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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희의 향기로운 술 이야기]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오곡주’

 

며칠 전 한해의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 정월대보름이 지났다. 예전부터 나쁜 기운을 쫓고 건강과 부를 기원하는 의미로 보름달을 보며 달집도 태우면서 소원도 빌고, 묵은 나물에 오곡밥과 귀밝이술, 부럼도 깨면서 많은 사람과 나눔을 함께 하는 정겨운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이런 좋은 의미를 소소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했다. 세시 음식 중에 귀밝이술은 ‘귀가 밝아지고 일 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들어라’라는 의미로 전해지는데, ‘동국세시기’에는 ‘보름날 이른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찬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는다. 이 술을 이명주(耳明酒)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음식 중 하나인 오곡밥은 겨울철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기 위해 다양한 잡곡을 넣어 밥을 짓는데 지역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으로 찹쌀, 수수, 조, 콩, 기장이 들어간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다섯 곡식이 각각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고, 다양한 곡식을 섞으므로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면서 이를 통해 한해의 모든 일이 풍성하고 순조롭게 이뤄지는 바람을 담고 있다. 또 그 음식을 통해 한해의 건강을 챙긴다는 큰 뜻이 숨어 있는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오곡밥을 선택했다면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봐야겠다.

 

정월대보름에 함께 함께 마실 귀밝이술로 찹쌀, 수수, 조, 검정콩, 기장으로 빚는 ‘오곡주’를 빚었다. ‘산림경제’ ‘해동농서’ ‘임원경제지’ 등 옛 문헌에도 잡곡으로 빚는 ‘잡곡주’가 있다. 잡곡을 가루 내어 죽을 끓여 누룩과 함께 버무려 밑술을 빚고, 며칠 뒤 다시 가루로 만들어 죽을 끓여 지난번 빚어 놓은 술과 버무려 발효 시기면 된다. 잡곡으로 술을 발효하기에는 껍질도 두껍고 각각 익히는 시간도 다르다 보니 이런 다양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루로 만들어서 술을 빚는 방법을 선택한 옛사람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된다. 이런 기록들이 남아 있다 보니 응용하는 과정에서 색다른 맛을 가진 술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오곡주에는 밑술에 오곡을 가루로 만들어 죽을 끓인 뒤 식혀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4~5일 후 오곡을 씻어 불린 뒤 가루로 만들어 김이 오른 찜솥에 올려 찐 뒤 식혀 지난번 빚어 놓은 술과 함께 버무려 발효시키면 된다.

 

이번 술은 맑은 약주의 형태로 즐겨도 되지만 오곡의 느낌을 즐기려면 탁주의 형태로 즐기는 것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세시풍속을 지키는 의미는 우리가 단순하게 전통을 따르는 것 이상의 깊은 상징성과 가치를 담고 있다.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삶의 지혜를 이어가며 정신적 물리적 건강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삶을 풍요롭고 균형이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공동체 내에서 서로를 돌보는 배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한해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중요한 의미로 에너지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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