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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으로 만난그녀 그리고… 사랑방정식

북한 작가 홍석중 소설 원작·금강산 촬영 등 관심집중
예인·기생 아닌 진이와 놈이 슬픈사랑 다뤄… 내달 6일개봉

 

“어쩌다 나는 화적떼 두목이 되고, 아씨는 기생이 됐습니까?”

이는 영화 ‘황진이’에서 그녀를 사랑한 남자 ‘놈이’의 말이다. 영화는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킨다.

큰 키와 소년 같은 웃음의 주인공 유지태와 청순하고 초연한 얼굴의 ‘송혜교’가 영화 ‘황진이’ 속에서 만났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주인공. 이들은 어쩌다 사랑하게 됐을까. 너무나 상투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16세기. 유일하게 인간대접을 받는 양반이 되기 위해 사람들은 돈과 거짓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진이(송혜교)는 출생의 비밀을 듣는 순간에 기꺼이 규방의 옷을 벗고 모두가 멸시하는 천민의 길을 선택한다.

노비 ‘놈이(유지태)’를 첫 남자로 삼은 다음날, 진이는 기생들의 거리 ‘청교방’에 들어간다. 영화 ‘황진이’는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 원작과 금강산 촬영이 더해져 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북한의 작가 홍석중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기존에 등장했던 황진이의 모습과 다른 영화를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홍석중의 ‘황진이’는 북쪽에선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진한 성애장면이 거침없이 묘사된 점과 북쪽 작품으로는 최초로 남쪽의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5천년 역사 속에서 ‘황진이’만큼 매력적인 인물이 있었을까. 그녀는 최고의 시인이자 가장 아름다운 기생이었다.

또한 역사의 기록이 없이도 모두가 기억할 만큼 드라마틱한 인생의 소유자였다.

놈이는 진이에게 있어 소꿉친구이자 성인이 된 후의 첫 남자이다.

역적의 자식이었기에 노비가 된 놈이. 영화 속에서는 유독 ‘놈이’가 부각된다. 놈이는 ‘홍길동’이나 ‘임꺽정’ 같은 캐릭터이다.

송혜교는 최근 열린 시사회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예인이나 기생의 이미지보다는 다른 성격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는 드라마 ‘황진이’ 열풍이 불었다. 드라마 속에서 하지원이 요염한 기생의 이미지를 선보였다면, 송혜교는 청순하고 초연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비교해 가며 본다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찾아온 그녀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 송혜교가 등장했지만, 황진이의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왜 일까. 이는 극중에서 놈이가 특히 부각되기에 ‘황진이’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유지태와 송혜교, 두 배우가 도전하는 첫 사극 작품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동감’, ‘가을로’ 등의 멜로 영화에서 사랑받았던 유지태의 부드러운 느낌이 더 커서 일게다.

기존에 예인이나 요부로 그려졌던 황진이의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송혜교가 연기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영화는 당당하고 자유로운 여자를 그린 ‘황진이’라고 하지만, 사랑이란 이름에 불가항력적인 면모를 보이는 건 왜 일까.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을 현대적인 여배우가 재현하기엔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접속’으로 지난 1997년 한국 멜로의 지형도를 바꿔놓은 장윤형 감독이 톱스타 유지태와 송혜교라는 ‘히든카드’를 들고 돌아왔다.

영화는 참으로 모던하다. 신분이 목숨보다 중요한 시대에 스스로 ‘기생’이라는 가장 천한 길을 선택한 여인의 삶과 그녀가 사랑한 남자 ‘놈이’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더욱 모던해 보일지도 모른다. 노비가 되었기에 나라를 등진 남자 ‘놈이’는 억압받는 이의 편에 서서 잘못된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를 살게 한 것도, 그를 죽게 한 것도 사랑이었다.

너무나 진부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눈길이 머문다.그러나 황진이란 인물은 너무 우려 먹는 게 아닐까. 그게 좀 아쉽다.

개봉 6월 6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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