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기술, 커넥티드 의료! 원격 상담은 시민과 의사의 일상을 개선하고 의료 사막을 퇴치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단, 원격 진료는 기존 의료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원격 상담실을 설치하도록 당국이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원격 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3세 미만의 어린이는 이용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의사는 필요한 도구를 갖추고 있다. 의사는 심장이나 폐를 진료하기 위한 청진기, 화면에 표시된 비디오를 사용하여 멀리서 환자의 목이나 귀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동북부의 루즈(Louze)는 주민 300명이 살고 있는 작은 지자체다. 2년 전, 주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원격 진료가 시작되었다. 시청 입구의 벽에 붙여 놓은 다섯 개의 의자가 진료 대기실 역할을 한다. 복도 끝에는 의료 장비가 완벽하게 갖춰진 방이 있고 그곳에는 진찰대, 급수대, 무엇보다도 원격진료 컴퓨터 키트가 있다.
진료실에서는 여 간호사 한 명이 거의 모든 일을 보고 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진료의 운영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이 기기들은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비인후과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검이경은 제가 직접 환자의 귀에 꽂아 주지만, 영상 피드백은 의사가 컴퓨터로 받고 있지요. 제가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직접 보는 것이지요. 청진기도 마찬가지이고요. 의사가 폐나 심장에서 나는 소리를 직접 수신합니다. 의사는 연결된 헤드셋을 착용하고, 듣는 소리에 따라 진료를 진행해요. 예를 들어, 벌에 쏘이거나 상처가 났을 때는 휴대용 카메라를 환자가 호소하는 부위에 대고 영상을 더 빠르게, 더 가까이, 덜 가까이 촬영합니다. 제가 의사에게 치수, 예를 들어 충혈 정도를 알려주지요. 그리고 사진을 찍지요. 직접 손으로 찍는 것도 의사입니다.” 진료는 루즈 시청에서 진행되지만, 의사는 원격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 센터인 트루아 지역의 원격 진료 센터에 있다.
루즈에서 5km 떨어진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집 근처에서 의사를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근 도시인 몽티에-앙-데르에는 5명의 의사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두 명이 은퇴하고 현재는 두 명만이 진료를 보고 있다. 의료 사막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남은 길은 혁신뿐이었다. 리브-드부아즈(루즈를 비롯한 3개의 지자체를 통합한 새 코뮌)의 여성 시장인 크리스티안 벨티가 앞장서 다른 선출직 공무원들, 그리고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협회를 만들었다. 이는 루즈에 원격 진료소를 개설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이 여 시장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격 진료는 의사가 없고 치료를 포기하는 주민들이 있는 농촌 지역의 요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저희는 사소한 증상이라도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지요. 예방이 매우 중요하고, 예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농촌 지역의 경우, 이러한 예방의 질적 부족으로 도시 지역 주민보다 기대 수명이 1.4년 더 짧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라고 말하였다.
이 상황은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시 주민과 농촌 주민의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원격 의료를 서둘러 도입해야 할 때다. 이제 거리는 더 이상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가로막는 장벽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디지털 인프라가 한국만큼 좋은 나라도 없지 않은가! 위기 앞에 혁신을 모색할 것인가, 기득권의 눈치만 살필 것인가, 국가의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