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6일 저녁, 그때 나는 북한 남포항의 선원크럽 식당에 앉아 평양에서 내려 온 L선생과 함께 북한 전역에 생중계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그 공연이 특별했던 것은 뉴욕 필이 공연하고 있는 장소가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이기 때문이었다. 먼저 양국 국기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국가가 연주되었다.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영원하라'가 평양에서 연주된다? 옆의 L선생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공화국 창건이래 미국 국가가 공화국에서 처음 연주되는 느낌이 어떻냐고’. 그러나 그는 대답대신 질문을 한다. “이선생은 어제 이명박대통령 취임사를 못 들었으니까 내용을 잘 모르겠구만. 허지만 거, ‘비핵·개방·3000이란 거에 대해 어케 생각합네까?” 나는 연주회 실황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 양반은 자꾸 말을 걸어 왔다. 철천지원수 미제의 국가와 공화국 애국가를 평양에서 미국인들이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북한 전 인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보고 있는 현실. 새 정부의 보수적 성격으로 남북관계가 이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우려와 그래도 경제통이니까 남북 경제교류가 더 활성화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희망, 4년전 서울시장 시절엔 이 대통령도 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9월 ‘외국인 근로자 활용현황 및 정책 인식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국내 300인 미만 주요 업종별 중소기업 615개사(응답자 기준)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37%나 됐다. 올해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업은 58.7%, 올해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기업은 4.4%였다. 외국인 도입 확대를 원하는 기업은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92.7%로 압도적이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은 96.2%로 국내 노동자에 비해 낮았다. 이에 비해 인건비는 103.3%로 더 높았다. 임금에 더해 숙소비와 식비 등 기타 부대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것은 현장의 인력난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사업장 변경 제한 등 불성실 외국인에 대한 제재 강화’(51.1%·복수응답), ▲한국어 교육 지원 강화(33.2%) ▲외국인 근로자 체류기간 연장(29.4%) ▲사업장별 고용허용 인원 확대(20.7%) 등도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외국 인력 정책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이 손
얼마 전에 자연 체험을 하러 반 아이들과 양주에 있는 노고산에 다녀왔다. 체험학습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 처음 예약을 진행하던 시점엔 이미 비어있는 날짜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덕분에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날짜 2개 중에 하나를 골랐다.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아쉬웠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1학기 시작 전에 예약하리라 다짐했다. 상황이 반전된 건 학교에서 체험학습용 버스로 타고 다니던 전세 버스가 불법이 되면서부터다. 아이들이 타는 체험학습 버스 겉면에 노란색 랩핑이 되어 있어야 하고 안에는 어린이용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법이라고 했다. 전세버스를 타고 다니다 경찰이 단속하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면 졸지에 불법을 저지르게 되었다. 관련 기사가 뜨자마자 교사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교사가 불법을 저지를 수 없으니 체험학습을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많은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했다.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싶은 교사는 없을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에 체험학습 취소를 전달하면서 관련 문의는 경찰서로 하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역풍이 심해지자 단속을 내년으로 유예하겠다
수도권 A도시에서 영화관을 잠시 운영한 적이 있었다. 상영관이 8개인데다 오락실과 피자전문점 등도 직영이어서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 때문인지 대표이사 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방객이 끊이지 않았다. 내방객 중 잊혀 지지 않는 부류는 단연코 투자 권유자들이다. 그들은 A4 용지 20~30쪽짜리 투자설명서를 들고 투자를 권유했다. 투자금은 1억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0억 여 원 규모였다. 그런데 공통점은 투자만 하면 별 위험부담도 없이 쉽게 거액을 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의 투자 제안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기일이 촉박했다. 귀하에게만 기회를 주는 고수익 보장 투자인 만큼 빨리 결정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했는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토록 좋은 투자는 자신들이나 친인척이 아닌 사람에게 기회가 올 리 만무하다는 판단이 섰다. 아무리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투기성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투자 권유서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교과서일 수 있다. 당시 벤처기업 창업으로 큰돈을 번 청년들에 대한 미담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유행
본지는 지난 6월 16일자 사설에서 민주당 혁신위원회에데 대해 비판과 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가 출마해서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것이 드러나고, 김남국의원 코인사건이 불거지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던 민주당 혁신위에 대해 본지는 ‘무엇을 혁신하고, 어디까지 수술할 것인지’ 뚜렷한 방향성이 부재한 것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또한 혁신 성공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음을 깨닫고 특권과 기득권에 갇힌 민주당에서 국민의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끝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혁신안은 내놓지 못했고, 위원장의 잇단 설화 등이 불거지면서 혁신위원원는 서둘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23일 국민의힘은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강서구청장 보권선거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혁신위원회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자칫 실패한 민주당 혁신위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는 비판적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혁신위는 위원의 구성과 활동 범위, 안건과
총선이 임박한 모양이다. 선정성 공약이 널을 뛰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서울만큼 비대한 나라도 없다. 그런데 또 서울을 키운단다. 서쪽으로 쭉 빠진 김포를 서울로 밀어 넣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인가? 국힘당은 ‘김포 서울 편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조경태의원을 임명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조의원이 토목공학박사 출신으로 도시 설계 등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분”이라며 “김포의 서울 편입 건의를 적극 검토함에 따라 선수도 비중 있게 높였다”라고 논평했다. 한 나라의 국토를 개편하는 데 급이 높은 ‘선수’ 운운하는 게 온당한가. 급 높은 선수를 등장시키면 급 낮은 담론이 금방 고질화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정치를 희화화해도 유분수다. 지금 세간에는 김포-서울 편입을 두고 특정 정당 편을 드는 논객들이 나와 도쿄와 파리를 팔고 있다. 이 도시들은 인근 도시를 편입해 비대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새해 벽두 프랑스는 그랑 파리(Grand Paris) 메트로폴을 구성했다. 이 권역에는 파리와 인근 도시 센-생-드니, 오-드-센, 발-드-마른 주와 아르장퇴유
BC 4세기,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는 디오니시오스 2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독재자였던 그는 절대 권력으로 휘하에는 꼼짝 못 하는 부하들과 호화스러운 궁전에는 값진 물건으로 가득했다.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는 이런 왕의 권력과 부가 늘 부러워했다. 어느 날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부탁했다. 왕처럼 하루만이라도 호사를 누려봤으면 좋겠다고. 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모클레스는 드디어 하루 동안 왕 노릇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를 경배하는 부하들과 향기로운 술, 아름다운 여인, 흥겨운 음악. 모든 것이 완벽했다. 푹신한 방석에 앉아 오늘만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우연히 천장을 바라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날카로운 칼이 단 한 가닥의 말총에 매달려서 그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미동 하나에도 검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달콤했던 술도, 음식도 더는 맛을 잃었고, 음악도 즐겁지 않았고 오로지 공포와 불안감만이 엄습했다. 넋 나간 표정의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오스 왕은 말했다. "그 칼에 뭘 그리 놀라나. 나는 매 순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나라를 이끌며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인공관절 치환술 - 슬관절(무릎관절)’ 시행 건수는 매년 11월~1월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2022년 무릎인공관절 수술 건수를 살펴보면, 12월에12,937회를 기록하며 시행건수가 가장 적었던 9월 7,690회에 비해 68%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무릎 통증이 악화됐다며 외래를 찾은 환자들이 많아진다. 기온이 떨어지면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 및 혈관 등이 수축하고 무릎 관절 주변을 압박해 퇴행성관절염 증상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또, 추위를 피하고자 옷을 두껍게 입다 보니 동작이 둔해지고, 빙판길 미끄러짐 등으로 인해 무릎연골판 또는 인대에 외상을 입는경우가 많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지기도 해 겨울철 무릎 건강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특히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치유되기 힘들고 손상 범위가 커지며 상태도 점차 악화한다. 하지만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해서 모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단계별 치료법이 세분돼 있어 약물치료, 체외충격파 등의 보존적 치료부터 관절내시경 수술, 절골술, 인공관절 치환술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따라
‘미래를 마중하는 당신의 배려’ 지하철 어떤 좌석의 글, 시(詩) 구절 같은 비유다. 멋진가? 말과 글(다루는 일)이 직업인 사람도 갸우뚱하는 말이라면 보편성은, ‘꽝’일 터. 주위의 몇 사람에게 물었다. 미래를 마중한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아기 밴 여성을 위한 자리이니 앉지 마시오.’라야 했다. 공공(公共)의 언어에서 가장 보기 싫은, 저질스런 대목이 바로 저런 있는 체, 유식한 체다. 당신의 높은 교양과 일반의 수준을 착각하지 말 것. 말글은 뜻을 전하려고 있다. 혼자 ‘잘 썼다’며 자위하려는 따위의 글은 우리의 세금 낭비다. 실례되는 짐작이지만 십중팔구, 그 이상은 베낀 글이다. 표절 절도이니 정직성도 ‘꽝’일러라. ‘인문학’이란 단어 자주 본다. ‘인문학의 홍수’인가. 허나 인문학의 첫 계단인 문자(文字)와 문장(文章)을 밝고 확실하게 사용하는 대목은 ‘글쎄요’다. 옆에는 임신한 여성을 나타낸 듯한 추상적인 도안(디자인)이 그려져 있다. 제목은 ‘임신부 배려석’이다. 그런데 열(10)에 넷(4) 이상은 ‘임산부 배려석’이다. 물었다. 임신부와 임산부는 같은가요? 글쎄요, 같겠지요, 몰라요, 오마 참 이상하다. 효과 얻으려면 임신부도 ‘아기 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