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생활 20여년 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직장과 가족을 먼저 챙기느라 나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없던 나에게 중국연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너무 기쁘고 ‘정말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뒤로 하고 6월17일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중국 랴오닝성의 심양 공항에 도착하니 랴오닝성 정치경제학원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비로소 중국에 왔다는 실감이 났고, 환영해 주는 그들의 모습 또한 인상 깊었다. ‘당교’라고 불리는 교육원에 도착한 후 기숙사에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갔다.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향채’를 거의 넣지 않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랴오닝성과 경기도가 10년 넘게 교류하며 연수생들을 위해 하나하나 배려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교식과 함께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첫 일정은 백두산 방문이었다. 6월18일 아침 일찍 백두산을 향해 출발, 장장 9시간의 긴 여행을 했다. 한반도를 통해서가 아닌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는 현실, 이름도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이라 부르는 곳을 오르며 분단의 아픔을 실감했다. 중국어 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중국어 수업
최근 학교폭력에 시달려 온 한 고교생이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부모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학생은 1년 이상 만성적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렸고, 그 과정에서 ‘자살 고(高)위험군’ 판정을 받았고, 자기 주변을 정리하며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죽고 싶다’는 등의 메시지를 남겼는데도 주변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학교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10명 중 2명이 학교폭력을 경험했으며,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등교거부와 자살충동 등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시기가 더 앞당겨져 몇 년 내로 학교폭력의 중심축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포함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아이들에겐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또한 부모, 교사, 친구 등의 이야기에 쉽게 분노하고 얼굴을 붉히거나 슬픔에 잠긴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툴툴 털어놓게 하고 같이 고민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성인범죄가 늘면 청소년범죄도 늘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보고 자란 것이 폭력과 범죄이고
“위층은 아이들이 허구한 날, 쿵쿵 뛰어노는데 부모들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는지 밤마다 강아지가 짖어댄다.” “밤늦은 시간에 세탁기를 돌리거나 운동기구 등을 사용해 소음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 이 글들은 필자가 근무하는 파출소 관내에서 접수되는 아파트 층간소음 신고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절반이 공동주택(아파트)인 현실에서 공동주택(아파트)은 단독주택과 달리 각 세대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각각 독립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각 세대에서 소음이 발생되면 이웃에 영향을 미쳐 생활의 불편과 스트레스는 물론 이웃 간의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위층의 쿵쿵거리는 소리나 의자, 식탁을 끄는 소리 등은 저주파음으로 스트레스의 주요한 원인이 되어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층간소음을 당하는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고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층간소음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처리하곤 한다. 첫째, 신고자에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하여 안내 방송을 요청
여느 때보다 긴 장마와 밤낮 없는 찜통더위로 전 국민이 무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찜통더위로 남녀노소랄 것 없이 옷차림은 가벼워졌고, 특히 핫팬츠 또는 미니스커트에 속옷이 비치는 의상의 젊은 여성들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력수급 비상으로 각 가정에서는 문과 창문 등을 모두 열어놓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상적인 노출의상과 소홀한 문단속이 성범죄자들에게는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요즘 들어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하여 음란한 영상을 접하고 자란 청소년 및 청년층이 매체를 통해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노출이 심한 여성을 표적으로 공용화장실 및 고시원 등 공용 샤워장에서 스마트폰을 이용 몰래카메라를 찍는가 하면 카메라렌즈를 특수하게 변형하여 여성을 따라가 속옷을 찍는 등의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집안에서 창문 및 문 등을 열어 둔 채, 속옷만 착용하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길을 지나가는 행인이 몰래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는 신고가 자주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성폭력범죄 건수는 어떨까? 1997년…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파출소 근무를 시작한 지 어느새 반년이 흘렀다. 같은 제복을 입었지만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다 보니 초임시절의 파출소 근무 때와는 시스템이 많이 새로워지고 발전하였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은 밤샘근무의 큰 적 주취자, 말도 안 되는 사안을 가지고 경찰관을 애먹이는 억지민원인, 어쩔 수 없이 처벌해야 하는 생계형 범죄자들은 대민접점 부서 경찰의 애로사항들이다. 이렇듯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도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는 가평 읍내파출소의 내 팀원들이다. 주취자를 나의 가족인 양 정성을 다하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안전하게 귀가시키려는 황모 경사, 해박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언변으로 억지민원인으로 왔다 고맙다며 인사하고 돌아가게 하는 능력을 지닌 조모 경위, 신임순경의 열정으로 비번을 반납하고 관내 범죄를 해결하려하는 열혈 한모 순경, 이를 총괄조정하며 지휘하는 팀장님, 소장님, 그리고 나, 비록 작은 조직이며 몇 명 안 되는 인원이지만 이러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 몇 시간 전 순찰근무 중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가로등도 없는 관내 전철역 주차장 주변에 외지번호판의 나홀로 오토바이가…
실학자 이덕무는 저서 ‘이목구심서’에서 독서를 하며 네 가지의 유익한 점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먼저, 조금 배고플 때 책을 읽으면 소리가 두 배로 낭랑해져서 책속에 담긴 이치와 취지를 잘 맛보게 되니 배고픔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둘째, 조금 추울 때에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소리를 따라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와 편안해져 추위를 잊을 수 있게 된다. 셋째, 근심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은 글자와 함께 하나가 되고 마음은 이치와 더불어 모이게 되니 천만 가지 생각이 일시에 사라져 버린다. 넷째, 기침이 심할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통하여 막히는 것이 없게 되니 기침 소리가 순식간에 그쳐버린다. 그렇다. 독서는 배고픔도, 추위도, 근심걱정도, 기침도 없게 해주는 명약이다. 이 명약은 경험해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가 없다. 선현들이 말한 독서의 마력(魔力)이다.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잘 만들었다는 교과서는 교육목표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매개체에 불과하다. 독서는 교과서의 약점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여기저기에서 대학입학을 위한 논술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글이란 무엇인가? 머리에 들어있는 지식이
1950년 10월 2일 김일성은 스탈린과 마오쩌둥에게 구원을 호소하는 전문을 보내고 박일우를 직접 베이징에 파견하여 중국의 참전을 요청했다. 당시 중국공산당의 간부들은 대부분 신정부 출범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옆집에 불이 났으니, 그 불이 옮겨 붙기 전에 나가 싸워야 한다”며 참전을 강행했다. 중국은 240만 명이 참전하면서 엄청난 전쟁 물자를 지원해야 했고, 자신의 장남 마오안잉을 비롯한 40만 명 이상이 전사했다. 전쟁지원은 이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더 큰 손실은 미국을 적으로 해서 싸운 전쟁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전후 중국을 철저히 봉쇄했고, 중국은 ‘죽(竹)의 장막’을 치고 한동안 세계로부터 격리되어야 했다. 오진용 교수가 ‘김일성시대의 중소와 남북한’에서 표현한 대로 2차 대전 이후 세계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에 중국만이 가난한 아웃사이더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북한은 주체사상의 실현을 위해 중국군의 참전을 은폐해야 했다. 평양의 ‘조선전쟁기념관’에는 김일성이 손을 들어…
‘인천은 범죄로부터 가장 위험한 도시이다.’ 얼마 전 국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경찰에서도 매년 2회에 걸쳐 ‘체감안전도’라는 것을 국민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 나타나는 수치도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중 인천청이 15위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인천시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이라는 도시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강력사건 통계이다. 작년과 올 상반기를 비교해보면 살인은 50%, 강도는 40%, 강간은 15.1%가 감소했다. 수치가 말해주듯이 인천은 작년보다 안전한 도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민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바로 경찰에 문제가 있었다. ‘범죄발생은 최저, 범인검거는 최고’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인천경찰이지만 이를 시민은 모르고 있던 것이다. 경찰만 알고 있고 시민은 모르고 있으면 경찰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인천경찰은 올해 초부터 ‘YES인천경찰’이라는 타이틀 아래 한몸이 되어 움
반도체 생산량 세계 1위, 선박 건조율 세계 1위,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 세계 1위 등 수많은 분야에서 당당히 1위를 마크하는 국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하지만 기초질서 준수율은 어떠한가. 기초질서란 사람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생활 질서들을 말하며 고성방가, 음주소란, 오물투기 등 경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기초질서를 지키는 일이다.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바로 우리 이웃들에게 피해를 준다. 갈등의 씨앗이 되는 셈이다. 실례로 얼마 전 휴가철 해운대에서 배출하는 하루 쓰레기가 ‘아파트 2천 세대 분’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나 하나쯤이야 하는 행동이 이 같은 결과를 촉발하는 것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게 되면 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는 범죄심리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켈링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무질서가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 깨진 유리창이 바로 나의 질서 의식은 아닐까?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무단횡단하는 부모의 행태, 아무런 의식 없이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는 행동 등은 우리들이 하루속히 버려야 할 못난 자화상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 최우선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이 ‘국민의 행복과 안전’이며 이에 발맞추어 ‘성폭력’, ‘학교폭력’, ‘부정식품’, ‘가정폭력’을 4대악으로 선정하여 경찰은 4대악 척결을 위하여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4대악 범죄 중 하나인 가정폭력은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가구 중 1가구(54.8%)가 겪고 있다고 대답할 만큼 큰 사회적인 범죄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어 4대악 중 가장 심각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이중 남편이 부인을 폭행하는 경우가 82%로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가정폭력은 엄연한 폭행죄에 해당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사소한 부부간의 문제’, ‘집안일’로 인식을 하고 있으며 피해 여성들은 ‘집안의 문제를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다’, ‘이혼 등으로 자녀에게 불이익이 생긴다’고 두렵게 생각하고 ‘나만 참으면 된다’는 식의 속앓이를 하며 외부로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