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딸에게 신경 쓰는 것은 딱 하나 인성이다. 교육의 힘인지, 타고난 성품인지 딸아이는 주위 사람들이 인정하는 천사 같은 아이, 그리고 난 이런 착한 딸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를 읽다보면 착한 딸이 마냥 자랑스럽지만은 않게 된다. 니체는 착한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고 악하단다.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착한 사람인 것이고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거절당하고 싶지 않아서 즉 악행을 저지를 만한 용기가 없어서 라는 것이다. 또 착한 사람은 타인에게 반감을 일으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짓말을 하는데 이유는 자신이 안전하기 위해서란다. 그야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착함에 대한 니체식 도발이다. 심리학에서도 이러한 심리적 역동을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는 기제로 설명한다. 억압된 감정이나 욕구가 나타나지 않게 정반대 행동을 하는 것으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이에 해당한다. 미운 사람을 밉다할 용기는 없고 마음이 불편할 때 반대로 착한 행동을 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착한 사람은 도덕적인 사람으로 비춰
지난 6월 서울 은명초등학교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응1단계까지 발령된 대형화재로 번졌으나, 학생과 교사 전원 신속한 대피로 단 한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 3월 종로 한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건물 내 고시원 거주자 등 36명의 신속한 대피 우선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화재 발생과 동시에 신속한 대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화재 발생시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행동은 신고도, 초기진화도 아닌 신속히 대피해 큰 인명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들의 인식 속에는 대피보다 신고나 초기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화재 시 행동요령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1위는 119신고, 2위는 소화기로 불끄기 등으로 선정됐다. 이에 ‘불나면 대피먼저’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119신고나 소화기 등을 이용한 초기진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안전한 곳으로 대피 후 119신고, 초기 소화활동으로 이어지는 행동요령이 인명피해를 줄이는 중요한 대처방법이다. 이를 위해 평상시 대피우선 계획 및 훈련 등을 반복해야 한다. 영국, 미국 등…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끊임 없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고령 운전자의 수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다.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 발생률이 높은 건 신체적 노화와 관련이 깊다. 만 65세 이상의 운전자는 노화에 의해 표준시력 평균치가 점점 저하될 수밖에 없으며, 운전 중 중요한 정보를 먼저 받아들이는 선택적 주의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 운전자는 운전 미숙보다는 노화에서 오는 인지능력 저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통대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면허증을 반납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면허를 자진 반납할 경우 교통비를 지원하거나 상업시설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인센티브를 지원해주는 거다. 구리시에서도 1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원해주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스스로 운전대를 잡지 않게 유도를 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우리 경찰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교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꼴찌라고 한다. 왜 그럴까? 필자는 여유롭지 못한 삶에서 오는 피로감이 많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나 여유롭고 넉넉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소유한 것을 지키고자 애를 쓰며,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픈 욕망에, 잃어버리면 안 되는 소중한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손에 쥐고자 한다. 그런데 내가 먼저 손 내밀면 행복은 천개의 얼굴로 온다고 한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누군가에게 내가 먼저 다가갈 때 어디선가 날개 짓하며 다가오는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시간을, 물질을, 땀과 재능을 기꺼이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생활의 생기와 활력소를 제공해주며, 희망이 희망을 잉태하는 갑절이나 더해지는 기쁨과 행복을 선물로 준다. 재물을 나누는 것은 조금 나누는 것이고, 지혜를 나누는 것은 많이 나누는 것이며, 사랑을 나누는 것은 모두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와 같다고 했다. 지혜보다, 재물보다 더 귀한 것이 넓은 가슴으로 발자국마다에 사랑이라…
얼굴의 기색(안색)은 그날 날씨와 같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나누고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게 된다. 비록 그 사람의 이런저런 사정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기색으로도 그간 사정이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얼굴은 우리 몸속의 오장육부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 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인체 내의 기와 혈이 운행하는 통로인 경맥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곳으로, 오장육부가 몸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다. 얼굴 부위 중 눈은 간, 입은 비위, 코는 폐, 콧구멍은 방광, 혀는 심장을 나타낸다. 오장의 기운은 이목구비(耳目口鼻)를 통해 나가고 들어 오고를 반복한다. 기(氣)는 피부 안에 머무르는 것을 말하며, 밖에 표출된 것을 색(色)이라 한다. 기색의 근본은 혈(血)인데, 혈이 좋아야 기색이 빛이 난다. 혈은 피부 안쪽에서 밖으로 은은하게 선홍색을 띠면서 퍼져 나와야 좋다. 피부 속의 혈색이 어두우면 기가 체한 것이고, 피부 바깥에 흑·적색으로 나타나면 혈이 체하여서 탁해진 것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같은 사람이라도 감정의 변화나 건강 상태에 따라 수시로 얼굴빛이 바뀐다. 인상학에서는 관형찰색(觀形察色)이라고 하여…
달팽이가 있는 저녁 /김민지 빗물이 마른 나무를 계속해서 찌른다 봄날의 저격수인가 꽃들의 수혈인가 세상이 폭탄 터지듯 온통 붉다, 온통 저리다 뼈 없는 마음으로, 가장 느린 걸음으로 속내를 감추고, 울음도 감추고 정처는 동가식서가숙 홀가분하겠네 쓸쓸하겠네 - 시조집 ‘타임머신’ 이른 봄, 아직 나무가 눈을 뜨지 않았는데 봄비가 내린다. 죽은 나무에게 수혈하듯이 단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미동도 없던 나무에서 톡, 톡, 꽃눈이 떠지고 세상이 온통 환해진다. 온 몸이 저릿저릿 전기가 통하고 일제히 세상은 꽃의 터널 속으로 진입한다.그러나 한편에서는 세상 가장 느린 걸음으로 한 세상을 지나가는 목숨이 있다.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은 저곳에서 또 하루를 보내고,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으니 얼마나 홀가분할 것인가. 와옥(蝸屋) 한 채가 전부이니 더 무엇을 가진다 해도 짐만 될 뿐이다. 그러나 봄날은 짧고 환장할 봄날을 혼자 지나가는 일이란 또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으니 성낼 일은 없지만 어찌 울음마저 없으리. 정처가 없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이슬 내리는 하룻밤은 어찌 외롭지…
“모두 앞으로 와서 앉으세요. 중간에 나가시더라도 괜찮습니다.” 어색한 분위기에 관객들은 쭈뼛쭈뼛 자리에 가 앉는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이라 몸이 굳어 있기 때문인지, 혹은 공연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그들의 움직임은 느리기만 하다. 또 다소 들뜬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낯설고 부자연스럽다. 그렇게 예정된 공연 시작 시간이 조금 지나고 무대 관계자를 비롯한 공연자의 여러 번의 요청 있고 나서야 객석은 어느 정도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어 다소 늦을 수밖에 없던 사정의 관객들까지 들어와 준비된 객석은 거의 채워졌다. 관객이 들어와야 시작하고,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공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공연은 지난 달 26일 의왕소방서에서 개최된 경기도문화의전당의 ‘브라보마이라이프 31’이다. ‘브라보마이라이프 31’은 도문화의전당이 지난 2016년부터 업무상 위험은 물론 정신적 장애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산하 소방관 및 의용소방대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음악 치료 공연이다. 일종의 문화 복지 사업인 셈이다. 문화 복지라 하면 &lsq…
…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구의 아동과 방임아동, 학대받는 아동 등 위기아동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7월 31일에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한 임대아파트에서 북한 이탈 모자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최소 2개월 전에 굶주려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점검 결과 관할 구청은 해당가구가 아동수당을 신청할 당시 소득 인정액이 없었음에도 기초생활급여 등 다른 복지급여를 연계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업무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굶주림을 피해 목숨을 걸고 탈북한 사람들을 굶어 죽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복지 위기 가구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에 나섰다.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상자를 발굴·지원하기 위한 긴급 실태조사를 각 광역자치단체에 요청했다. 이 모자의 가슴 아픈 소식을 들으면서 떠올렸던 것은 경기도의 ‘민관 협력 아동의 안부를 묻다’ 사업이다. 도는 위기아동을 조기에 발견,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 사업은 도와 31개 시군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통·리장이 양육수당을 받는 가정을 직접 방문해 복지사업을 안내하고 아동의 안정적 성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러나 세
올해 초 경기도의 환경 고민은 ‘다음세대에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에서 시작됐다. 최근 환경공포의 주범으로 급부상한 미세먼지를 줄이기로 잠정 결론냈다. 하여, 지난 3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포함, 도내 121개 기업 사업장과 ‘숲속공장 조성 협약식’을 체결했다. 그후로 6개월이 지난 9월말 현재 1만4천957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올해 목표량인 1만3천602그루 보다 10% 가량 초과한 숫자다. 연말까지 3천39그루가 더 심어질 예정이니 모두 1만7천996그루가 지역 공장 주변에서 숲을 이루게 된다. 지난달 30일 도가 도내 기업들의 나무식재 추진 상황을 중간 점검한 결과다. 이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는 ‘도내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미세먼지 발생원인 가운데 일정부분을 차지한다’는 도의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공장 주변에 미세먼지 정화 효과가 뛰어난 나무들을 심어 마치 숲속의 공장처럼 환경을 조성하면 공기 질이 개선되고 환경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도민들이 느끼는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적겠지만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연결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장기 프로젝트’로 여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