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公)을 사(私)보다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신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은 ‘정(正)’을 동반하고 사에는 ‘욕(欲)’이 따라 붙는다. 그런데 이런 믿음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가 공공조달 일부 품목에 바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다. 공이 정을 버리고 욕을 택했다고 생각하니 우울하다. 까도까도 계속되는 양파같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그 끝이 어디일지 답답한 마음이다. 경기도가 20일 조달 물품의 적정 가격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 감시체계 강화 등을 담은 제도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물품이나 용역을 구입할 때 활용하는 ‘나라장터’의 일부 물품 가격이 민간 온라인 보다 비싸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탓이다. 도는 ‘공공조달품목이 민간거래가격보다 높다는 공공조달 가격 적정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이번 조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국민의 혈세 낭비를 막고 적정 조달가격 유도를 위한 사전 실태조사 차원에서 두 단가의 비교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당위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6일~6월 12일까지 진행됐다. 검색솔루션을 보유한 민간전문 업체에 의뢰해 시장물품과 비교가 쉬운 사무·교육·
‘갑오세(甲午勢) 가보세 / 을미(乙未)적 을미적거리다 / 병신(丙申)이 되면, 못 가리’ 1894년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발발 전후로, 당시 농민들이 불렀던 민요이다. 또 지난달에 종영된 드라마 ‘녹두꽃’에서 일본군 총에 맞은 등장인물이 쓰러져 가며 애절하게 불러, 널리 알려지게 된 노래다. 여운이 많이 남아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해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노랫말이다. 당시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개혁에 박차를 가하자는 다그침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시각이 있다. 일찌감치 실패를 예감한 좌절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드라마 ‘녹두꽃’은 48부작으로 방영됐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근대사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대사건이며 근대화의 시원이다. 그런데도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 반갑고 의미 있는 드라마 방영이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백이현은 양반의 부당한 처사에 반발해 친일파로 돌아선다. 바로 그 스토리는 실상과 전혀 다르다. 자칫 친일행위의 면죄부로 작용될까 심히 염려돼 언급하는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일본군 앞잡이들은 자발적이었다. 일본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었다. 드라마의 백이현처럼 내몰린 자들이 결코 아니다. 오직 자
엘리베이터를 탔다.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씩씩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근래에 드문 일을 만난 나는 당황하며 “안녕하세요. 인사해 주어서 고마워요”라며 어색하게 답인사를 했다. 아이들이 자랄 때 낯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파트에서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에겐 무조건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가르쳤다. 가르침이 주효했는지 아니면 아이들이 선한 사회의 영향을 받았는지 인사를 잘하며 자란 것 같다. 인사는 하는 순간보다 사실 받는 순간이 더 기쁘다. 그러나 인사를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하는 편이고 인사를 할 때는 상대가 느낄수 있게 조금은 과한 액션으로 하는 편이라 나의 인사법에 주춤하는 이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자연스레 맞추고 커다랗고 분명한 목소리로 경쾌함을 담아 나만의 방식으로 인사하는 법을 유지한다. 나의 간략하고 진심어린 인사로 상대의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라고 상대는 나에게로부터 존중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의 표현이다. 인사란 내가 가진 호의를 첫인상으로 갖고 다가가는 것이니 모호한 두려움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몸의 언어이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은 볼 수 없고 읽지 못하기에 우리는 타인에 대해
1867년 10월 18일 알래스카 러시아 총독 관저 앞에서 러시아와 미국 군인들이 열병식을 했다. 포병대의 굉음과 함께 러시아의 국기가 내려갔고 미국의 국기가 올랐다. 페스트초로프 대위는 “로소 장군, 나는 러시아 황제의 권위로, 알래스카의 영토를 미국에 인도하겠소”라고 했고, 미국 로소 장군은 서류를 받았다. 알래스카가 미국으로 공식 이양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의 49번째주 이며 한국면적의 17배, 멕시코보다 넓은 171만7854㎢의 거대땅은 그렇게 미국영토가 됐다. 구입가격은 720만달러, 1ha당 5센트로 환산해서 계산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당시 미국인들은 협상을 주도한 국무장관을 두고 ‘슈어드의 냉장고’ 라며 가장 어리석은 거래라 불렀다. 가치가 없는 곳에 무모하게 너무 많은 돈을 들였다고 해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의 한수’임이 증명됐고 지금은 그 중요성이 미국내 어느 지역보다 크다. 같은 시기 알래스카를 매입한 미국은 이보다 40만㎢ 더 넓은 동토의 땅 ‘그린란드’ 매입 계획도 세웠었다. 그러나 실현되진 못했다. 이후 1946년 트루먼 행정부 당시 미국 정부는 덴마크 정부에 그린란드를 1억달러에 매입하겠다고 다시 제안했으나 거절 당했다.
백색의 작렬하던 태양 빛이 한풀 수그러지고 나니 하루해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땅속에서 수년을 애벌레로 살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단 2주 동안만 살다 죽는다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세상을 진동시키고 있다. 수년 전 필자가 문화예술기관에서 교육 담당을 맡고 있었을 때, 한 남성분이 찾아와 엉뚱한 요구를 한 적이 있었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에 너무나 감동해 미술을 배워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술 수업에 등록한 후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모사하는 방법을 배워볼 수 없냐고 물어왔다. 이분의 요구는 당시 담당하던 프로그램의 취지에도 맞지 않았을뿐더러 수업을 이끌고 있던 선생님께도 실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필자는 그 요구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보다 꽤 어린 나이였던 필자에게는 이분의 요구가 좀 엉뚱했다는 것 말고도 께름칙했던 구석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며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남겼던 모딜리아니의 사생활에 대해 필자가 슬며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그분이 어떠한 계기로 모딜리아니를 좋아하게 됐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무조건 그분을 안 좋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
대설(大雪) /이택회 나니 너니 여니 야니 다툼이 지나치면, 천지는 화가 치밀어 평소 않던 일을 한다. 하늘은 땅에 내려오고 온 마을은 승천한다. 시인은 정읍출생으로,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삶을 달관하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문화콘텐츠학을 공부하고 있기도 하고, 수필로 지역문학의 시선에도 폭넓게 문학의 밭을 뿌렸다. ‘시조시학’을 통해 시조시인으로 등단해 시조집 ‘여보게, 보자기’ 등이 있고, 가람시조문학상도 받았다. 짧은 단시조인데 삶의 이야기에 대한 집요한 애착과 언어감각을 일으킨다. 바쁜 삶에서 발이 닿지 않는 곳에 마음이 닿게 하는 지혜를 체득할 수 있다. 마음의 길을 내는 것, 삶은 사실 여기서부터 시작일 것이다. 활기차면서도 평화로운 일상의 풍경들은 대설이라는 시공간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자연순환의 질서에서 자애로운 심사들로 고향마을의 생성한 의미와 가치의 재생들로 사람들의 내면의식들을 소박한 심성으로 깊은 애정과 각성들을 짙게 전언해 주는 시다./박병두 문학평론가…
광주시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 선생의 뜻을 헌양하는 ‘해공 민주평화상’을 제정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했던가? 자치분권 시대를 이끄는 민선시장에게 주어진 제일의 덕목은 지역의 역사와 역사 속 인물을 챙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광주시 초월면에서 태어난 해공 선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했다. 독립을 염원한 해공 선생은 1919년 3월 5일 제2차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해 일본에 저항하며 수많은 시민과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만세 시위 이후 해공 선생은 26세의 나이에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조국을 떠나게 된다. 1919년 4월, 상해에 모인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손길을 피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우고 임시헌장을 공포하며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포했다. 해공 선생은 임시정부 초대 의원과 내무총장을 맡으며 타국에서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해방이 된 이후 26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해공선생은 민주주의 기초 확립, 민주세력 집결 강화, 책임정치 실현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1956년 5월 한강백사장 유세에서는 무수…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지구의 미래를 맡겨두는 것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인간이 자신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가져야할 생태학적 전망은 과연 무엇일까? 백남준아트센터는 오는 9월 22일까지 인류세라 불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편향된 감각을 가진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권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생태감각’전을 선보인다. 전시는 ‘인간의 자연’과 ‘서식자’라는 주제로, 총 10팀의 작가들이 현재 인간 종의 지속성을 위한 인간의 권한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 생존을 위한 새로운 감각을 관람객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이번 전시 ‘생태감각’의 포스터를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포스터는 명확하지 않은 그림들이 서로 얼기설기 그려져 있어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식물과 곤충, 숲속의 버섯, 바다 속 문어 등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전시는 인간중심적 사고에 의해 가려져 있던 무수한 생명체와 비생명체들을 조명한다. 전시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으로 시작하는데 ‘다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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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전국에서 각종 기념사업이 펼쳐졌다. 여기에 더해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반 아베운동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한 누리꾼의 댓글은 이번 불매운동의 표어가 됐다. 이처럼 국가나 일부 단체가 아니라 국민들이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처음엔 반일운동이었지만 현명한 시민 집단지성은 일본 국민이 아니라 아베 정권으로 창끝을 집중했다. 일본제품 사지 않기, 일본 여행 안가기 등 불매 운동의 여파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불매운동에 이어 국립묘지에 묻혀있는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을 이장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현재 국립묘지엔 수많은 독립투사들과 민간인을 살해한 독립군토벌대 간도특설대 장교 김백일과 자신의 첫 출전 목표가 “야스쿠니 신사(안장)”였다고 밝힌 신태영,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한 악명 높은 친일 경찰 노덕술도 있다. 이와 함께 친일문화 잔재를 청산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경기도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박힌 친일 문화 잔재 청산을 위해 ‘경기도 친일 문화잔재 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도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