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완충의 시기쯤에는 하는 일이 있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청소를 해서 공간을 비우거나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 중에 관계가 소원해서 어떻게 알게 된 사람인지 기억조차나지 않는 낯선 이름을 주소록에서 지우며 마음의 용량 관리를 하게 된다. 새해를 맞이하려는 중요한 의식처럼 해 오던 일이라 올해도 확인하니 고마운 이름과 서운한 이름 언젠가는 연락이 될 것도 같은 희미한 이름, 잠시 인연이 닿아 전화번호를 나눈적은 있었으나 소소한 일상의 안부를 물을 만큼 서로의 근황을 공감하기 어려운 이름들이 차례로 지나간다. 그러다 지속될 관계의 사람이 아닐거면 바람에 흩날릴 먼지처럼 지우게 된다. 서로의 목소리로도 안부가 되어 관계를 이끌 수 있어야 약한 인연이나마 이을 수 있는데 평소 그다지 부지런하지 못하여 좋은 사람도 곁에 머물게 하지 못한 채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휴대폰 가득 채우고 있는 밴드나 카톡에서 다수의 근황을 보며 그나마 적은 궁금함조차 해결되고 나면 개인적인 인연을 이어 갈 수 있는 방법은 날이 갈수록 서투르게 된다. 다정한 사람이 보기 좋다. 사람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관리를 잘할 마음밭이 마련되어 있어 보여서다. 감정이 마른 나로
세월이 흘러 가는 것이 느껴진다. 세월 따라 작가도 함께 성숙해 가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피나는 노력이 필요 하다. 작품속에는 그 작가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녹아 나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의 세계만이 그렇치는 않을 것이다. 모든 분야의 정상에 서있는 사람들의 내면속에는 그 만이 가지고 있는 고통속에서 승화된 성숙한 인격이 있다. 그것이 각 분야에서 때로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측은지심으로 표현될 때 대중들은 환호한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포장을 멋지게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진실은 보여 지는 것이다. 너무 늦게 발견하여 모두가 상처가 되는 일은 일어 나지 않아야 한다. 유럽을 여행 하다 보면 긴 시간의 열차를 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독일 카셀로 가는 길은 뮌헨에서 열차를 한번 갈아 타고 거의 하루종일 갔다. 차창 밖으로 변해 가는 나라별 풍광을 바라 보며 긴 상념에 잠길 수있어서 그 시간이 무척 좋다. 때로는 일부러 침묵을 택하고 그 나라의 대표적 작가의 사유와 삶이 어떤 작품으로 표현 되었나를 퍼즐 맞추듯이 연결 시키면 작가의 내면이 보이고 사상적 배경이 이해가 된다. 피카소는 생전에 최고의 영광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구속됐다. 사법부 전직 수장의 구속은 사법부 71년 최악의 아픈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2명이 구속 수감돼 있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비극이기도 하다.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40여개 혐의를 적용한 검찰은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고 특정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것은 삼권 분립을 위배한 범죄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판단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단순히 보고만 받은 게 아니라 직접 개입한 정황을 보여준 증거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기소 후 재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및 법원행정처 수뇌부의 행위가 사법행정권 남용인지를 세세하게 밝혀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법원은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재판에 임하는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전직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인구 5천 만 명 이상,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를 ‘30-50 클럽’ 국가라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6개 국가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일곱 번째로 진입했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과거에 세계를 상대했거나 식민지를 경영했던 초강대 제국들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오히려 약소국으로서 식민 지배를 받았고 수탈과 전쟁으로 황폐화됐던 나라다. 그래서 30-50 클럽 진입이 더욱 뜻 깊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2만795달러를 기록하면서 2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고 12년이 지난 지금 3만 달러를 돌파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3.5%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경우 2022년에 4만 달러를 넘어서고, 성장률이 3% 수준이면 2023년, 2.5%면 2014년, 2%면 2027년에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수출에 의존한 성장’이기 때문에 소득의 많은 부분을 대기업이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한다. 그러
(좋은 사람들) 1990년대 말 불어닥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방차치단체들이 외국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필자가 경기도 관련 홍보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미국인 몰몬교 선교사 두 명을 찾아가 외국투자가 연기를 부탁했다. 한여름 오후 내내 실내와 실외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촬영을 마치고 수당을 지급하려 하자 받기를 사양했다. 미국의 몰몬교 청년들은 대부분 선교를 위해 집을 떠나는 것이 전통이다. 그러나 순수 자비로 선교생활을 해야 하며, 선교지에서 봉사할 때 절대 대가를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군 관련 업무를 담당할 때 한국에 온 미군장병들을 위한 교육용 비디오를 제작한 일이 있다. 제작완료 전 의견 청취를 위해 홍보전문가와 한미 군 관련 인사들을 초청해 시연회를 열었다. 그런데 미군장교 두 명이 수당지급 문서에 계좌번호를 기재하지 않았다. 회의 참석이 공무수행이므로 별도의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행한 군부대 소속 통역관이 계좌번호를 적으려 하자 나무라기까지 했다. (나쁜 사람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해 5·18 관련하여 명예훼손죄로 기소됐지만 치매질환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그런데 며칠 전 강
클럽의 역사적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클럽은 초기의 나뭇가지나 지팡이 등을 이용한 상당히 유치한 것이었고, 15세기에 이르러 골프 도구의 제조는 활이나 칼을 만드는 무기 제조 직공들의 부업이 됐으며, 전쟁 때는 무기를 만들고 평화 시에는 골프 클럽을 만들어 판매했다. 우드의 헤드로는 감나무인 퍼시먼이 주재료이며, 비행기의 프로펠러를 본떠서 만든 단단한 합판 헤드도 나왔다. 샤프트로 쓰이는 강철로는 총신에 쓰였던 쇠가 사용됐으며, 아이언의 헤드는 쇠를 달구어 때려 만들었는데 전차 생산 공법을 응용했다. 이렇듯 골프 도구의 제조는 전쟁 무기를 위하여 개발된 기술이 전용됐다. 탄소 섬유 샤프트는 우주 개발의 부산물이며 클럽은 전쟁 문명을 평화적으로 이용한 표본이었다. 골프클럽은 1934년의 미국 골프계의 한사람이 20개 이상의 클럽을 가지고 라운드하는 것은 상식이었으며, 대회에서 상위에 랭크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클럽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풍조가 있었다. 골프가 본질적으로 왜곡돼 버리려 하는 위화감이 고조되면서 1938년에 공식경기에 사용하는 클럽의 수를 14개 이내로 제한하는 규칙이 생겨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클럽이 저마
미국은 지금 세계 최강의 패권 국가이다. 미국의 패권은 앞으로 백 년, 이백 년은 지속될 것이다. 미국이 그렇게 장기적인 패권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함에는 6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풍부한 농산물이다.미국은 넓고 비옥한 땅에 완벽한 수리 시설과 운송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농산물 수출에서는 2등이 없는 1등이다. 중국의 약점 중의 하나가 농산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석유 매장량이다.최근 연이어 발견한 자료로는 미국의 석유와 가스 매장량은 미국이 500년을 쓸 수 있는 매장량이다. 미국 여행을 하노라면 곳곳에 석유를 뽑아 올리는 방아 같은 기구가 움직이고 있고 그 위에는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미국의 풍요함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셋째는 대학이다.미국 대학들의 경쟁력은 다른 나라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 100대 명문 대학들 중에 절반 이상이 미국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에서 해마다 인재들을 배출한다. 네 번째는 민주주의이다. 민주당, 공화당 양당 체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 4년마다 자유 경쟁으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더러는 잘못 뽑히기도 하지만 4년 후에는 국민들이 갈아 치울 수 있는 열린 체제이다. 다섯째는 기독교다.미국은 프로테스탄…
이미 상당하게 진행된 제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의 인간다운 삶’에는 더욱 큰 위기가 도래했다.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 하였지만 인간이 인문학에 대한 깊이가 없었다면, 아마도 인간은 기술문명의 노예가 될 것이 자명하다. 근대문명의 슬로건이었던 자유(민주주의)와 평등(사회주의)과 박애(기독교)는 과학기술의 정보와 계산, 기계의 신 앞에 이미 굴종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의 선언은 이제 “인간은 죽었다”로 바뀌어야 될 성 싶다. 오직 기계문명에 굴종하는 호모 사피엔스, 이미 기계인간, 사이보그가 될 준비를 마치고 있는 시점에서 인문학을 받쳐온 인간의 상상력과 자유의지와 합리적 삶은 이제 ‘기계적 삶’으로 대체돼 가고 있으며, 인간은 생각도 기계가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이 확보한 문명의 데이터는 포화상태로 인공지능(AI)이라는 노예를 요구하고 있다. 철학의 선진국인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철학의 종언이 선언된 지 이미 오래이며 철학의 기여는 미약할 뿐이다. 심지어 과학기술문명의 주변부에서 들러리로 옛 영화를 들먹이면서 말장난을 하고 있는지도…
프랑스 화가들에게 남부지방은 도피처이자 꿈과 이상향을 일으키는 곳으로 인식돼 왔다. 화가들은 파리에서 지내면서 지친 마음을 쉬게 하고자 남부 지방을 찾곤 했는데, 여행지에서 뜻밖의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예술 세계의 큰 전환점을 얻기도 했다. 세잔은 엑상프로방스에서 자랐다. 파리에서도 오래 활동을 해왔지만 위대한 업적은 고향인 엑상프로방스에 다시 정착한 이후에 달성이 되었다. 고흐 역시 생애의 마지막 몇 년을 아를에서 보내며 노란색이 찬연하게 빛나는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 화가들은 남부를 여행하며 지치고 상처 받은 마음에 안정을 찾았고, 파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온화한 공기와 따사로운 햇빛 속에서 새로운 색채 자극을 받았다. 때론 지중해를 바라보며 이국적인 세계를 꿈꾸기도 하였다. 마티스가 니스 여행 중에 얻었던 감흥도 그것이다. 그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니스에서 남겼던 종적은 매우 인상적인데, 그는 이곳에서 화가가 지닌 모든 관능을 자유롭게 펼쳐보였던 것이다. 파리에서 체류하던 그가 갑자기 니스를 방문했던 것은 쉼이 필요해서다. 그의 건강은 쇠약했고, 화가로서의 자아도 위축됐으며, 부인과도 이별한 후라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1918년에 그린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