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 화려한 전면을 만들어내기 위한 숨 가쁜 연속의 순간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남는다. 말해진 뒤 공기처럼 떠도는 잔여들, 사물의 뒷면과 문장의 뒷장, 아직 답변되지 않은 질문처럼 축적된 흔적과 여운들이다.
일상 속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뒤'의 세계는 어느 순간 앞으로 전환되며, 끝내 남는 것을 오래 응시하게 하는 경계로 드러난다.
예술공간 아름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이원호 드로잉전 '뒷'은 이러한 경계 위에서 시작된다.
이번 전시는 '뒤'에 사이시옷을 더해 뒤에 놓여야 할 대상을 의도적으로 비워두고 완결을 유보한 채 그 상태 자체에 집중하며, 관객을 '뒷'이라는 열린 세계로 이끈다.
작가는 '뒷'을 단순한 후면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구조 속에서 도달하지 못한 욕망과 남겨진 층위로 바라보는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앞'을 잠재적으로 비워둔 공간으로 해석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뒤집힌 형태의 '뒷' 글자와 줄지어 놓인 종이의 뒷장들이 먼저 시선을 끈다.
종이들은 '아랫면에 뒷면', '아랫면에 뒷면의 아랫면', '아랫면에 뒷면의 아랫면의 뒷면'으로 이어지며 앞과 뒤가 교차하는 시선을 제안한다.
그 옆에 위치한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문장은 종이를 통과하며 뒷면에서 흐려진다.
앞에서는 확신처럼 보이던 문장이 뒤에서는 의심처럼 흔들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문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며, 의미 역시 소멸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스며든다는 점을 암시한다.
벽에 기대 선 고방유리 뒤의 문장들은 빛을 통과하며 형태를 드러내지만, 의미는 분절된다. 픽셀처럼 흩어진 문장들은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완결되지 않는다.
보이지만 연결되지 않는 이 간극을 작가는 '뒷'이라 명명하며, 이를 숨겨진 공간이 아닌 완결을 미루는 자리로 바라본다.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백색 공간 속에서 형형색색의 액자 두 점이 눈에 들어온다.
동화책의 일부를 확대해 포착한 장면으로, 잉크가 종이 섬유 속으로 스며들며 문장과 이미지는 점차 읽히지 않는 흔적으로 변해간다.
이어지는 공간 역시 미완의 상태를 지속한다.
작품들은 명료함보다 유예를, 완결보다 가능성을, 해석보다 숙고를 요구한다.
특히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작가의 형상이 선으로 연결된 작품에는 '너와 나, 나와 너 사이에'라는 문장이 더해져 관계의 간극을 드러낸다.
이처럼 완성 대신 망설임과 여지를 남기는 태도는 어디에도 온전히 도달할 수 없는 불안정 속에서 사유의 시간을 환기한다.
가장 날것의 감각을 끌어내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번 전시는 28일까지 예술공간 아름에서 이어진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