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조정인 고양이와 할머니가 살았다 고양이를 먼저 보내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고양이는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두고 갔다 발톱이 그린 무늬의 중심부는 거칠게 패었다 말해질 수 없는 비문으로 할머니는 그 자리를 오래,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는 했다 하느님은 묵묵히 할머니의 남은 5년을 위해 그곳에 당신의 형상을 새겼던 거다 고독의 다른 이름은 하느님이기에 고양이를 보내고 할머니는 하느님과 살았던 거다 독거, 아니었다 식탁은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다 식탁은 침묵의 다른 이름이었다 고양이는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먼저 죽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고양이는 할머니를 위해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남겨 놓았다. 할머니는 그 자국을 쓰다듬으며 살았다. 할머니와 고양이 사이에 남겨진 발톱자국. 작고 사소한 흔적이라도 그렇게 남기고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흔적을 하느님의 형상으로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던 식탁’처럼 그 흔적이 나에게 남게 된 것을 기꺼이 받아들 수 있다면
소규모 기업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경기 침체로 일감이 감소해 공장가동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최저임금이 인상돼 인건비 부담까지 안게 되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규모 기업 경영자들은 자구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푸념하면서 정부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소규모 기업인들과 소상인, 자영업자들의 절박함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세무조사를 제외·유예하기로 했다. 세무검증에 대한 부담 없이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한다. 도소매업 등은 6억 원, 제조업·음식·숙박업 등은 3억 원, 서비스업 등은 1억5천 만 원 미만 등 소규모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조금의 도움은 되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임시처방이다. 경기도에서도 소규모 기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소규모 기업환경 개선사업’이다. 도가 시군과 협력해 작업환경과…
설을 앞두고 도내 물가가 또 들썩인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의 오름세가 두드러져 걱정이다. (본보 1월 31일자 1면보도) 전반적인 설 제수용품의 가격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지난 연말 외식비 식료품비 연료비 등 생활 물가가 전방위에 걸쳐 치솟은 게 한 달도 안 된 일이다. 그런데도 설 대목 물가까지 오른다면 서민 살림살이에는 직격탄이다. 소비자의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고 설 대목 실종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실제로 설에 주로 사용되는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달걀·배추·무·사과·배·밤·대추 등의 생활물가지수는 지난 12월 동월 대비 사과는 9.0%가 올랐으며, 배 29.5%, 감 11.5%, 귤 6.6%, 국산·수입 소고기 3.0%이 각각 올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서민들은 오를 대로 오른 물가에 지갑을 닫고 있는 상태인 반면 대대적인 할인전에 나선 유통업계는 계속되는 매출감소에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설 물가 안정 정책에도 소비자나 업계 가릴 것 없이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생필품과 서비스 가격은 잇달아 올랐다. 미용실 커트비는 15%, 치약은 최고 20% 상승했다. 일부 커피·피자·빵은 3
짧고 비극적 인생을 살다간 제임스 딘이 주연으로 출연한 ‘이유없는 반항’은 누구나 공감하는 시대적 영화로, 그가 출연한 세 편의 영화 가운데 당시 청소년 비행이라는 문제적 사회현상을 잘 담아내 작품성이 가장 뛰어났다고 평가된 1950년대 걸작이다. 1955년 스크린에 걸린 영화 속 장면을 들여다보면 친구들과 학교라는 사회속에 적응 못하고 떠돌던 학생인 짐(제임스 딘)은 술을 마시고 경찰서 잡혀갔다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주디(나탈리 우드)와 플라토(살 미네오)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짐은 주디를 좋아하게 되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며 다가가자 예전부터 주디와 사귀고 있었던 남자친구 버즈가 짐에게 시비를 걸며 절벽에서 자동차 게임을 제안한다. 짐과 버즈 두 사람이 서로의 차로 절벽을 향해 달리다 먼저 차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게임에서 지게 되는데 여기서 버즈는 실수로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다. 이 장면은 미국에서 195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회문제가 된 게임으로 두 운전자가 서로 정면 향해 돌진하는 코스를 잡고 질주하다 먼저 피하면 지는 게임을 비슷하게 묘사한 것으로 먼저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현 정부는 선거 공약에서 아동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이름만 바꾼 비슷비슷한 정책을 제시하고 일부 시행해 오고 있다. IMF 사태 이후 ‘방과후공부방’에서 출발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04년 법제화된 후 15년 동안 방과후 아동돌봄을 저예산의 열악한 환경을 무릅쓰고 전방위적으로 감당해왔다.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예산과 1일 한 아동당 1천원꼴의 예산을 받으면서 전국 10만여명의 맞벌이 한가정 저소득 아동을 방과후부터 학부모 귀가시간까지 돌봐왔다. 운영시설장들의 주장에 따르면 “저임금에 시설임대비, 차량운행비, 기타 시설환경충당비는 자부담으로 떠안고 15년을 버텨왔는데 현 정부의 임금정책, 노동시간정책, 아동복지정책의 변화에도 그에 걸맞는 정부 지원은 고사하고 오히려 열악한 복지사가지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한숨을 쉬는 것을 봤다. 마침내 지난 1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전국지역아동센터 종사자 6,000여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 날의 집회 목적은 ‘지역아동센터 정부예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종사자 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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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까지 법인 및 개인사업자 중에서 과세사업자들은 2018년 2기 확정분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했다.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면서 과세사업자들은 매출액을 확정하는데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들은 부가가치세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 농·축·수산물도·소매업, 도서·신문·잡지(광고 제외)판매업, 인허가를 받은 학원업, 병·의원, 치과, 한의원 등 의료업, 대부업, 주택임대업 등이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사업이며, 위와 같은 사업을 운영하는 면세사업자들은 ‘사업장 현황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면세사업자라도 소규모 사업자인 복권, 담배, 연탄 등 소매업, 인적 용역 제공자 등은 사업장 현황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장 현황 신고는 직전 1년간의 매출액과 사업장 현황, 매출·매입처별 계산서 합계표, 매입처별 세금계산서 합계표 등을 신고하는 것으로 다음 해 2월 10일까지 신고해야 한다. 대부분의 약사업이나 성형수술 등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의료용역이 있는 의료업은 부가가치세법상 겸영 사업자로 부가가치세 신고 시 과세와 면세 매출액을 신고
2016년 6월 23일 이뤄진 영국 국민투표 개표 결과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됐다. 누구나 다 영국의 EU탈퇴는 이익도 있지만 손해가 크다고 본다. 이런 상황인데도 왜 영국은 브렉시트를 하게 된 것일까? 영국은 원래 유럽국가들 중에서도 이기적인 국가로 유명하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에 최강의 국가였던 영국은 수많은 식민지들을 거느리면서 엄청난 부를 가진 국가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유럽의 리더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영국 입장에서는 자신이 유럽의 리더이기 때문에 당연히 EU창설이 되면 자신이 중심이 되서 EU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EU를 가입하고 나니 영국은 자신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우위에 설수 없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이민자 문제의 경우 최근 영국은 자신들의 나라로 들어오는 이민자 문제 때문에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2015년 한해에 만도 영국으로 몰려온 이민자 수는 무려 37만명으로 이 숫자는 영국이 예상한 이민자 수보다 몇 배나 많은 숫자였다. 그리고 주권침해 문제이다. 영국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은 그 어떤 나라보다 강했는데 EU의 가입으로 인해 이러한 주권의 일부를 유럽연합에 할애해야 하는
변경 /허은실 늦은 찬으로 묵나물을 먹는다 나물 삶는 냄새 가득한 마당 어린순을 한 짐씩 부려놓던 사내 새 흙 무덤에 고사리 고사리 이러다 봄이 오겠어 - 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 문학동네 하나의 죽음이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반원의 풍경이 서늘하다. 만삭인 여자가 누워 있는 형상의 반원, 무덤 위에 자란 “고사리”의 이름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고사리” 이름만 들어도 산란해진다. 벌써 봄의 길목에 들어선 듯한 긴 겨울의 끝자락. “나물 삶는 냄새”가 코 앞까지 번져 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러다 봄이” 오고야 말겠다. /권오영 시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28일 밤 93세로 세상을 떠났다. 한 많은 삶이었다. 김 할머니는 15살부터 8년간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차마 감내하기 어려운 온갖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전 세계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징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해온 인권 평화 활동가이기도 했다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설명처럼 김복동 할머니는 국제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여론을 고조시키는 활동을 이어 왔다. 1992년 본인이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어 1993년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엔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해 성노예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 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서 위안부 피해를 알림으로써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정부에 정면으로 맞섰다. 1992년 1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김할머니는 2017년 말 병석에 눕기 전까지 거의 매번 집회에 참석했다. 고인은 박근혜 정부 시절 위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