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역사전쟁 중이다. 주변 나라와의 전쟁이 아니다. 영화 ‘건국전쟁’으로부터 촉발된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주장,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국적이 일본이었다고 하는 궤변(詭辯), 모두 뉴라이트의 주장이다. 그 주장들은 다음과 같이 잘못된 것이다. 1949년 10월 국회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3월 1일을 3.1절, 7월 17일을 제헌절, 8월 15일을 광복절, 10월 3일을 개천절 등으로 정하였다. 당초 이승만 정부는 7월 17일을 ‘헌법공포기념일’로, 8월 15일를 ‘독립기념일’로 제안하였는데 국회가 각각 제헌절과 광복절로 수정하여 의결한 것이다. 잘 된 일이다. 개천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건국기원절’로 경축하던 것을 명칭변경하여 의결한 것이므로 건국절의 뜻을 담고 있다. 이 나라의 반만년 역사를 축소하여 1948년 8월 15일에 건국한 신생국으로 만들려는 것은 누구를 위한 발상인가? 8.15는 영토를 되찾은 날이지 독립을 선포한 날이 아니다. 독립선포는 이전으로 소급한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1987년)은 헌법전문에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 위에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라
중장년층이 장기간 재취업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창업으로 노선을 튼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인생 제2막을 이렇게 시작한 이들 중에는 다행히 과거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흔하다. 회사 눈치 안 보고 모든 일을 소신껏 할 수 있는 창업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안정적인 월수입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중 주말할 것 없이 일해야 할 때가 많다. 일이 곧 삶이며 삶이 곧 일이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웃픈’ 말도 있지 않은가. 중장년층이 자영업을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이’ 때문에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취업할 곳이 거의 없다보니 일할 곳을 스스로 마련할 수밖에 없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로 섣불리 창업을 했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오랜기간 경력이 단절됐다가 재취업에 실패하거나, 동종업계 이직에 실패해 비자발적 백수가 된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창업 후 고생만 하다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필자는 요즘 SNS 플랫폼 ‘스레드’를 즐겨본다. 스레드에는 재취업과 창업 사이를 고민하거나 창업 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근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가령, 경력단절없이 재취업을 시도하는 중인데…
학문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어떻게 세상을 변모시키는가? 조선시대 퇴계 이황(李滉)과 남명 조식(曺植)은 영남 성리학을 대표하는 유학자였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1501년생)였고 퇴계는 경상좌도를 남명은 경상우도를 대표하는 유학자였다. 일생 동안 한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서로 상대방의 학문을 인정하고 인격을 존중하였다. 조선 중기의 학문(성리학)의 라이벌이었다. 남명이 53세(1553년) 때, 그의 학문을 인정한 퇴계는 전생서(典牲署) 주부(主簿)에 임명된 남명에게 벼슬을 하라고 권유하는 편지를 보낸다. 이에 남명은 자신이 벼슬을 할 만한 덕(德)이 없음을 들어 관직에 나갈 마음이 없음을 전한다. 남명이 단성현감에 임명을 받고 이를 사직하는 상소를 올린다. “왕대비(王大妃)인 문정왕후를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명종 전하께서는 다만 선왕의 외롭고 어린 고아(孤兒)이니, 천 가지 백 가지의 천재(天災)와 억만 갈래의 민심(民心)을 어떻게 감당해내며 무엇으로 수습하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이다. 명종께서 남명을 처벌하려고 했으나, 조정 신하들의 만류로 남명은 무사하였다. 그렇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올린 강직한 내용의 사직소(辭職疏)는 전국 유림의 마음을 통쾌하게…
몇 년 전 인상 깊게 봤던 동영상이 있다. 성인이 된 제자가 초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내용이었는데 꽤 감동적이었다. 어린 시절 제자는 집안 사정이 어려운 데다가 반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그나마 위안이 방과 후에 매일 담임 선생님과 루미큐브라는 게임을 하는 거였는데, 선생님과 같이 논다는 사실이 학생의 마음에 안정을 줬다고 했다. 제자는 지금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다. 별 거 아닌 놀이가 학생에게 위안을 준 것이다. 영상을 보면서 나도 학생과 함께 놀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아이들과 같이 논다는 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은데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몇 가지 장점 중에 가장 좋았던 점은 교사가 놀이에 참여하면서 교실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어졌다는 거다. 이것만으로도 함께 놀기를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혼자 앉아 있는 아이들이 한, 두 명씩 있다. 왜 함께 놀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좋다고 말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마음속으로는 어울리고 싶은데 친구들에게 거절 당할까봐 용기가 안 나서 가만히 있는 거다. 이런 아이들은 교사가 주도
푸른 행성인 지구의 기후는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 태양 주위의 공전 궤도, 태양 활동의 변화, 대기의 움직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을 인간의 활동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0 리빙플래닛’ 보고서 역시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을 인간의 활동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1970년부터 2016년 사이에 어류,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등 척추동물의 개체 수가 68%나 감소했다. 이는 세계자연기금(WWF)이 2년마다 지구의 건강과 인간 활동의 영향에 대해 수행하고 있는 과학적 분석인 ‘살아있는 지구’ 보고서에 실린 것이다. 현재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0세기 초에 비해 약 40% 더 높아졌다. 이러한 증가는 산업 시대가 시작되고 화석 연료가 대량으로 소비된 시기와 일치한다. 산업 부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9%를 차지한다. 제철부터 시멘트 생산, 식품 가공, 제지, 담배, 폐수 처리까지 모든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에너지 부문의 배출량은 약 10%를 차지한다. 산업과 건설에 소비되는 전기와 열의 생산은 온실가스의 큰 배출원이다. 농업 분야 역시 메탄과 아산화질소라는 두 가지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온 상승
언론 위기가 일상화된 현재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에 이은 제4부로서 이들 3권에 대한 감시 역할이 소홀하다는 비판은 표현과 강도만 달리할 뿐 언제나 들린다. 광고 등을 통한 경제 권력의 직간접적인 통제를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는 지적도 잦다. 시민이 필요한 뉴스보다는 언론이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뉴스가 더 많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언론 위기의 일상화는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한계를 보여준다. 공적 역할이 강조되는 언론사도 실은 하나의 기업이다. 기업은 영업행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지속 가능하다. 언론사 역시 일정한 수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수익 창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지위는 특별하다.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사익을 추구해야 한다. 대부분 자본주의 기업에서 공익 실현은 명목적으로 내세우는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언론사는 내외부에서 모두 공익 실현을 강조한다.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최종 목표는 공익 실현이다. 시민들은 언론사를 공적 기구로 보고 이들의 영업행위, 즉 뉴스 생산과 유통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언론사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윤리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언
환절기~!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가 커진다. 항온 동물인 우리 몸도 그에 맞춰 적응하기에 분주하다. 즉 우리 몸이 변화하는 기온에 맞춰 체온 조절에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되고 그런 만큼 다른 기능에 상대적으로 기운(에너지)을 적게 쓰게 된다. 그리하여 면역력이 저하되어 환절기에는 감기 등 여러 가지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몇 년 전 코로나-19(COVID-19) 펜데믹 시기에 바이러스 감염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 세계 사람들이 경험했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일반 독감 바이러스의 일종이 되어 많은 사람이 감염되더라도 치명률이 낮은 엔데믹 시기가 된 듯하다. 어찌 됐든 서양 의학에서 '독감'은 바이러스가 그 원인이라고 보지만 동양 의학에서는 “한기(寒氣, 찬 기운)”가 우리 몸에 침입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한기가 우리 몸의 어느 부위로 침입했는지에 따라 그 증상과 치유법이 다르다고 본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콧물감기는 한기가 심소장 쪽으로 침입한 경우이기에 심장과 소장에 힘을 주는 맛, 즉 “쓴맛”을 먹고 땀을 내주면 낫는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쓴맛은 커피다. 진한 커피를 따끈하게 우려내어 몇 잔
의정부 한 연립주택에 사는 A씨가 지난 18일 반려견과 함께 옥상을 산책하다 누군가가 뿌려놓은 압정을 밟았다며, J방송국에 이를 제보하여 24일 방송됐다. 1년 전부터 옥상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즐겨왔던 A씨는 관리소장으로부터 옥상 아래층에 사는 B씨가 밤일을 해서 아침에 자는데 개가 뛰는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양측 실랑이 끝에 A씨가 다시 반려견과 옥상에 갔다가 결국 압정에 찔리는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 방송 유튜브 댓글에서 네티즌들은 “그렇다고 압정을 깐 것은 선을 넘은 거다”, “누가 밟거나 넘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시끄러워 잠 못 잔다는데 굳이 옥상으로 산책을 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남의 집 천정에서 피해주지 말고 거리로 나가는 게 개한테도 좋다”며 견주 A씨를 탓하기도 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많아지고 이웃 간 교류가 거의 없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층간소음, 누수, 반려동물 문제, 생활악취 등으로 인한 이웃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 초 남양주시 한 아파트 주민은 아래층에 사는 사람과 누수문제로 갈등을 빚다 도배를 독촉하는 아래
자궁근종이 있으며 월경통이 심해서 한약을 먹고 조금이라도 덜했으면 해서 내원한 한 50대 환자는 한약을 한 달 정도 복용할 즈음해서 카카오톡으로 이렇게 시작되는 치료 후기를 보내어 왔다. “처음 생리 시작했을 때 이후로 처음으로 통증이 없는 경험을 했어요. 정말 너무 고통스러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원을 방문한 거였는데 이렇게 씻은 듯이 통증이 없어서 정말 놀랍고 감사드립니다.” 초경 때부터의 통증이었기에 대개는 치료 기간이 더 걸린다. 치료 속도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정말 많이 다르지만, 생각보다 빠르긴 하다. 일상이 너무 바빠서 두 달 후 한의원에서 만난 환자분이 말한다, “몇 년 전 자궁근종을 진단받아서 그것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했지만, 진통제를 계속 먹는 것도 답이 아닌 것 같아서 한약을 복용했는데 이렇게 안 아파서 정말 놀랐어요. 자궁근종 때문에 아픈 게 아니었구나. 잠도 좋아졌어요. 새벽 1~2시에 잠들었는데 요즘은 11시경에는 잠이 들어요. 생리 중에 평소에 많던 덩어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양은 조금 많아졌어요. 두 번째 달에는 조금 아파서 진통제 1알 먹으니 곧 괜찮아졌어요.” “그렇죠. 진통제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긴 하지만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 오데사(Odesa)의 우신스키 국립사범대학에는 한국어과가 있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박토냐(Tonya Park/한국명: 박성미)교수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그녀를 만났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등 매일 전투가 치열한 곳과는 달리, 러시아와 전쟁 중이지만 이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쉼 없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경보가 울리고, 미사일이 떨어지고, 포탄이 날아오는 때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학교에서 강의를 계속한다고 한다. 박토냐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차세대이다. 고려인 2세대 3세대들이 모국어라 할 수 있는 한국어를 잊어버렸음에도 그녀는 한국어와 한글을 잊지 않고 자랐다. 그뿐 아니라, 일찍이 서울대학교에 유학을 와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를 한국어과 교수로 데려간 곳이 우크라이나 오데사(Odesa)의 우신스키 국립사범대학이다. 필자가 2018년에 이 대학에서 열린 ‘유라시아 문화 포럼’에 참여하여 만나보았던 박토냐 교수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소명과 신실함으로 가득했다. 이번 서울 방문은 우신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