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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외유성 출장 및 ‘해적 학술단체’ 관련 학회 참석 의혹, 아들의 호화 유학 논란 등이 제기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별도로 다주택 보유와 꼼수증여 논란 등이 제기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도 전격 사퇴했다. 결국 ‘3·8 개각’으로 지명된 장관후보자 7명 가운데 2명이 동시에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논의 끝에 후보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최 후보자의 경우에도 “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관련 문제 등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장관후보자들의 청문회에서는 도덕성과 자질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이 여러 후보들에게 제기됐다. 여당 원내대표조차 “국민 눈높이나 정서에 맞지 않는 분들도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조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와 최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국민 눈높이와 정서를 고려한, 더 늦지 않은 시기에 이뤄진 합당한 조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선 청와대 인사 검증라인의…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자원은 아마도 사람, 즉 인재일 것이다. 그 인재들은 합당한 교육을 통해 육성된다. 한 분야만 잘하면 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만 거기에 튼튼한 기초교육을 통한 기본 소양이 갖춰진다면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일등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교육을 매우 중시했다.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만큼은 좋은 학교에서 공부시켜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논밭 팔고 소까지 팔아 대학을 보냈기에 한때 상아탑 대신 ‘우골탑(牛骨塔)’이란 말도 유행했었다. 이런 교육열이 있었기에 그나마 우리나라가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도 인상 깊었던가 보다. 그는 재임 중 몇 차례 한국 교육을 언급했다. 2009년 취임 첫해부터 한국의 교육열과 교육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5년엔 “한국, 핀란드와 같은 곳은 교육제도가 정말 잘 되어 있다” “한국의 교사는 의사나 기술자가 받는 수준에서 봉급을 받고 있으며 존경 받는 직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의 교사가 의사만큼 급여를 받지
경제가 너무 안 좋은 것이 사업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의 엄살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진다. 특히 서민생활, 민생이 너무 어렵다. 식당마다 손님이 확연하게 줄었다. 북적이던 상가의 1층은 폐업과 재 개업이 악순환 되고 2층 이상은 여기저기 빈 가게에 ‘보증금 없음’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오죽하면 그럴까. 일자리, 청년취업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부는 올해 2월 취업자가 26만 명이나 늘어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막대한 예산을 퍼부은 공공근로 같은 노인형 단기 일자리사업으로 만 60세 이상 취업자가 40만 명 증가한 때문일 뿐, ‘경제의 허리’라 불리는 30·40대 취업자는 24만 명이나 줄었다.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15만1000명), 금융 및 보험업(-3만8000명) 등은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작년 4월부터 11개월 연속 줄었다. 실업률은 4.7%,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13.4%로 계속 치솟고 특히 청년층(만 15~29세)의 체감 실업률은 무려 24.4%나 된다. 전체 체감실업률과 청년층 체감실업률 모두 2015년 1월 통계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쉰을 넘긴지 이미 오래인데 이룬 것 없이 세월만 헛되이 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후반생을 생각하면 다산 정약용과 강진이 떠오른다. 꽃샘추위가 유난했던 지난 주말 강진을 여행했다. 지난해 가을, 다산 정약용 해배 200주년을 기념해 강진에서 남양주까지 해배길 걷기행사에 참여했던 인연으로 강진군문화관광재단의 초대를 받았던 것이다. ‘2019 올해의 관광도시’에 선정된 강진은 ‘남도답사1번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행지로서 갖출 것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강진만과 월출산의 아름다운 풍광, 무위사와 백련사를 비롯한 즐비한 문화유적, 결코 잊을 수 없는 남도의 맛이 어우러진 곳이기에 강진에 들어서면 늘 가슴이 설렌다. 1박2일의 일정은 강진만 생태공원을 걷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강진만을 뒤덮은 갈대숲은 철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관이다. 백련사 동백숲을 걸으며 바닥을 붉게 물들인 동백꽃에 취해 있을 때 비바람이 몰아쳤다. 비를 피해 다산초당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우박까지 쏟아졌다. 매년 찾아오지만 꽃샘추위야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루 이틀만 지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라고 읊으면서 “겨울은 오히려 /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었다. /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라고 봄을 이야기했다. 시인이 생명이 움트는 봄의 기운을 잔인함에 비유한 것은 아마도 엄동의 겨울을 지내온 인내의 고통을 표현하고자 한 의미였으리라. 봄만큼 인간의 감성을 풍성하게 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은 목소리와 각종 미사여구를 동원해 봄을 노래했다. 이런 봄의 화신(花信)이 20여일이나 일찍 왔다. 덕분에 시야가 머무는 산마다 들마다 울긋불긋 하다. 홀로 단아하게 봄을 맞이하던 목련은 벌써 하얀 옷깃을 여미듯 꽃잎을 떨구고 있다. 따라서 올 것 같지 않던 봄도 어느덧 여름을 향해 성큼 달아난 느낌이다. 예년 같지 않은 계절 탓에 울상인 곳도 생겨났다. 벚꽃 축제를 계획했던 지자체들이다. 이런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찍 꽃망울 터트린 벚나무의 자태는 아름답고 화사하기만 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봄이 희망과 부활의 계절임을…
추위는 이제 끝나고 꽃소식이 밀려온다. 여름 지나면 선풍기 먼지 털어서 비닐 씌워 창고에 넣어 두듯이 추위 이야기는 이제 곱게 개어서 장롱 속에다 넣어 둬야 할 때가 됐다. 비교적 북쪽 지역인 우리 동네도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청평 호반에 얼음이 녹아 보트 놀이가 가능해졌는가 싶었는데 오늘은 보니 개동백은 노란 물감이 탈색되기 시작했고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진달래가 성급한 계집아이 새 옷 입혀주면 자랑하러 뛰어 나가듯 꽃망울을 터트리고는 뽐내기 시작을 했다. 4월은 나 개인적으로 보나 국가적으로 보나 난제가 수두룩한 달이다. 사방천지 꽃소식에 묻혀, 가는지 모르게 지나는 4월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4월이 오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두렵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잔인한 4월이 시작되었는지 모르나 시대도 많이 변했건만 4월이 오면 잔인한 4월이라는 이야기가 여전히 많이 나오고 그래서 그런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아직 아물지 않은 아픔이 있다. 기억하기조차 싫으나 차마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일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어제 어느 라디오 프로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한 것을 가지고 대담이 있었다. 그런데 너…
최근 배우자의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속상했거나 화가 났던 순간이 있었는가? 그 불편했던 상황을 떠올려보자. 만약 그때 배우자가 어떤 행동 또는 말을 했으면 내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까? 그 당시 배우자에게 기대한 것은 무엇인가? 평소 1시간 정도 운전하면 충분히 도착 가능한 거리를 도로 사정 때문에 2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3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했는데 운전 2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어느 경우가 더 피곤할까? 운전한 시간은 같기 때문에 육체 피로도는 동일할지 모르겠지만, 예상(기대)보다 긴 시간 운전한 경우 심리적 피로가 높아진다. 매일 오가며 잘 알고 있는 출근길에도 내 기대와 다른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하물며 부부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발생하겠는가. 부부 사이에도 기대가 존재한다. 하지만 배우자는 내 ‘기대’에 항상 부응하는 사람이 아니다. 배우자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기대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기대가 합리적이지 않다면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지게 된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자몽 /김명은 꺾인 나뭇가지에 유리 풍선이 얹혀 있다 이빨에 물어뜯긴 입술로 입을 맞출까 음소를 노랗게 물들이며 태양의 허밍을 청취하고 있다 첫 키스가 마지막까지 숨겼던 어절이 드러나는 시간 다물어버린 입속에서 성조(聲調)가 썩고 썩은 침묵이 쏟아진다 칼날은 시고 달고 쓰다 따뜻한 혀에 얼어붙은 알갱이 침묵을 이겨낸 혀가 출구 없는 악보를 읽는다 방랑하던 음이 혀끝을 처음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 김명은 시집 ‘사이프러스의 긴팔’ 우리는 언제까지 ‘꺾인 나뭇가지에 얹혀 있는 유리 풍선’처럼 불안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것일까. 행복을 가장한 불행에 언제까지 입을 맞추어야 하는 것일까. 태양의 허밍을 듣노라면, 칼날처럼 예리한 첫 키스의 추억은 달콤만 해야 마땅할 것이나, 실은 자몽처럼 시기도 쓰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고백해야 한다. 그로부터 이어지는 다물어버린 입 속의 썩은 침묵들. 그러나 우리의 혀마저, 심장마저, 얼음 알갱이처럼 차가워진 것은 아니다. 비록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일지라도 우리는 악보를 읽듯 우리의 삶을 허밍하여야 한다. 방랑하는 음이 방랑이 아니게 될 때까지./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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