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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세상 견뎌온 당신에게 주는 선물

‘꽃을 씹는 당나귀’

사석원 그림·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216쪽, 1만2천원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막 봄이 와서, 여기저기 참 아름다웠습니다. 산은 푸르고··· 푸름 사이로 분홍 진달래가··· 그 사이··· 또··· 때때로 노랑 물감을 뭉개 놓은 듯, 개나리가 막 섞여서는··· 환하디 환했습니다. 그런 경치를 자주 보게 돼서 기분이 좋아졌다 가도 곧 처연해지곤 했어요. 아름다운 걸 보면 늘 슬프다고 하시더니 당신의 그 기운이 제게 뻗쳤던가 봅니다. 연푸른 봄산에 마른버짐처럼 퍼진 산 벚꽃을 보고 곧 화장이 얼룩덜룩해졌으니.’(신경숙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 일부)

사석원의 그림은 신경숙의 소설처럼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다.

사석원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신경숙의 더듬거리는 듯한 소설을 떠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오래전, 사석원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일곱살이 돼서야 말을 할 수 있었다.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껴던 사석원은 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하곤 했던 것.

사석원의 그림 에세이집 ‘꽃을 씹는 당나귀’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기운은 표지에 그려진 당나귀의 그림 때문이었다.

말이라도 걸어본다면 더듬, 더듬 이야기를 할 것만 같다.

미술 칼럼니스트 손철주씨는 그의 책 서문에서 “사석원은 자축하고 싶을 때, 꽃을 그린다.

그는 잘 참아내는 자신에게 세상이 선물을 가끔 준다고 말했지만 이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자위한다”고 밝히고 있다.

단문의 문장들. 투박한 터치의 붓질을 가한듯한 원색의 그림들.

나는 이 사람이 무척이나 부러워진다.

그림 뿐만 아니라 글까지 잘 쓰니 말이다. 꽃 한짐을 등에 진 당나귀가 유난히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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