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단기간 대폭인상, 대학강사를 정규교원으로 인정하는 대학강사법,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폭행사건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는 폭력성이 표출된 사건들이다. 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하청업체 근로자, 양진호 회장과 송명빈 회장의 직원폭행, 네 살배기 친딸을 죽음으로 내몬 자녀학대, 모친을 학대했다는 호텔 사장 등 근래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만 해도 끝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강사법의 경우 목적이 선한 것은 맞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누군가의 희생과 양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양보를 우월한 지위와 권력으로 강제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폭력의 한 형태이다. 이런 유무형의 폭력성은 상대방을 대등한 존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심리에서 나온다. 상대방에게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근거 없는 우월감이다. 국제관계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서로 상대방의 양보를 먼저 요구하는 김정은-트럼프의 관계도 결국은 같다. 상대방 또는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모든 인간관계는 폭력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예산안 대립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권력적 속성 미국의 트럼트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의…
자화상 /한하운 한번도 웃어 본 일이 없다. 한번도 울어 본 일이 없다. 웃음도 울음도 아닌 슬픔 그러한 슬픔에 굳어 버린 나의 얼굴. 도대체 웃음이란 얼마나 가볍게 스쳐가는 시장기냐. 도대체 울음이란 얼마나 짓궂게 왔다가는 포만증이냐. 한때 나의 푸른 이마 밑 검은 눈썹 언저리에 매워 본 덧없음을 이어 오늘 꼭 가야 할 아무 데도 없는 낯선 이 길머리에 쩔룸 쩔룸 다섯 자보다 좀 더 큰 키로 나는 섰다 어쩌면 나의 키가 끄으는 나의 그림자는 이렇게도 우득히 웬 땅을 덮는 것이냐. 지나는 거리마다 쇼윈도 유리창마다 얼른 얼른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이 자기 성찰에서 출발했다면, 한하운 시인의 ‘자화상’은 자기 존재에 대한 일종의 환멸과 자기 부정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참혹한 현실 폭로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건강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존재의 뜨거운 열망이 아닐까.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을 되찾고 싶은 서러운 절규가 아닐까.한하운 시인(1919~1975)은 중도에 나병을 얻었다. 생의 연속적인 붕괴에 따른 상실감에 함몰되어, 삶에 대한 원망을 하려면 얼마든지…
‘나 혹시 중병에 걸린 거 아닐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기 마련이다. 요즘 몸 상태가 조금만 좋지 않아도 이런 불안에 빠지는 건강염려증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서 의학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고,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많은 의학 정보들이 난무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건강염려증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실제보다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여 불안해하고 공포를 갖는 일종의 강박장애다. 사소한 신체적 증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의사의 말도 믿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심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두려움이 심각해지면 우울증도 겪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 결과, 만 15세 이상 한국 사람의 35.1%만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65%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여기는 건강염려증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증상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공통점은 병원을 돌며 CT, MRI 등 각종 검사를 반복하는 닥터 쇼핑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적 증상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임을…
봄날은 간다는 노랫말 흥얼거리며/ 가끔은 말 바꾸어/ 겨울도 간다로 흥얼거린다. // 엄동설한 북극 한파 밀려와도/ 동지 지나니 팥죽 먹은 값 하려는지/ 지는 해 짊어지고/ 한걸음 두 걸음 더 걸어간다. // 소한 지나니 성깔을 내봤자고/ 대한도 지나 보름이면 입춘이고/ 다음날이 설날이니 천하의 동장군도/ 떡국까지 먹고 나면 슬그머니 물러나리 // 엄동설한 길 다하나 오는 봄 어찌하리/ 춥다, 춥다 입버릇 들까마는/ 찬바람 몰아내는 봄바람 불어오리 // 동지섣달 긴긴밤도 새벽닭이 깨우니/ 제 아니 일어나고 버틸 재간 있으리오/ 붙들지 않으니 서운한 마음에 빨리 가리 // 총총걸음 섣달 초승달도 갈 길 바쁜 이유/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 기대 부푼 벌 걸음/ 겨울도, 겨울도 간다네 긴긴 겨울 간다네 위 작품은 며칠 전 퇴근길에 서쪽 하늘을 향해 나지막이 흘러가는 초승달을 보면서 흥얼거려 본 것이다. 어느새 섣달 초승달을 보니 이제 혹독한 추위도 기승을 부려 본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린 시절 지녔던 설과 대보름 명절에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잠시 추위를 잊게 한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운 거 같고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나 콜록거리는 사람 천지다…
여러 사람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IT,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코딩교육, 빅데이터”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정작 중요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은 주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ICT와의 융합을 통해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물론, 4차 산업혁명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표현되는 3차 산업혁명의 부산물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2018년 12월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5년간 5,756억 원을 투입해 SW 핵심인재 1만 명을 양성하기로 했으며, 이 같은 내용의 ‘4차 산업혁명 선도인재 집중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증강현실, 가상현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인력이 3만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른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열쇠는 뭐니해도 사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핵심인재 양성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상당히…
눈과 얼음 /나희덕 사흘 내내 폭설이 내리고 나뭇가지처럼 허공 속으로 뻗어가던 슬픔이 모든 걸 내려놓는 순간 고드름이 떨어져 나갔다 내 몸에서 시위를 떠난 투명한 화살은 아파트 20층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제 사람들은 내 슬픔과 치욕을 알게 되리라 깨진 얼음 조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밟으며 지나가리라 얼음 조각과 얼음 조각이 부딪칠 때마다 얼음 조각이 태어나고 부드러운 눈은 먼지와 뒤엉켜 눈멀어 가리라 외적인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눈과 얼음”이 말해준다. 그런데 자유가 쓸쓸하다. 참 슬프다.‘허공’속의 슬픈 ‘나뭇가지’가 이고 있었을 눈의 무게, 그 삶의 무게가 고드름이 되기까지 견뎌야 했던 투명한 아픔을 알 것 같다. 시의 자리, 시의 조각들이 다시 부드러운 눈이 되어 내릴 때 쯤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갈 고드름을 상상해 본다. /권오영 시인
지자체 차원의 남북평화협력 관계 구축을 선도하고자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가 지난 10일 파주 출판도시 ‘지지향’에서 의미있는 토론회를 개최해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는 시·군 관계자와 남북교류 담당자 등 90여명이 참석, 남북교류협력 발전방안을 논의 한것을 알려지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북한의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은 현 시점에서 학술, 문화예술, 체육, 경제 등 민간 교류사업을 통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 남북경협이 이뤄져야 한다는 현실에 비추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수 있다. 특히 소개된 발전방안이 단기적 성과보다는 제도 개선, 기금 확충, 거버넌스 구축, 지속가능한 사업 발굴 등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과 체계를 갖추는 데 촛점이 맞춰진 것으로 나타나 더욱 그렇다. 경기도의 구상이 담긴 발전 방안을 보면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분명한 목표 설정, 지자체 남북교류 거버넌스 구축, Win-Win형 사업 발굴, 자립형 지역개발 사업 발굴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중 도가 최우선으로 설정한 남북교류협력법 등 제도 개선과 남북교류 협력기금 확충 목표는 매우 잘한일이다. 현 북한 제재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지난 10일 오전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공해상에서 낚시 어선 무적호 전복사고가 발생했다. 선장 1명과 선원 1명, 승객 12명 등 총 14명이 탄 이 배가 전복되면서 현재까지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9명은 구조됐다.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2014년 206만명에서, 2017년 414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텔레비전에서 낚시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바다낚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낚싯배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끔찍했던 최근의 사고는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의 낚싯배 ‘선창1호’ 참사다. 급유선과 충돌해 1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이보다 앞서 2015년 6월엔 추자도 낚시어선 전복사고로 18명이 한꺼번에 세상을 떠났다. 이런 대형 사고들이 일어났지만 전기한 것처럼 낚시를 즐기는 레저인구는 줄지 않고 있다. 낚싯배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이었다. 6월 19일엔 제주 한림 비양도 해상에서 낚싯배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인근어선에 의해 낚시승객들이 모두 구조했다. 10월 16일엔 전남 완도군…
며칠 전 대학 총동창회 회의를 진행할 때 의견교환과 토론이 펼쳐졌다. 회의 전반을 경청하고 있던 교수의 표정이 언짢은 듯 보였다. 이어 축사로 한마디 해달라는 진행자의 말에 무선마이크를 전달하자 뭔가 언짢은 듯 “왜 말을 짧게 하라 마라 하느냐. 당신이 내 상사야”며 지켜보는 이들을 무시한 채 격양된 언성으로 회의장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열 받은 김에’ 마구 엉켜버린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바람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의 자극이나 말과 행동에 즉각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툭 건들면 톡 터지는 꽃망울처럼 자신의 속내를 불쑥 드러낸다. 호랑이는 눈앞의 먹잇감이 나타났을 때 무턱대고 덤벼들지 않는다. 입맛을 돋우는 후각의 자극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떻게 먹잇감을 낚아챌지 숨고르기를 한 뒤에 반응한다. 사람도 자극과 반응 사이의 중간 단계가 있다. 나치 독일의 박해를 받아 죽음의 수용소 생활에서 살아남았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어떤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에 자신의 반응을 선택하는 우리의 힘이 존재한다. 우리의 반응에는 성장과 자유가 있다”고 했다. 그가 죽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두고 갈등이 깊다. 지방 군소 도시 고교는 학종이 유리하다고 한다. 서울 강남 지역 고교와 자사고, 특목고 등이 수능을 독점하기 때문에 학종을 선호한다. 반면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라고 주장하는 집단도 있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에 의해 좌우되는 입시라고 규정한다. 그나마 수능이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사회 현상에 대한 개인 간에 생각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입 제도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있다. 다른 생각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면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된다. 하지만 위의 사례는 동일한 대상을 두고 자기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당국은 수시와 정시의 입시 정책 자료를 얻기 위해 설문 조사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전형 방법에 대한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사된 통계 수치는 현상을 왜곡한다. 수능 시험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정이라는 잣대만 염두에 둔다. 이런 식이면 과거에 대학별고사 등 모든 입시 제도도 공정했다. 그런데도 대입 제도가 자주 바뀐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교육적 정의를 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