을 이기고 막대한 전리품을 챙기자 일본에서는 “이게 되네?”라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이 자신감이 훗날 러일전쟁을 거쳐 진주만 공습까지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었음은 당연지사다. 돌이켜보면 일본의 ‘욱일승천’은 늘 한반도를 지렛대로 이루어졌다. 폐허만 남았던 패전국 일본을 다시 경제강국으로 끌어올린 것은 한국전쟁이었다. 미국의 병참기지가 되자 1950년부터 53년까지 군수품이 전체 수출의 60%를 점하면서 경제성장률이 10%를 넘어섰다. 전쟁특수라는 초호황으로 일본이 부흥하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를두고 일본 정치인들은 "정말 운 좋게도 한국전쟁이 일어났다(아소 다로)", "한국전쟁은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당시 일본총리 요시다 시게루)"이라 입을 모았으니 지금의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숨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면 귀향길 차들이 도로를 채운다. 차 막힘으로 몇 시간을 시달리면서도 꼭 고향으로 간다. 고향 가서 부모님과 가족 형제들이 만난다. 보름달 같은 한가위 되세요.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디지털 기술을 빌어 아름다운 엽서도 오간다. 전통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인사 하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아직 추석 연휴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귀향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다. 추석은 달을 숭배한 조상이 만들어낸 민속 명절이다. 그래서 추석에는 귀향하는 관습이 있다. 추석에는 조상 묘를 찾는다. 혹은 먼저 떠난 사람 무덤을 찾는다. 무덤을 덮고 있는 풀을 깍고 주변을 정리한다. 무덤을 찾으려 추석이 있는지, 가을을 즐기려 추석이 있는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 추석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에 예의를 차린다. 제일 좋은 것으로 정성들여 제상을 차린다. 살인적인 추석 물가도 제상에 올릴 음식은 예외이다. 혹은 성경 구절을 읽는다. 전통과 근대가 어울려 충돌하지 않고 적당한 논리로 추석을 즐긴다. 엎드려 절을 하면 전통이고 머리만 숙이면 근대가 만들어낸 문화이다. 추석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날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사회서비스이용권법)'은 사회서비스 이용권 관리에 필요한 기본사항을 정하고 서비스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올바른 이용권 사용과 제공인력 및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하위법령을 두고 있다. ‘사회서비스’란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개인 또는 사회 전체의 복지 증진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회복지서비스, 보건의료서비스 및 이에 준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4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성과대회를 개최하여 우수사례를 공유·확산했다. 우수사례들을 살펴보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사회복지시설 유형(의료급여관리, 아동학대 대응, 여성지원, 정신요양 등)에 따른 맞춤형 심리지원 프로그램 운영과 사회복지종사자 처우 개선 연구를 통해 세부 지원방안을 마련하였다. 또한, 산불 등 재난 상황에서 돌봄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기관 등과 재난대응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재난 발생 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조직 구성과 매뉴얼을 개발하여 재난 사례관리를 체계화하였다. 혼자 거동하기 어렵거나 독립적 일상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는 바로 ‘협상’이다. 협상을 통해서만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를 위해서는 타인의 양보를 받아내고 자신도 양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효율적인 제도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를 만들어낸다.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과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어, 합의에 다다르면 협의 당사자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협상에는 일단 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충실한 행동인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작금의 의정 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주무 부서 장·차관의 대응 능력도 문제지만, 불과 두 주 전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논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가, 이번에는 원점 재논의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입장을 180도 선회한 대통령실도 문제다. 그럼에도 어쨌든, 대통령실이 뒤로 물러섰으니, 협상의 상대방인 의사들도 한발 양보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 첫발은, ‘여야의정’ 협의 기구에…
한국사회에 살면서 분단국가의 일원임을 체감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본인이나 가족이 군에 입대하거나, 중남미 국가를 여행 중에 “Corea del Sur o Corea del Norte?” 라는 질문을 받는 정도가 아닐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북한이 내려보낸 오물풍선이 서울, 경기지역에서 멀리는 경남 거창의 하늘까지 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학생으로부터 학교 인근 보건소에서 대남 오물풍선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북한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북한이라는 실체가 아주 가까이에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뉴스로 소식을 접하던 필자도 스스로가 감정적이고 불확실한 주체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한반도 상공을 유유히 떠도는 괴기스러운(grotesque) 풍선의 자태들은 신체적 매스꺼움과 같은 몸의 상태 변화를 유발하면서 기존의 남북관계에 대해 품고 있던 열정에의 부정적 감응(感應)을 이끌어냈다. 스피노자가 이야기한 몸과 정신적 차원에서 정동(affect)의 변화가 일었던 셈이다. AI 첨단기술이 우리 삶의 질서를 전환하는 21세기에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열일곱 차례 오물풍선을 내려보냈다. 수도
텔레그램의 피해가 일파만파다. 카카오톡이 개인정보 유출로 소란스러울 때 많은 사람은 텔레그램이 안전하다며 갈아탔다. 같은 이유 때문일까? 텔레그램은 전 세계 10억 명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기만이라도 하듯 지금 가장 위험한 메신저로 주목받고 있다. 딥페이크 성 착취물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되기 때문이다. 사실 텔레그램은 태생부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이 앱은 권위주의 국가가 주요 시장으로 이란, 러시아, 우크라이나 및 구소련 국가들에서 큰 영향력을 떨쳤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주요 정보는 이 앱을 통해 퍼져 나갔다. 따라서 일부 분석가는 텔레그램을 ‘가상의 전쟁터’라 불렀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최근에는 또 다른 전쟁터가 되고 있다.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한 딥페이크의 온상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CEO 파벨 두로프(Pavel Durov)는 지난달 24일 프랑스 부르제 공항에서 체포됐다. 사기, 마약 밀매, 조직범죄, 돈세탁, 테러 조장, 아동 성범죄 등을 텔레그램에서 방치한 혐의다. 그동안 인터뷰를 꺼리고 베일에 가려 지내던 두로프는 갑자기 세상에 전면 노출됐다. 두
“인간사회에서 슬픔의 종류는 허다하나, 나라를 강탈당한 망국노(亡國奴)의 치욕, 그 이상 가는 슬픔은 없을 것이며, 기쁨의 종류도 허다하나 잃었던 자유를 되찾은 기쁨이야말로 최고의 환희일 것이다.” 훗날 광복회장을 역임한 독립투사 故이강훈 선생(1903~2003)의 저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사》의 첫 문장이다. 우리 조상들은 1910년 8월 29일 그날을 왜 망국의 상실감으로 인한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지독한 분노를 담아서 규정하지 않고, ‘국치(國恥)’라고 여기고 그렇게 말했을까. 그 후 100년도 더 지난 오늘도 우리는 그날을 ‘부끄러움’으로 상기하며, 그날의 조상들처럼 치를 떤다. 힘 없고 가난했지만, 누구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앉아서 밥을 먹던 사람들이, 아무 때든, 어디서고 편하게 누워서 쉬고 또 일하던 사람들이, 필요한 걸 찾아서 궁핍과 남루를 그럭저럭 감당하며 살던 사람들이, 이젠 그 어떤 일도 맘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처량한 신분은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들이었다. 그 통한(痛恨)의 시간에, 그 가엾은 족속의 눈에는 빈 쌀독과 대여섯씩이나 되는 처자식의 입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우리 식구들이 머지않아 굶어죽겠구나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은 인공지능의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영상과 음성을 조작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fake)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2017년 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의 이용자가 유명인의 얼굴을 성적인 영상에 합성한 사건으로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정치적 인물의 조작 영상 등이 등장하며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여성에 대한 성적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딥페이크 기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Simulacrum) 개념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현실과 복제물의 경계가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복제물은 원본을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것이지만, 시뮬라크르는 원본이 무엇인지조차 흐릿하게 만들며 복제물이 독립된 의미를 갖게 되는 현상을 나타낸다. 쉽게 말해, 복제물이 원본을 대신하거나 아예 대체해 버리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광고 속 완벽한 이미지들은 실제 사람보다 더 아름답고 이상화된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이런 이미지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그
한때 나는 전원주택단지에 몇 년간 산 적이 있다. 단지 안에는 아주 작은 가게가 하나 있을 뿐, 식당이나 마켓이나 문화시설을 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했지만 주변이 모두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차할 공간이 넉넉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공원마다 운동기구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끊임없이 내 공간을 침입하는 벌레들 때문에 방심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벌레를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레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 특히 집을 비운 사이에 내 영역을 활보하거나 점유하고 있었던 벌레들이 인기척에 놀라 쏜살같이 도망가거나 딱 버티고 있을 때에는 머릿속이 뒤엉키고 몸이 얼어붙는다. 그때에는 휴지로 벌레를 눌러 잡는 사람, 책이나 그릇 같은 것으로 살짝 눌러 놓는 사람, 그냥 못 본 체 뒷걸음질치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소파 밑으로 숨어들어간 벌레는 내가 이렇게 망설이는 동안 안보이는 곳으로 줄행랑을 친다. 몸을 숨긴 후 어디로 매복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나는 소파에 앉는 것을 두려워한다. 벌레들의 전략은 일단 삼십육계, 그들은 진정성 없이 물러서서 일단 나를 안심시킨다. 저리 작은 체구로 지능적인 술수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