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일상은 대체로 모르거나 아니면 모른 척 하는 삶이다. 산간 벽지에 의사들이 가지 않으려 그리 애쓰면서도 만약 그곳에 살고 있는 간호사가 일정한 법령에 의거하여 의료 활동을 하는 것(노인들 영양 주사를 놔준다든지, 감기몸살 약을 처방해 준다든지)에 대해서는 사활을 걸고 반대를 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이제 그 시시비비에 둔감해 한다. 어차피 세상이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진영의 싸움만이 노골화 됐는데, 그리하여 이제는 모두 북중러에 맞서는 한미일 전선에 투입돼야 할 판인데도 오로지 어떤 팝송을 불렀네, 만나서 뭘 먹었네, 어떤 여인이 뭘 입었네 하는 것만 가지고 입방아를 찧는다. 그마저도 그리 관심이 오래 가지 않는다. 잘못된 위정자는 국민의 무관심을 증폭시키고 그것으로 권력의 본래적 야욕을 감추려 한다. 역설적으로 개중 누군 가는 그러니까, 매우 정치적, 아니 권모술수적인 인간이라는 얘기이고 그런 인간이 있다는 얘기이다. 문화 쪽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렇다. 여기가 대체로, 지금의 정부 마냥, 아수라장인데도 사람들은 넋 놓고 손 놓고 앉아 있다. 어쩌려고 그러는지 한숨이 나온다는 소리들이 많다. 그 이유는 생각해 보면 자명하다. 많은 사
오염수 대 처리수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된 뉴스가 연일 보도 되고 있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 계획을 실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시찰단이 방일 길에 올랐다. 그저 견학 수준이어서 들러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도 있고, 오염수를 처리하는 과정에 대해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 시찰단이 어떤 역할을 할지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 언론들은 ‘오염수’로 부르고 있다. 오염수일까, 처리수일까. ‘처리수’ 명명의 효과 언어는 프레임(frame)이다.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도록 하는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일본에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기술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으므로 처리수라고 사용한다. ALPS를 통해 처리가 되었으므로 이후의 오염수 농도가 낮아져 처리수로 부른다는 주장이다. ‘처리수’로 명명함으로써 과학적으로 처리되어 바다로 방류하더라도 듣는 청중에게는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 ‘처리수’와 ‘오염수’에는 과학이 있고, 국제 정치가 작동
지난 5월 10일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이었다. 언론 지상에 그러한 1년의 성과와 과오를 분석하는 특집 기사들이 넘쳤다. 기사마다 빠지지 않은 것은 정치, 사회, 경제 전반의 심각한 퇴행 상황이었다. 1주년 당일, 보수의 아성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터져 나온 시국선언은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총체적 평가라 불러야 마땅하다. 이 도시의 25개 시민단체는 이렇게 단언했다. “민생을 파탄시키고, 민주주의를 짓밟고, 평화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투쟁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왜 이토록 혹독한 평가가 나올까. 3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불통(不通)이다. 필수적 대화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취임 1년이 지났는데도 제 1야당 대표와 공식 회담을 갖지 않은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윤석열 대통령 밖에 없다. 서열과 관례 상 하위에 있는 야당 원내 대표 혹은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만남은 적극 제안하면서도 정작 당 대표는 제외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당시 야당 총재는 집권 기간 내내 격렬히 충돌했다. 그럼에도 무려 7차례나 공식 회동을 했다. 삼권 분립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통과 타협은 대통령의 절대 의무다. 안 하고 싶다고
2달쯤 전이었다. 70대 중반의 그녀와 친우분들이 오셨다. 모 종교의 회합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올라오시는데 함께 진료를 받으러 들어왔다고 했다. 잠도 잘 못 자고 변비도 심해서 치료가 필요한데 혼자서 잘 안 가니 같이 치료받으러 오는 거라며 껄껄껄 웃으시는 친우분들이 따뜻했다. 그렇게 치료를 시작한 지 1달 후에는 변비약 없이 대변을 볼 수 있어 기뻐했는데 며칠 전 입맛이 없어서 못 먹었고 그래서인지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보약을 지어달라고 내원하셨다. 음식은 특이사항이 없었는데 식체가 있고 화병 소견을 보였던 분인지라 “신경 많이 쓰신 일이 있었어요?” 여쭈어보니 최근에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고 속상하며 자책했고 그때부터 입맛이 거의 없었다고 하신다. 몸과 마음은 하나와 같기에 마음의 긴장과 억울함은 식욕, 소화, 배변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그녀에게 자기자비(self-compassion)가 필요했다. 몸과 마음 모두를 위해서 그렇다. 자기자비는 여러 연구에서 치료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고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침 치료를 하면서 그녀에게 “OOO(그녀의 이름)야. 사느라 애썼다. 수고 많다.”고 해주라고 했다
언론은 노동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진보 성향 매체나 노동 전문 매체를 제외하면 노동 관련 기사를 애써 다루려 하지 않는다. 언론사 수익인 광고를 대주는 물주가 기업인 상황에서 노동조합(노조)이나 노동자를 중심에 둔 보도란 예외적 상황이라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노동쟁의가 일어나야 언론이 보도하니까 노동 관련 보도는 ‘노동문제’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곪았던 문제가 터진 상황이래도 기업이 언론을 상대로 광고로 거래하고, 취재 응대를 거부하면 그마저도 기사로 접하기가 쉽지 않다. 언론이 노동 주제를 적극 다루지 않으니까 노동을 둘러싼 공론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경우만 해도 2007년 사태가 시작되었지만 2010년이 돼서야 언론이 조금씩 보도를 냈다. 이전까지만 해도 언론 상당수는 사태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의 최신 설비와 안전한 작업 환경을 부각한 보도가 훨씬 많았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노동자의 백혈병 피해 사실을 주장한 반올림의 목소리는 소외되거나 축소됐다. 그나마 삼성이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2014년에 전환하자 비로소 노동 건강권에 대한 논의가 증가했고 언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가 14개월째다. 상황은 IMF 금융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보다 안 좋다. 물가상승률 역시 24년 만에 최대치다. 민생 현장엔 소비가 현격히 줄었다. 이구동성이다. 여기에 공공요금은 30% 이상 인상됐다. 증권가는 SG증권발 하한가 ‘주가조작’ 사태 등으로 어수선하다. 은행가엔 부동산 PF에 경고등이 켜져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대한민국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2차전지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EU의 CRMA(핵심원자재법) 발표로 분투 중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시설을 미국과 유럽 현지에 갖춰야 수혜를 받을 수 있단다. 외국에 투자하는 금액만큼 국내 투자는 줄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의 발전, 고용과 소비 활성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해 온 우리 기업의 노력이 무색하다.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밀한 외교와 정보 전략을 펼치고 있을 때, 과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지난 4월, 윤 대통령은 “2차전지 우위 격차 확실히 뒷받침 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같은 달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차전지 주요종목…
꼰대를 생물학점 관점에서 보면 전전두엽의 활성화와 성장호르몬, 성호르몬의 분비 결핍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전전두엽은 결정과 판단을 담당하는 뇌영역으로 나이 들어 지위 높아가며 활성화된다. 호르몬의 결핍은 노화를 유발시키는데 노화되면서 나타나는게 꼰대다. 과거에도 꼰대는 있었고 Z세대도 나중에 꼰대가 된다. 꼰대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정욕구가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스스로가 옳다 믿으며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려한다. 특히 스스로 잘 살았던 사람은 대접받던 때를 잊지 못하고 지금도 인정받으려 한다. 배운 사람일수록 논리가 있기에 뭐라 반발하기에도 불편하다. 그래서 꼰대질을 한다. 꼰대와 꼰대질은 다른거다. 서구에도 꼰대는 있다. 시민사회 성장과 함께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자유주의문화가 일찍 정착한 탓에 우리나라 같진 않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조선 양반사회는 신분과 나이든 어른 한마디가 결정권을 가졌다. 변화가 더딘 사회여서 그게 삶의 지혜이기도 했다. 해방후 국가주도 경제발전을 거치면서 개인보다 집단이 중요했다. 장기간의 군사정권과 그 후유증으로 획일적이고 상명하복적인 집단주의 문화가 사회에 만연하고 자연스레 군대 갔다온 남자들
아기들은 삼등신이다. 머리와 몸과 다리의 비율이 그렇다. 같은 길이는 불편하다. 앉고 서고 걷는 것이 모험이다. 모험에는 좌절이 함께여서 아기들은 넘어지는 것부터 배운다.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스스로의 터득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나 많은 실패를 넘어 아기들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뒤뚱거리며 한걸음씩 위치를 옮긴다. 옮길 때, 아기들이 나아가는 방향은 일직선이다. 주저와 망설임은 아기들의 것이 아니다. 아기들의 걸음걸음은 정확히 순수와 일치한다. 감추거나 계산하지 않는다. 꽃밭으로만 향하지도 않는다. 송곳니를 드러내는 뱀을 향해서도 아기들은 손을 뻗는다. 뻗는 손을 따라서, 머리와 몸과 다리가 뒤뚱거린다. 어른들은 칠등신이다. 지위와 재산과 나이의 비율이 그렇다. 비율이 길어질수록 사는 게 고단하다. 앉고 서고 걷는 것이 죄다 돈이다. 돈은 성공의 다른 말이라서 어른들은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어른들의 배움은, 그러니까 돈을 버는 방법에는 끝도 없고 한도 없다. 훔치거나 속이거나 빼앗아서 돈을 버는 어른도 있지만, 대부분은 키우거나 팔거나 바꾸거나 만들어서 돈을 번다. 간혹,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나 같은 어른도 있는데 ‘등신’ 소리 듣기 십
관광지마다 단체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시기, 여행의 시대는 계속 진행 중이다. 마지막까지 주춤대던 수학여행이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한 엔데믹 시대. 국내 대형 여행사가 2019년 이후 3년 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에 이어 정부의 근로자 휴가 지원사업 확대, 경기도의 비정규직 노동자 휴가비 지원, 지역 관광공사의 숙박상품 기획전 등 반가운 소식이 쏟아진다. 6월은 ‘여행가는 달’로 각종 혜택이 쏟아지고, 매월 마지막 주말은 ‘여행이 있는 주말’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떠나지 않으면 손해일 듯한 시기, 여행의 시대는 절정으로 달려간다. 억눌렸던 욕구를 해소해주며 흥청망청 쓰기 좋은 시대, 위기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진 이 시대에 팬데믹 시대를 잠시 떠올려 보자. 사람 없이 흐드러지던 벚꽃 명소와 봉쇄된 이후 더없이 맑아졌던 수로를. 여행자가 관광지를 점령하는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던 지역들은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묶인 팬데믹 시대는 지구의 회복기였던 셈이다. 사람들은 영원히 묶여 있을 수 없고, 지구는 더이상 훼손될 수 없다. 위기를 겪지 않고 공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심상치 않다. 불손하다. 아니 불온하다.지난 3월 이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검찰 독재 퇴진을 요구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매주 월요일 전국 교구를 돌아가며 시국기도회를 여는 중이다.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미사’다. 이는 8월까지 이어지고 현 정부의 국정운영 변화가 없다면 그 이후 어떻게 전환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개신교 측에서도 지난 4일, 1,000여명의 목회자들이 목회자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회개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완용과 같은 굴욕외교라는 지적도 등장했다. 가장 보수적이라 할 불교계에서도 100여명 스님들의 시국선언과 더불어 ‘사대 매국 윤석열 검사독재정권 퇴진과 천만 불자 참회를 위한 범국민 시국 법회’의 1차 야단법석을 다가오는 토요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불교계의 ‘윤석열 퇴진 야단법석’은 지역을 순회하면서 2차, 3차 야단법석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3대 주요 종교계가 특정 정권에 대하여 동시에 시국선언을 한다는 것은 이미 1년 넘게 ‘촛불승리 전환행동’의 이름으로 시민들이 매주 시청 부근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주말 집회를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