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對酌 /이동재 혼자 마시기 아까워 매화나무에 먼저 한 잔 줬다 얼마 후 매화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폈다 혼자 마시기 미안해 살구나무에도 또 한 잔 뿌렸다 다시 얼마 후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혼자 마시기 영 거시기 해 개 밥그릇에도 한 잔 가득 따라줬다 밥그릇을 핥자마자 아무나 보고 짖었다 이 모든 걸 기우뚱한 반달이 보고 있었다 ■ 이동재 1965년 강화 교동도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및 국문과 대학원 졸업. 시집으로 ‘주 다는 남자’ 외 다수의 시집과 소설집 및 저서가 있다. 현재 터키의 에르지예스대학 한국어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과거에는 곳곳에 순찰함이 설치되어 있어 경찰관들이 순찰함이 설치된 장소를 따라 코스를 돌며 순찰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동시에 사회를 겪어나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달라지며 과거 순찰함 중심의 순찰방법은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CCTV의 확대와 맞물려 증가한 치안수요로 이어져 왔다. 2017년 10월 탄력순찰제가 도입되기 이전 각 지역의 지구대·파출소에서는 자체 순찰노선을 편성하여 차량과 도보를 이용하여 순찰을 하다가 탄력순찰 제도가 신설되고 시행 3년이 넘어가며 안정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탄력순찰이란 치안고객인 주민들이 순찰을 희망하는 시간대, 순찰 희망 장소를 요청하면 경찰에서 요청사항에 대하여 지역 특성, 위험도 등을 평가하고 이를 순찰노선에 반영하여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주민들이 요청하는 순찰 장소와 시간은 치안 빅데이터에 활용, 통계지표 산출 및 범죄 예방활동에 귀중한 자료로도 활용된다. 탄력순찰을 신청하려면 가까운 지역 경찰관서(지구대·파출소)에 방문해 탄력순찰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온라인 순찰신문고’(http://patrol.police.go.kr) 또는 ‘모바일 스마트 국민제보’ 어플리케이
중국의 제자백가 중 도가의 창시자인 노자는 ‘세상 만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지닌 것으로 물’을 칭하며,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였다. 노자의 통찰에서 물(水)은 첫째, 대지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모든 생명체를 키우는 어머니와 같은 모성이다. 둘째, 만물을 키워내고도 가장 낮은 곳으로 위치하기 때문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이다. 그리고 바위를 뚫을 정도로 강함이 있지만, 산과 바위가 가로막으면 멀리 돌아가는 유연함으로 이것은 ‘부쟁(不爭, 다투지 않음)’이라 하였다. 시간을 초월한 물의 지혜와 노자의 통찰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또한 최근 전국이주인권단체의 성명문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 이주노동자를 포함하여 250만 명이 체류 중이라고 한다. 외국인 주민이 총인구의 5% 이상인 다문화 사회인 것이다. 다문화가정도 빠르게 늘어 다양한 세대와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조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감염병과 같은 인류 재앙과 위협도 이미 예고된 미래이다.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려면 경제·복지·사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한때 소비가 촉진되어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도내 대학들이 골목상권 자생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나섰다. ‘2020 경기도 골목상권-지역대학 협업 프로젝트’에 선정된 대학은 경희대학교, 계원예술대학교, 한양대(에리카캠퍼스), 경동대학교, 대진대학교, 신한대학교다. 이들 대학은 경기도로부터 각 2천5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골목상권 자생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예술·디자인 관련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아름답고 특색 있는 지역상권을 육성하기 위한 이 사업의 학생활동비 일부는 해당 상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경기지역화폐로 지급된다. 자금을 골목상권으로 선순환시키기 위한 조치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골목상권에 더 오래 머물면서 작업할 수 있도록 활동비 규모를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렸다고 한다. 경희대-용인 서천동상인회는 협력해 맞춤식 상점쿠폰 개발과 스토리텔링을 담은 상점 굿즈(Goods)를 제작하고,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계원예대-시흥 내손1동상가연합회
시행 1년이 지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에 응한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직장에서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관련 법의 미비도 문제지만, 직장문화를 혁신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이 즐겁지 않고 고통스럽기만 한 노동자들의 삶이 행복으로 연결될 수는 없다. 관계법 보완은 물론 직장문화를 선진화시키기 위한 신선한 사회운동이 시급하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1주년 토론회에서 주요 산업노동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변화 없음’이라는 응답이 무려 71.8%에 달했다. 괴롭힘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고작 19.8%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24.2%의 노동자들이 직접 당했거나 목격했다는 괴롭힘 행위 중 가장 많은 유형은 폭언(55.0%)이었다. 따돌림·험담(45.0%), 강요(28.5%), 부당인사(27.7%), 차별(27.7%), 사적 용무지시(17.8%), 업무 미부여(15.3%),
“딸랑딸랑딸랑~” “여기 5층이에요, 5층입니다.” 고개를 들고 목을 꺾어 바라보니 아파트 5층에서 젊은 남자가 두부를 주문한다. 그 순간 두부장수 아주머니 표정이 안타깝다. 두부 한 모를 팔기 위해 지금 저 5층까지 걸어 올라야 하나. 그 순간에 하늘에서 동화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5층에서 주황색 빨래줄에 매달린 플라스틱 장바구니가 내려온다. 두부 한모값 1천원이 바구니안 빨래집게에 매달려있다. 쌍둥이 남매를 키우던 1995년의 추억담이다. 이렇게 두부를 사서 지지고 조리고 살짝 데쳐서 아이들 반찬으로 먹였다. 두부의 용처는 다양하다. 시골에 살 때 할아버지 생신 3일전에 콩을 담그고 잔치 전날에 불린 콩을 갈았다. 자루, 삼발이, 맷돌 등 준비를 잘 갖추고 콩을 갈려하는 순간에 맷돌 나무손잡이를 찾지 못하면 ‘어처구니’가 없는거다. 1980년대 시골 공무원들은 두부김치찌게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매월 20일 봉급날에만 가능한 호사다. 신김치, 두부 그리고 생돼지고기는 홍어 삼합만큼이나 어울리는 식재료다. 흰 두부는 새벽녘 교도소 앞에서도 쓰임이 있다. 출소한 자식과 친구에게 흰 두부를 먹였다. 앞으로는 흰 두부처럼 착한 마음으로 더 이상 죄를 범하지…
해마다 열리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는 행렬이다. 서울~수원~화성을 이으며 222년 만에 최초로 애민(愛民)의 길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총거리 59.2㎞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 왕실 재현 퍼레이드다. 9개 지자체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물론 국가적 프로젝트로 키워낼 희망을 보여줬다. 수도권을 하나로 연결하여 원형재현이 완벽하게 이뤄진 것도 뜻이 깊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의거 처음으로 서울 창덕궁을 출발하여 수원화성을 거쳐 화성 융릉까지 진행됐다. 연도에 꽉 찬 시민들이 연호했다. 역사의 문을 새로 여는 완결판 왕실 재현 대형거리축제다. 문화축제는 시민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시민 참여를 이끈다. 전통과 문화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한다. 좋은 축제는 시민과 관광객의 눈과 귀를 붙들어 놓는다. 전통과 문화를 한껏 살려 지역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정조의 화성원행은 반차도와 능행도가 전하듯 화려하기 그지없는 행차였다. 정조는 돈화문 앞에서 융복(戎服)을 입고 말을 타고 출발했다. 한강 배다리를 건너 노량행궁에서 군복(軍服)으로 갈아입었다. 시흥행궁, 사근참행궁(지금의 의왕), 미륵현(수
조선 시대의 당파 당쟁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한다. 조선이 당쟁의 폐해로 멸망했다는 설과 오늘날의 정당 같은 정치행태로서 기능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설이 있다. 물론 역사를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해석을 달리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 누가 생각하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당쟁이 있었다. 현종(조선 18대) 때의 일이다. 효종의 장례를 1년 상으로 하느냐 3년 상으로 하느냐로 싸웠다. 또 효종비 인선왕후의 서거로 시어머니인 조대비가 상복을 1년을 입어야 하느냐, 9개월을 입어야 하느냐로 싸웠다. 이를테면 장례의식을 빌미 삼아 권력다툼을 벌인 것이다. 요즈음이 딱 그 꼴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 장례식장에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낸 것이 옳으니 마니로 시작했다. 그리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나자 조문을 하니 마니로 시끄럽더니 백선엽 장군 장례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고(故) 백선엽 장군은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친일명부에 기록된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으로 독립군 토벌의 전력이 있다. 또 해방 이후에는 6·25 전쟁에 참여하여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전쟁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친일파는 국립묘지에…
산벚나무 이별 방식 /하두자 꽃자루를 다 털어내고 하루 사이 폭삭 늙었습니다 반쯤은 햇살 반쯤은 그늘 꽃잎과 입술을 새겨놓고 멀리 달아납니다 꽃내를 머금은 일요일이 떠나갑니다 잃어버린 말 잊어버린 이름은 서둘러 지우고 당신의 시간에 나를 포갭니다 떠나온 어제와 떠나갈 내일 사이 젖은 꽃잎을 따라 나는 하염없이 젖습니다 하염없다는 말 나는 익숙한데 당신은 낯설다고 합니다 나는 마지막이라서 머뭇거리는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을 말합니다 슬슬 제 몸을 불리던 먹구름 점점 속도를 냅니다 떨어지는 꽃잎이 발등을 덮는 동안 당신은 말이 없고 나는 수다스러워집니다 우리는 끝없이 산벗나무 아래로 귀결되는 중입니다 ■ 하두자 1953년 부산 출생. ‘심상’으로 등단. 시집에 ‘물수제비 뜨는 호수’, ‘물의 집에 들다’, ‘불안에게 들키다’, ‘사과는 둥글고 악수는 어색하게’. 리토피아 문학상 수상.
“박천수가 팬티를 어떻게 끌어 내렸니?” 죽고 싶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는 일 자체가 고역인데, 형사는 서류파일을 들고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한 시간째 꼬치꼬치 이상한 것까지 거듭 캐물었다. 윤희는 지옥만큼이나 고약한 면접시험장에 앉은 것 같은 기분으로 형사를 마주하고 있었다. 박태호의 집으로 찾아가서 한바탕 난리를 치고 유리창 몇 개를 더 때려 부순 아버지는 이번에는 경찰서를 찾아가 왜 박천수를 잡아 처넣지 않느냐고 고래고래 호통을 쳤다. 그래서였는지 다음 날 오전에 동천경찰서 조사과 최 형사라는 사람이 서류파일을 들고 병실로 찾아와 피해자 신문이라는 걸 시작했다. 중년의 형사는 질문 자체를 조금 미안해는 것 같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윤희에게 아주 구체적인 답변을 들으려고 했다. 조사는 한 가지를 물어서 답변을 들으면 곧바로 받아적고, 다시 묻고 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윤희가 답변을 머뭇거리자 형사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채근했다. “어쩔 수 없어. 이게 우리가 하는 조사 절차야. 현장 상황을 세세하게 정리해야 하니까 이렇게 물을 수밖에. …그래, 박천수가 팬티를 어떻게 끌어 내렸냐?” “그냥… 팬티 끈을 움켜쥐고 아래로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