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A : 애니메이션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뉴욕의 한 아파트에 사는 애완동물들의 이중생활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이들은 각자의 주인이 출근한 사이 함께 모여 놀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어느 날 주인공 맥스가 유기견 보호소에 붙잡혀 가자 구출작전을 펼친다. 작전에 성공한 후 진정한 우정을 느끼고 한층 성숙해진다. 각자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귀가하는 주인을 반긴다. 주인에게 사랑받는 것만 좋아했지만, 유기견같은 가엾은 처지에 있는 동물을 위로하고, 위기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합심하여 모험을 펼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기특하다. 자신들이 한 일을 서로에게는 물론 주인에게도 자랑하지 않는다. 대견한 일을 한 것 그 자체에 뿌듯함을 느낄 뿐이다. 행적을 과대포장하거나 명절과 연말만 되면 연례행사 하듯, 공금으로 구입한 선물을 복지시설에 전달하며 그 선물이 자신이 마련한 것인 양 단체 사진을 찍고 홍보하는 기관장이나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메시지다. 모델 B :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한 인간의 처절한 이중생활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낮에는 존경받는 의학박사이자 법학박사이지만, 밤에는 이기적이며 다른 사람들에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제기한 민간사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운영위가 열렸지만, 국민 의구심 해소와는 거리가 먼 소모적 정치공방 성격이 짙었다.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시작된 운영위는 한국당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 법) 등 법안 처리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연계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 수석 출석을 지시함에 따라 열렸다. 민정수석이 운영위에 나온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김 수사관의 폭로 이후 혼란이 한 달가량 지속하고 운영위가 어렵사리 열린 만큼 국민은 의원들의 생산적 사실 규명 노력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 자체였다. 한국당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라면서 김정주 환경산업기술원 전 본부장의 녹취록을 틀었지만, 그는 20대 총선에서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23번 후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임기도 정상적으로 마친 것으로 확인돼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하기엔 머쓱한 데가 있었다. 한국당이 준비를 충실히 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조 수석과, 그와 함께 출석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엄호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 의혹 규명을 위해 앞장섰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한 해를…
벼룩시장 구인구직과 잡코리아·알바몬이 각각 실시한 2019년 새해 개인소망 1위가 일치했다. ‘경제적 여유’였다. 잡코리아·알바몬이 설문에 참여한 성인남녀 2천31명에게 ‘기해년에 꼭 이루고 싶은 새해소원’을 물은 결과 대학생(48.3%)과 알바생(48.0%), 직장인(42.1%) 등 세 그룹 모두 ‘경제적 여유’를 새해소원 1위로 선택했다.(복수응답) 벼룩시장구인구직도 직장인 7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새해 소망’ 설문 조사 결과 과반수이상이 ‘경제적 여유’(55.9%)를 꼽았다. 그 다음은 ‘정신 및 신체 건강 관리’(18.3%), ‘내 집 마련’(7%), ‘연애 및 결혼’(6.6%), ‘시간적 여유’(6.1%), ‘여행’(3.9%), ‘다이어트 등 외모 관리’(2.2%) 등이었다. 1위와 2위의 격차는 매우 컸다. 60대 이상을 빼놓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경제적 여유’를 꼽았다. 아무래도 건강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60대 이상은 ‘정신 및 신체 건강 관리’를 우선으로 선택했다. 잡코리아·알바몬의 설문 조사 결과도 ‘경제적 여유’와 ‘취업ㆍ이직’ 다음으로는 ‘가족들의 건강’ ‘결혼, 연애 등 솔로탈출’, ‘가정의 화목과 안녕’ ‘로또당첨
우리는 지금 자유로운가? 또 자유의 무게는 스스로 감당할 만한가? 혹은 자유의 획득과 함께 전체로부터 분리된 ‘개인’은 고독하고 불안하며 무기력에 빠져서 결국 얻었던 자유를 다시금 반납하지는 않았나? 그리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그런데 사랑하는 방법과 기술을 배워본 적은 있는가?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등은 널리 읽혀진 에리히 프롬(1900~1980)의 대표저작이며 위 질문들은 그의 책 속에서 다뤘던 문제들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이었던 프롬은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서 미국에서 활동했다. 사회심리학과 정신분석학자인 그의 저술들이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각광받았음에도 정작 심리학계는 물론 당시 세계를 양분하고 있었던 미국과 소련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유는 미국에서는 그가 칼 막스의 사회주의 이론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스탈린을 비롯해서 후르시초프에 이르기까지 막스의 사회주의를 왜곡시켜 물질주의화시킨 한계성을 강력히 비판했기 때문이다. 프롬의 사상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막스로부터 주된 영…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한다’는 뜻을 가진 ‘소통(疏通)’. 최근 우석제 안성시장의 ‘소통행보’가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시민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 초기 우 시장에 대한 평가는 행정경험이 없다는 점 때문에 우려를 나타내는 부류와 함께 축협 조합장의 오랜 경험에 대한 기대치와 정치 초단의 열정이었다. 그러나 요즘 우 시장에 대해 시민들은 ‘소통의 달인’이란 표현을 종종 쓰는 듯하다. 그만큼 소통의 중요성을 우 시장이 잘 알고 있다는 것으로 들리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들은 우 시장이 업무시간이 지나면 수행비서도 동행하지 않은 채 관용차가 아닌 본인 차량을 직접 운전하면서 ‘민심(民心) 읽기’에 공을 들여오고 있는 결과로 비춰진다. 공직사회에서도 우 시장에 대한 평가는 ‘들어주는 대응’과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민원 해결’ 등 소통과 관련된 말들이 많다. 일부 공직자들은 “우 시장의 민원 해결의 기본은 들어주는 것이며,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민원인을 설득…
돼지를 뜻하는 한자만도 20가지가 넘는다. 상형문자인 시(豕)는 제사용 돼지이며 한자 부수로도 쓰인다. 집 가(家)도 豕에서 유래했다. 옛날에는 돼지를 집에서 길렀기 때문이다. 가축으로서 돼지는 돈(豚)인데, 복어가 하돈(河豚), 돌고래는 해돈(海豚)인 게 흥미롭다. 저(猪)는 주로 암퇘지나 멧돼지, 해(亥)는 12간지의 돼지다. 2019 기해년(己亥年)은 60년 만에 오는 황금돼지 해다. 그냥 돼지도 좋은데 황금돼지니 얼마나 더 좋을까. 그러나 사실 황금돼지는 없다. 12간지상 돼지해는 을해, 정해, 기해, 신해, 계해의 5가지로 모두 60년 만에 한번 돌아오며 색으로 나타내면 綠(을), 赤(정), 黃(기), 白(신), 黑(계)이니 굳이 따지자면 기해를 황색과 연관 지어 만들어낸 호사가들의 작명(作名)인 셈이다. 돼지는 좋은 이미지의 덕담이 많다. 먹성이 좋고 새끼를 많이 낳아 식복(食福)과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치부되곤 한다. 심지어는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도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았는데 돼지는 양식이라고 생각해서다. 어쨌거나, 돼지해에 태어나면 복이 많다는 속설 때문이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상 1971년생(돼지띠) 인구가 94만4179명으로 가장
절에 다니는 어르신 중에 어느 분이 현금 자산을 꽤 보유하고 있다며 자랑을 한다. 속되게 말해 돈 자랑 질이다. 재산을 형성한 과정과 더불어 본인이 얼마나 자산가인지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이 먹는 것과 입는 것은 거칠뿐만 아니라 절에서도 뭘 못 가져가서 안달복걸 이다. 더구나 절 물건은 삼보정재이고, 대중이 공평하게 나누어 공양해야 하는되도, 뭘 훔쳐 가듯, 못가져가 공양간에만 집착하는 것을 보면, “좋으시겠네요. 돈 많으셔서”하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왜 저렇게 사시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분이다. 불사에도 인색하고, 몇푼 보시하고는, 생색내기에 여간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그 분의 말년이 애처롭다. 시중에 회자되는 말 중에 “쓰고 가는 돈이 내 돈”이라는 말이 있는데, 플라스틱머니의 출현으로 실제 돈이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봉급이 통장에 들어왔다 나가는 요즘 세상에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다. 통장에 잔고가 몇 백억 원이 있는 자산가와 잔고가 몇 천만원쯤이 있는 중산층이 일상생활을 영위 하기 위해서 쓰는 생활비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는가? 통장잔고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겠지만, 삶의 질 문제로 따지자면 만족감과 행복감은 오히려 후자의
기해년 새해 아침에는 우리 모두가 희망을 노래하면 좋겠다. 희망은 우리들의 삶을 즐거운 길로 이끈다. 희망의 가치는 무한하다. 새해 새 아침은 해와 달과 날이 새로 시작하는 삼시(三始), 삼조(三朝), 삼원(三元)의 날이다. 새 눈, 새 마음으로 우린 끝없이 열린 지평선을 보아야 한다. 인생 앞에 무한히 열려 있는 삶의 지평선, 우리 민족이 한계 없이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지평선을 보는 기해년이 되길 소망한다. 더욱이 새해는 황금돼지 띠의 해가 아닌가. 돼지는 신화에서 신통력을 지닌 동물이고 새끼를 많이 낳는 번영의 상징이다. 또한 재산과 복(福)의 근원으로 여겨져 왔다. 대양(大洋)을 본 사람들은 촐랑이는 작은 강물을 본 사람들과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우리 모두 큰 뜻을 품자. 새해에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가 분수령을 맞을 듯하다.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이 끊어진 철길을 잇는 첫 이정표를 세웠다. 착공식이 아닌 훗날을 기약하는 상징적인 이벤트지만 의미는 깊다. 분단으로 대립하는 시대는 우리 세대에서 마무리돼야 한다. 담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정부와 국민이 나라 안팎의 경제파고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 경기 침체와 악화는 예상되고, 미·중간
축복 /정숙자 제가 만일 화가라면 해바라기 그리겠어요 그 높은 줄거리 아래 어린 나팔꽃도 그리겠어요 이윽고 두 줄기 한 몸이 되어 누구도 떼어 놓지 못하게 될 때 제가 만일 화가라면 신의 축복을 전하겠어요 화폭 가득 금가루 같은 수많은 꽃송이를 그리겠어요 희로애락의 날들을 뒤로하고 어느덧 또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다가오는 날들에 대한 희망 때문일까. ‘축복’이라는 말에 눈길이 간다. 해바라기와 나팔꽃 줄기가 ‘한 몸이 되어’ 끝내 어느 ‘누구도 떼어 놓지 못’할 얼굴은 누구일까. 죽음도 끝내 갈라놓을 수 없는 간절한 누구이거나 더 나아가서는 분단된 조국을 떠올리게도 한다.시인이 그토록 눈물겨운 한 몸에 ‘신의 축복’을 전달해 주었으니. 황금 돼지해인 2019년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이별하지 않는 세상, ‘금가루 같은 꽃송이’ 들이 환하게 피어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밝은 시인…
올 한해 소셜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유행어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선두를 달린 최고의 인기어는 아마 ‘소확행’이 아니었나 싶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준말이다. 지난해 한 번뿐인 인생 최대한 즐겁게 살자는 의미의 ‘욜로(YOLO)’가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여유와 소박함으로 일상에서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떠오른 것. 지난 1년간 ‘갑분싸’도 소확행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갑자기 분위기 싸늘해짐’의 준말로, 시초는 몇 해 전 인터넷 방송에서 유래했지만 올해 방송 및 여러 매체에서 사용되고 갑분O(명사 대체) 등으로 변환되며 널리 쓰였다. 이를 테면 갑분아(갑자기 분위기 아이스에이지), 갑분축(갑자기 분위기 축구), 갑분치(갑자기 분위기 치킨) 등이다. 처음에는 10대들만의 공통어였으나 지금은 40대도 쓰는 국민단어가 됐다. 내년부터는 유행어가 아니라 일상어에도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미투’ 아웃사이더(Outsider)와는 반대로 인사이더(Insider), 즉 타인과 매우 잘 어울리는 사람을 뜻하는 ‘인싸’ 평창동계올림픽 컬링팀의 구호 ‘영미’, 알지 않아도 되는 과한 정보를 전하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