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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위해 9년째 빵 굽는 목사…사랑도 빵처럼 부풀었으면

[당신이 희망입니다_칭찬 릴레이 ⑬] 영통 평화교회 이수기 목사

 

추천 주인공은   수원농생고 이해숙 교사

 

한 학급당 한 생명 살리기 운동
기아퇴치 교육계 봉사의 대모


이해숙 교사는 20여 년간 경기도 일대의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교육계 봉사의 대모’로 알려진 인물.
“남을 돕는 과정이 결국은 자기 자신을 회복시키고 존중하는 길입니다. 밝은 생각과 값진 마음의 울림을 얻는 건 바로 봉사자 자신이니까요. 그런 소중한 경험을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꼭 한번씩 느껴야 합니다.”
교단에서도 그가 수 십년동안 강조하고 실천했던 것은 봉사다.
그 중에서도 세계 각국의 기아를 위한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 운동’이 대표적이다.
2003년부터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과 함께 시작한 이 운동은 현재 경기도 곳곳의 학교로 퍼져 도내 1700여개 학급이 동참하고 있다.
 명예퇴직 전까지 그가 그린 계획은 ‘봉사 교과서’와 ‘자원복지 아카데미’다. 전문 자원봉사자를 끊임없이 육성해 내는 프로그램이 그녀의 큰 꿈인 것이다.

영통 평화교회 이 수 기 목사

 

 

점심 한끼에 줄서는 노숙자
그들 마음 헤아릴 음식은
빵이 최고라 생각했죠
쉼터 생기면서 이젠 시설로 방문
어느새 외국에까지 ‘지점’ 생겨
정부·관공서 지원 제의 거절
봉사는 내 몫 자발적이어야 하기에
몸도 마음도 병든 외국인 근로자
악덕업주 찾아 함께 항의 하고
아플땐 병원찾아 의사들에 애걸복걸
설움 소외 보듬는 또다른 해결사

 

 

모래알보다 작은 하얀 밀가루. 계란과 뒤섞여 네모진 모양새가 삭막함을 풍기는 오븐 안에 넣어진다. 조금씩 달아오르는 열기를 온 몸에 품고 부풀기 시작한다. 제 본래 모습보다 10배 아니, 수 천배의 부피로 커진다. 곧 맛은 물론 부드럽고 보기에도 좋은 빵으로 탄생한다. 그 과정이 마치 봉사와 흡사하다. 차가운 세상으로부터 외면받는 이들에 대한 한 사람의 작은 배려가 많은 이의 열정과 버무려져 넓은 사랑의 번짐을 낳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쉽고 보기보다 어렵죠. 빵 굽는 것과 봉사하는 것 둘 다 그래요.”
빵과 봉사. 그 묘한 어울림을 보여주는 이가 있다.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자리한 평화교회의 이수기(42) 목사다.  
“노숙자들에게 빵은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죠. 줄 서서 배급받을 필요도 없고 자장면처럼 불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그 누구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인 것 같아요.” 
‘빵 목사’라는 별칭을 설명이라도 하듯 이내 빵 예찬론을 늘어 놓는다. 곧 앞치마를 둘러 매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반죽을 시작한다. 하얀 반죽은 이내 빵 틀에 채워지고 오븐 안에서 노랗게 구워진다. 교회를 찾은 5여명의 봉사자들과 담소를 나누면서도 그의 손은 여전히 바쁘다. 그가 봉사자들과 일주일에 세 차례에 걸쳐 구운 수 십개의 빵은 한 아름 사랑을 품고 복지시설 등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된다. 이 목사가 이렇게 교회에서 빵을 구운지도 9년이 훌쩍 넘었다.
빵을 처음 구운 날은 외환위기로 노숙자가 급증했던 1998년 4월 8일. 목회를 시작했던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 국화리의 작은 섬 국화도에서 수원 영통으로 옮긴 날이기도 하다.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줄 서 있는 노숙자들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주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생각을 고민했죠. 빵은 편해요. 직접 찾아가 나눠주면서 한 사람씩 이야기도 하고 친구가 되는 거죠.”
소외된 이들의 입장을 고민한 흔적이다.
최근 노숙자를 위한 쉼터가 생기고 정부 지원이 체계화되면서 수원역을 찾는 일은 줄어들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끼 식사보다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교육이라는 생각에서다. 대신 복지시설 등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빵을 굽고 ‘분점’내기에 여념이 없다.
수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의 ‘빵 굽기’는 제법 규모가 커져 국내는 물론 외국에까지 ‘지점’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과 필리핀 등 해외국가와 국내 의정부와 충주 등 사랑의 빵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이들을 위해 빵 굽는 기기를 설치했다. 곧 수원시 정자동에도 그가 세운 또 하나의 분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빵을 굽고 이웃에게 전달하느라 정작 목사의 신분으로 예배를 드릴 시간은 있을까 싶다. 하지만 ‘24시간 봉사하는 목사’답게 그의 예배에는 특별함이 더해져 있었다.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영어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처음 수원에 왔을 때 이 일대가 공장이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참 많았어요. 다쳐도 병원에 못가고 악덕업주에게 돈을 떼여도 갈 곳 없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죠. 많은 외국인들이 24시간, 언제든지 문제가 생기면 교회를 찾곤 했습니다.”
타지에서 외롭고 힘든 생활에 깊어진 마음의 병, 그것이 몸 속 어딘가에서 터져나와 큰 병을 앓게 된 외국인들. 시신조차 고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대화였다. 기독교 목사였지만 불교, 이슬람교 종교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종교가 같은 이들과는 영어로 예배를 드리고, 다른 이들과는 대화하며 직접 악덕업주를 찾아가 항의하고 병원에 달려가 의사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외국인이든 한국 사람이든 어렵고 소외받은 모든 사람이 그가 함께해야 하는 존재이자 살아가는 이유인 듯 하다. 그의 이런 활동에 정부와 경기도 각 시·군에서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그의 입장은 ‘거부’였다. 더 많이 빵을 굽고, 더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을텐데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이에대해 그는 “교회에서 당연히 해야 할 활동이고, 봉사는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같은 종교가 아닌 봉사자까지 함께하며 작은 정성을 모아 큰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같은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기 위해 매주 수, 목요일에는 장애아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목사야 밥 먹고 해야할 일이 봉사인데, 칭찬을 받아서 쑥스럽죠. 하지만 이 기회에 모두에게 말하고 싶어요. 거짓말도 자꾸 하면 익숙해지는 것처럼 맘에 품고 있는 봉사정신을 한 번만 실천하면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요.”
그가 구운 구수한 빵 냄새가 어느새 온 몸에 배었다. 소외받은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금새 온 세상에 퍼질 듯 하다./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다음 주인공은    서울정형외과 안태원 의사


국내외 재난지역 발로 누비며
인술 실천 아낌없이 주는 의사


“재난지역에 직접 찾아가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죠. 그곳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아이들은 직접 한국에 데리고 와서 치료해주는 등 어려운 사람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주는 멋진 분이십니다.”
이수기 목사는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서울정형외과 안태원(44) 의사를 칭찬릴레이 다음 주자로 추천했다.
이 목사는 “옆집 사람처럼 항상 편한한 분이죠. 소탈하고 검소하면서도 남을 돕는데에는 아낌없는 의사입니다.”라고 칭찬 이유를 덧붙였다.
안 의사는 해외 재난 지역을 찾아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고, 그곳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는 직접 국내로 초청해 돌보고 있다.
특히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환자의 경우 동기 의사들을 불러모아 ‘봉사나눔’을 이끌고 실천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오롯이 남을 위해 사용하는 안 의사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다./류설아기자 r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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