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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스젠더가 쓴 트렌스젠더의 사랑과 삶

‘플라스틱 여인’ 김비 지음

트렌스젠더 작가 김비의 등단소설 ‘플라스틱여인’은 저자의 이력때문에 더욱 화제를 모은 책이다.

저자가 원치 않은 반응이었을지 몰라도 이 사회에서는 ‘아직… 그러하기 때문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설을 읽다보면 편견과 호기심은 사라진다. 이 작품은 이런 점에서 큰 점수를 줄 만 하다.

고갈되는 소설계 소재를 확대시켰고 또 하나의 낯선, 그러나 우리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성큼 다가온 존재에 대해 한 인간이자 인격체로 인정하게 만들었다. 트렌스젠더가 쓴 트렌스젠더의 사랑과 삶을 ‘훔쳐본다’는 느낌보다, 이 시대 소수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과 주위를 둘러싼 구성원간의 갈등을 고민하게 만든다.

딴 나라 이야기가 아닌 이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꼬집은 것이다. 특히 여자의 역할을 할 수 없어 어머니역에 매달렸던 한 여성, 가부장적인 아버지이지만 이제는 힘 없는 전직 군인, 못된 시어머니이자 죽음을 앞둔 연약한 여자, 상처 입어 사악함으로 무장한 어린 소년 등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살아있어 소설전개에 힘이 느껴진다.

독자가 편견을 깨트리고 소설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김비 작가의 여성적 언어와 섬세한 심리묘사가 한 몫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주인공의 심경을 다양한 사물에 감정이입을 통해 설명하거나, 독특한 인물간의 대사로 풀어낸 것이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그 어떤 표현 기법보다 저자의 체험과 그것에서 우러나온 진심이 구구절절 녹아소설의 완성도를 이뤘다.

‘그 남자, 술도 취하지 않았고 막되어먹은 투로 이야기한 게 아니라 정말 안쓰럽다는 투로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나에게 이야기했어요. 나 같은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라고. 여자가 남자로 잘못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남자인 내가, 분명히 남자인 내가 정신적인 인식장애가 있어서 혼란스러워하는 거라고.’…p.128

주인공의 감정이입이 너무 깊어 부담감을 주기는 하지만, 그 어떤 글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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