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얼만큼 영화를 보아야지 ‘중독’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의 기준은 따로 없다. ‘영화보기가 취미’라거나 ‘영화보기를 좋아한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많다. 가끔 ‘얼마만큼 좋아하느냐’고 되물어보면, 구체적으로 몇 편이라고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여튼 좋아한다’고 하는 정도다. ‘24번째 1천만 관객 영화’가 나왔다는 컬럼을 쓴 것이 지난 6월이다. 2019년이 끝나가는 12월, ‘27번 째 1천만 관객’ 영화가 나왔다. 그 사이 4편의 ‘천만 영화’가 등장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는 2014년에 천만 대열에 든 ‘겨울왕국’의 속편이다. 올해에만 ‘극한 직업’, ‘어벤저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2’ 등 5편의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국영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가을에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은행 떨어지는 수준이다. 다섯 편의 결과를 합치면 대략 6400여 만 명에 이른다. 아직도 흥행을 계속 중인 경우도 있으니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올해의 전체 관객이 2억2천만 명 안팎으로 예상하는데, 다섯 편의 흥행이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한국영화가 첫 1천만 관객을 달성한 것은 2003
…
1980~1990년대 까지만 해도 시청률 60% 넘는 인기를 누렸던 씨름은 팬들의 외면으로 2000년 이후 존재감을 상실, 침체를 거듭해 왔다. 출범 당시 모래판엔 전통을 구현하는 요소는 거의 없었다. 해가 거듭 할수록 스토리텔링이 약했던 것도 침체의 원인 이었다. 특히 이만기, 이준희, 강호동 등 개성 강한 몇몇 스타에게 의존하던 선수층이 엷어지면서 더욱 그랬다. 거기에 외환위기와 함께 프로팀이 해체되고, 체중 제한이 거의 없는 백두급 선수들의 비대화로 승부의 긴장감이 뚝 떨어져 팬들의 발길을 더욱 돌리게 했다. 이랬던 우리 전통 씨름이 부활의 날개 짓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모래판 ‘아이돌’로 불리는 젊은 ‘몸짱’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식스팩이 드러나는 근육질 몸매에 역동적인 씨름 기술까지 겸비해 시합 때 마다 관중을 사로 잡고 있다. 그러면서 ‘씨름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젊은 여성 팬들 또한 경기장으로 몰려들며 씨름의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덕분에 ‘씨름’ 연관 검색어가 연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는 등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얼마 전 씨름 경기 동영상하나가 유튜브 조회수 200만을 돌파하
요새 신문기사를 보면 SSM 마켓에 대한 말들이 많다. 대기업에서 경영하는 대형마켓이라 골목 상점들이 다 죽는다고 야단들이다. 이런 세상에 아직도 재래식 구멍가게가 있다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간판도 후줄근하고 가게 모색도 낮고 초라하다. 뿌연 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에 옴츠리고 앉은 50대의 주인 남자가 보인다. 그는 오늘도 탁자 위에 소주병을 올리고 앉았다. 나는 가계 문을 밀치고 들어가, “아저씨, 라면 어디 있어요?” 하니 사내는 팔을 들어 어둑한 가게 한쪽 구석을 가리킨다. 나는 눈에 띄는 라면 몇 봉지와 껌 한 통을 들고 주인 앞으로 다가갔다. 술 취한 주인 남자의 역겨운 체취가 콧구멍을 감싼다.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급히 껌 껍질을 뜯어낸다. 그리고는 뜯은 종이를 눈앞의 빈 쓰레기통으로 던지는 참이었다. “어허. 그건 거기 들어갈 쓰레기가 아니여.” 갑자기 주인 남자가 정색을 하고 한마디 한다. “이거 쓰레기통 아니에요?” “보면 몰러? 그건 빈 통이여.” “그럼 쓰레기통은요?” 주인 남자가 또 팔을 들어 가리킨다. “저 문
주막(酒幕) /백석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八모알상이 그 상 우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 한 잔盞이 뵈었다//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라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유년의 기억을 생생하게 포착한 이 시는 주막에서 건져 올린 애환의 정경과 시골마을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잘 그려져 있다. 신경림 시인이 백석의 「주막」 이 작품을 감동받은 작품으로 꼽아서「농무」와「파장」같은 작품의 원천이 되었다고 술회했었다. 백석시인의 이야기 시는 앞서서도 논했지만 인간적인 시점들과 자신이 듣거나 이미지 차원보다도 대상의 실제적인 모습을 말하는 상상한 것들을 타인에게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 상징이기에 개인주의보다는 연대의식이, 배타의식보다는 포용의식이 들어 있다. 생동감 있게 풍경을 구체적이고 따스한 시로 남는다. 유년의 고향은 늘 그립다. 그 유년의 거울은 추웠고 어둠이 깔린 연기소리가 만연했지만 이 겨울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는 날이다. 시인도 유년의 풍경과 그리움들을 담아낸듯하다. 고요한 시골마을의 정경이 부드럽고 따스한 겨울밤처럼…
현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시위대가 ‘이게 나라냐’를 외치면서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시켰고, 국내외적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벌써 국민들은 이 정부를 ‘이게 나라냐’고 되묻는다. 이 정부가 내세운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적폐청산과 국방·외교·경제·교육 등 모든 정책이 잘못돼 빚어진 결과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930번 이상의 외침을 받아 이겨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1945년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이후 민족의 선각자들은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에 대하여 고심을 다했다. 특히 북녘의 조만식 선생은 조선민주당을 창당해 민주주의 국가를 세워 나가는 일에 전력을 다했으나 김일성 공산주의 집단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러나 8월 15일 그 해방이 우리들의 힘으로 해방이 된 것이 아니라 미국·중국·소련 등을 포함한 연합국들의 힘에 의해 해방된 것이 문제였다. 상상도 못하였던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분단돼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 시작된 신생국 120여개 나라는 거의 사회주의를 선호
도내 진로체험 산업현장 탐방 요즘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어쩌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책바퀴돌듯 내놀리는 바쁜 학원 생활과 꿈을 바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에 경기관광공사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생생한 삶의 모습이 담긴 산업 현장을 소개했다. 재미있는 견학과 체험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이해하고, 직업의 소중함을 느끼며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설계해보자. 스튜디오부터 주조정실까지…EBS 스튜디오 투어 견학 가이드 설명과 함께 방송 제작현장 체험 ‘생방송 톡!톡! 보니 하니’ 스튜디오 인기만점 목소리 녹음 더빙 체험·주조정실 견학 포함 EBS 스튜디오 투어는 방송 제작 현장을 체험하면서 잠시나마 주인공이 되어보는 견학프로그램이다. 견학은 1층 로비에서 시작한다. 옆 계단에는 EBS의 대표 캐릭터인 뿡뿡이와 뽀로로가 있고 로비를 지나거나 촬영 중인 보니와 하니를 만날 수도 있어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다. 지정된 투어 시간이 되면 견학 담당 가이드의 안내와 설명과 함께 본격적인 스튜디오 투어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3층…
러시아 연해주(沿海州)의 가치는 높다. 대표 도시인 블라디보스톡은 ‘동방을 정복하라’는 뜻으로 러시아 동진(東進)정책을 상징한다. 우리에게는 항일독립운동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지역으로 의미가 크다. 현재는 대북 교류의 배후 거점이며 극동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곳이다. 경기도가 이 미래 가치의 땅과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해 반갑다. 이를위해 이화영 평화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방문단이 지난 11~14일까지 연해주를 공식방문했다. 방문단은 셰스타코프 연해주 부지사와 만나 ‘경기도-연해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용은 ▲문화예술 ▲관광 ▲의료 ▲교육 ▲공공외교 ▲항일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지난 2013년 이후부터 이어온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구체화하려는 구상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방문 기간동안 맺은 ‘경기문화재단-아르세니예프 박물관 MOU 협약식’의 가치는 높다. 이번 협약으로 재단은 박물관에 있는 발해유물전시관에 한글 오디오 안내시설을 제작지원하는 등 연해주지역 발해문화 계승과 보존 사업에 적극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아르세니예프 박물관에서 열린 ‘신북방 정책의 역사적 여정, 과거-현재-미래’ 세미나도 눈길
수원지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수원을)·김영진(수원병) 의원이 신분당선 연장선(광교~호매실) 타당성 조사를 연내에 마무리하라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본보 보도(12일자 4면)에 따르면 두 의원은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신분당선 연장선 타당성 조사 진행 과정을 살핀 뒤 연내 조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토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수원시민, 특히 서수원 지역 주민들은 두 의원의 노력을 성원하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선(광교~호매실)은 서수원 주민들의 숙원이지만 13년 째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입주 시에 이미 광역교통시설 부담금 약 5천여 억 원을 낸 바 있는데도 말이다. 신분당선은 수원 서부의 택지개발지구인 호매실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계획됐다. 2006년 7월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에 이어 2013년 6월 2단계(광교~호매실) 사업 민간투자사업 추진이 결정(기재부)돼 본격화됐다. 그러나 두 차례 민자 타당성 분석에서 불가 판단을 받았다. B/C가 기준(1.0)에 미달(2014년 11월 0.57, 2017년 6월 0.39)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주민들과 수원시, 지역 정치권의 항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맞이하는 늦가을은, 한해의 봄보다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추(晩秋)는, 그렇게 다가오고 사라진다. 집 근처 산책길은 늘 걷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요즘 들어 이렇게 동내 근처를 걸으면서 과연 ‘문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회는 무척 복잡하고 그 사회 구성원들 또한 생각들이 각자 다르다.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 치열하게 경쟁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적인 격차를 좁히고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문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제주도 오름 중에서 유독 ‘용눈이오름’을 자주 찾게 된 것은 김영갑 사진작가 때문이었다. 작은 서점에서 우연히 그가 쓴 제주도에서 정착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수필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자를 읽으면서 ‘김영갑’이라는 이름을 기억했다. 그의 책 속에는 제주도의 풍광 등을 담은 사진도 같이 들어가 있었다. 그 때 유독히 눈에 들어온 것이 ‘용눈이오름’ 사계를 담은 사진이었다. 그가 제주도를 건너와 찍은 자연과 인간을 소재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