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끼게 된다. 시월도 중순이 넘어 가을이 깊어간다. 지금은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결혼식을 하지만, 그래도 주로 봄가을에 결혼을 많이 한다. 지금이 한창 결혼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결혼하는 나이도 점점 늦어지는 추세이다. 그나마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시대에 결혼의 의미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을 둔 부모는 결혼을 시킬 때 한 번쯤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언젠가 지인의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어 결혼식장에 간 적이 있다. 그 혼사는 아들을 결혼시키는 자리였다. 그런데 혼주인 아버지가 계속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는데 끝날 때까지 아버지는 많이 울어서 눈자위가 붉어졌다. 하객들이 모두 의아심에 궁금증을 느꼈다. 혼주인 어머니 말인즉 원래 아버지가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그렇게 잘 운다고 하였다. 내가 결혼을 할 때는 스물셋의 나이였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철부지였다. 그때도 가을인 시월의 마지막 날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려고 부모님과 인사를 하는데, 어머니의 눈이 붉게…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둔 지방자치단체들이 열매 처리에 고심이 깊다. 길가에 떨어진 열매가 밟혀 깨지면서 악취가 풍겨 민원이 자주 발생해서다. 전국의 가로수 중 은행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24%로 벚나무(25%) 다음으로 많다. 도내 도시지역은 30%를 웃돈다.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는 것은 성장이 빠르고 추위와 더위는 물론 대기오염에도 강하기 때문이었다. 이산화황 흡수력도 뛰어나다. 장점은 또 있다. 은행잎 속에는 모기 같은 해충을 쫓아주는 플라보노이드 등 각종 성분이 들어 있다. 은행 알은 우리에게 단백질과 비타민 공급원 역할도 해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단점도 있다. 은행 겉껍질 속의 옻 성분으로 인해 열매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가로수 은행나무를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하지만 모양은 악취 주범이라 가늠 하기 어렵다. 고상한 은빛 속살을 간직한 은행알은 자태가 고와서다. 한자 이름도 은(銀)자에다 살구와 비슷한 외형을 나타내는 행(杏)자를 붙여 모양과 걸맞는다. 그런가하면 많은 사람들이 노랗게 물든 은행잎에서 각별한 정취를 느낀다. 잎은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해서 압각(鴨脚)이라고도 부르는데 한때 혈관성장애 치료 물질이 많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날은 의미심장하다. 1909년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역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주장하는 테러리스트로서가 아닌 의병장으로서의 전쟁 수행이었다. 안 의사는 스스로 한국인임을 알리기 위해 “코리아 우라(대한국 만세)”를 힘차게 외치고 선선히 체포된다. 세계만방에 한국의 상황을 알리고자 의도했던 쾌거였다. 70년 후인 1979년 10월 26일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정보부장에 의해 총살 당했다. 한국의 현대사가 요동을 치던 역사의 한 장면이다. 그렇게 10월 26일은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기억되는 날이 되었다. 이토는 1841년생이며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대륙을 넘어서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동아공영권을 꿈꾼 침략자였다. 그는 1905년 11월 을사늑약(乙巳勒約)을 체결함으로써 대한제국의 외교권과 내정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헤이그 특사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켰으며 일제의 통치기관인 조선통감부의 초대통감으로서 한국의 식민지화를 주도한 원흉이다. 잃어버린 조국의 주권을 되찾고자 독립운동에 뛰어든 안중근으로서 이토는 용서할 수 없는 조국과 민족의 원흉이었다. 안중근은 1879년 황해도 해주 출생이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혼자 급식을 해결하거나, 아예 먹지 않고 교실에 혼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또래 친구가 없거나 적응을 하지 못해 점심조차도 즐겁게 먹지 못한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서 학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생 및 학업중단 학생’ 현황자료에 의하면,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초·중·고 학생 수는 2015년 608만8827명에서 2018년 558만4249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학업중단 학생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실제 2015년 전체 초·중·고 학생의 0.77%(4만7070명)였던 학업중단 학생은 2016년 0.81%(4만7663명), 2017년 0.87%(5만57명), 2018년 0.94%(5만2539명)로 매년 증가했다. 특히 고등학교 학업중단 학생이 2015년 2만2554명(1.26%)에서 2만4978명(1.62%)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와 같은 학업중단 학생을 예방하고자 시행하는 것이 학업중단 숙려제이지만, 생각만큼 숙려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학교를 떠나고 있다.
푸른 칼날 /신지혜 새벽 뒤뜰에서 보았습니다 이슬 한 방울 제 등짝에 짊어지고 온몸에 잔뜩 힘을 모은 풀잎 한 가닥 보았습니다 어찌나 안간힘을 쓰던지 이파리 온몸이 풀 먹인 듯 빳빳합니다 저 이슬 한 방울이 대체 무엇이길래 제 몸 휘는 것도 모자라 온 아침을 팽팽하게 다 휘게 하는 걸까요 나 가만히 짐작해보았습니다. 언제나 날 떠받치고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그의 마음도 그렇겠지요 나 오늘은 저 조용한 이슬 속에 들어 둥글고 편안한 그의 등짝에 납작 엎드려 그의 숨 막히는 긴장을 가늠해야겠습니다. - 신지혜 시집 ‘밑줄’ 이미 익숙해져서, 그리고 그 익숙함에 젖어버려서 어떠한 것을 당연시할 때가 있다. 생활의 안온함이 나와 가장 가까운 이의 최선을 다하는 일로 얻어지는 것임에도, 그 수고를 깊게 헤아려보지 않는다. 그러다 우리는 어느 순간 마주치는 풍경이나 어떠한 일로 인해 그동안의 무심함을 깨닫는다. 화자는 어느 날 새벽 뒤뜰에 나가 등에 내려앉아 있는 이슬 한 방울을 위해 전신이 빳빳한 풀잎을 본다. 그리고 그 풀잎 한 장이 온 가족을 위해 나를 위해 살고 있는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느낀다, 저 풀잎처럼 저 이슬방울처럼 하나가…
앞으로 젊은 층의 노인부양 부담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가중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유엔 201개국 자료와 우리나라의 장래인구추계를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올해 14.9%이던 것이 2045년에 37.0%, 2067년 46.5%로 늘어난다. 이 같은 고령화 진행속도는 전 세계 최고다. 이렇게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2045년부터는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된다. 전 세계 201개국 중 우리처럼 고령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국가는 146개국이나 되지만 세계 고령 인구 비중이 2019년 9.1%에서 2067년 18.6%로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증가속도와 비율이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계속 감소해 2019년 72.7에서 2067년 45.4%로 떨어진다. 전 세계 생산연령인구가 이 기간 65.3%에서 61.7%로 소폭 감소하는 것과 비교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유소년·고령 인구를 뜻하는 총부양비도 올해 37.6명에서 2067년 120.2명으로 치솟는다. 이 역시 세계 최고다. 부양자 중에 유소년을 빼고 고령자만 따져 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민·관·연 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경기도는 경기연구원과 함께 23일 ‘노동존중 사회와 지역 노동정책의 역할’을 주제로 한 ‘2019 경기노동정책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지난 7월 도가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노동국을 신설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포럼이다. ▲노동국 신설 ▲노동정책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 정립 ▲취약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민·관·연 협력 거버넌스 구축 도모 등 3개월 만에 속성으로 진행돼 놀랍다. 경기도의회의 협력도 ‘노동 존중 경기도 추진’이 탄력을 받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도의회는 지난 9월 ‘경기도 조례 근로 용어 일괄정비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이 조례안을 발의한 정의당 이혜원 경기도의원은 “노동은 근로보다 노동자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담고 있는 표현”이라고 용어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례안의 가결로 56건의 조례 제목과 조문(條文 : 규정이나 법령 따위에서 조목으로 나누어 적은 글)에 명시돼 있는…
사람은 누구나 분노를 품을 때가 있다. 요즘엔 화가 잔뜩 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가는 것 같다. 분노는 부당함에 대한 항거와 자신과 타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다. 나는 생전 처음 광화문 집회에 두 차례 참석했다. 신기하게도 시위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욕설을 하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었다. 군중들은 분노 표현을 절제한 것이다. 다 함께 힘껏 함성을 지르고 귀가할 때는 가슴이 뻥 뚫린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미국의 심리상담가 로널드 T.포터에 의하면 분노는 “우리 뇌가 극도의 스트레스나 위협을 인지했을 때 나타나는 자기방어의 일환이며, 그 뇌는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그 모든 것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본능적으로 내린다”고 한다. 분노를 잘못 표출하면 분노→고함→욕설 내지는 혐오발언으로 발전하게 되며, 혐오발언은 빨리 확산되고 선동효과가 있어 폭력을 낳을 수 있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르완다의 투지족 대학살은 의도적으로 반복된 혐오발언들에서 태동했다. 나는 요즘 혼자 있을 때 욕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고 이것이 되풀이되면서 세상의 현상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많아졌다. 자동차가 끼어들 때, 지하철이나 버스가 지연될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자동차는 ‘시발(始發)차’다. 이름과 같이 ‘자동차 생산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차는 1955년 출시됐다. 모양은 지프형 6인승으로 최고 시속 80㎞로 달렸다. 그러나 미군으로부터 불하 받은 지프 엔진과 드럼통을 펴서 만든 차체를 조립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국내 개발 1호차는 아닌 셈이다. 순수 우리 기술 개발 모델 1호차는 1976년에 나왔다. 현대차에서 ‘포니1’을 생산함으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열여섯 번째 고유 모델을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난 현재 연간 450만대를 생간 하는 세계5위 자동차 대국이 됐다. 누적 등록대수만 6월말 현재 2천344만4천165대로 국민 2명 중 1명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약 10%는 수입차다. 이런 자동차가 국내에 처음 들어 온 것은 1903년이다. 1863년 왕에 오른 고종 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해 들여온 ‘포드 A형 리무진’이 그것이다. 이른바 ‘어차(御車)’인 이 리무진은 명칭과 달리 2인승으로 작고 소음이 심했다. 따라서 몇번 운행되지 않았고 특히 황제가 차를 타는 것이 경망스럽다고 해서 궁궐에 세워놓고 구경거리로 삼았다고 한다. 그나마 러
가을밤에 음악의 향기가 퍼진다. 음악(音樂)은 문자 그대로 ‘소리를 즐김’이다. 소리 그 자체가 형식이나 가사, 노래에 얽힌 스토리보다 더 중요하다. 외국 대중가요인 팝송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 까닭이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 저녁이면 다양한 음악이 병원 로비에 울려 퍼진다. 수원 인계동에 자리한 쉬즈메디(Shesmedi)병원이 산모(産母)와 가족, 시민들을 위하여 펼쳐온 음악회다. 지난 18일 200회를 맞았다. 17년째 쉼 없이 이어오는 무료음악회다. 의료기관이 음악을 통해 산모와 가족들, 그리고 시민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감동을 준다. 문화·예술 공공기관도 아니고 개인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랫동안 작지만 알차며 수준 높은 품격의 음악회를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첫 음악회는 2002년12월 개원과 함께 시작됐다. 1시간여 동안 이뤄지는 음악회는 음악에 친숙하지 않은 산모나 가족, 시민들에게도 전혀 지루함을 주지 않았다. 맛깔스런 해설이 곁들었기 때문이다. 매번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 공연으로 출연진이 다르다. 들려주는 레퍼토리도 다르다. 하루의 진료가 끝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