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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까지 함께하는 젊은 남녀들의 운명

2007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 기묘한 사랑이야기

 

2007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인 황규덕 감독의 ‘별빛 속으로’는 세 남녀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판타지와 호러를 절묘하게 섞은 작품으로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작 ‘철수 영희’를 통해 정직하고 사랑스러운 소극(웃음극)의 리얼리즘을 선보였던 황규덕 감독은 ‘별빛 속으로’에서 어두운 근·현대사를 호접몽의 시간으로 재구성하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펼치고 있다.

중년의 독문학과 교수 수영(정진영) 앞에 한 쌍의 나비가 홀연히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영은 홀린 듯 나비를 뒤따라가다 강의실에 도착한다. 영화는 보편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따른다. 학생들은 그에게 젊은 시절의 연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아니나 다를까. 수영은 오래 전 자신의 기억 속에 남겨진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뻔한 설정이지만, 관객들은 그의 사랑이야기에 홀연히 귀를 기울이게 될 듯하다.

대학생이었던 시절 젊은 수영(정경호)을 사로 잡았던 삐삐(김민선)라는 소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삐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하이틴 순정소설에나 나올법한 성격의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녀는 강의실에서 시를 읽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릴 만큼 감상적이다. 하지만 삐삐는 운동권으로서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할 만큼 실천적이기도 하다.

그런 삐삐에게 수영이 매력을 느낄 즈음 그녀는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게 된다.

수영은 이후 그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을 연이어 겪는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실망을 할 수 있는 설정이 나온다.

노란 셔츠를 입은 사내의 부탁으로 그의 여동생을 과외하게 되고 그 무렵 죽은 줄 알았던 삐삐도 실제처럼 그의 앞을 자꾸 서성인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첫 아르바이트를 가게 된 그는 으리으리한 저택에 도착해 과외학생 수지를 만나게 된다.

수지는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엔 남다른 감성을 지니고 있다. 수영은 그런 그녀의 묘한 매력에 사로 잡힌다.

하지만 수지를 둘러싼 기묘한 분위기는 그를 불편하게 만든다. 수영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수영과 수지와의 관계에서 얽힌 비밀이 드러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꿈과 현실이 뒤엉킨 상황 속에서 갈피를 잃어버리는 수영은 혼란을 맞게 된다.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이 어두웠던 한 시대를 관조적인 시선으로 돌아보는 것이 묘미이다.

여기에 그가 기억하는 모습들은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무한한 무경계의 우주적 시간을 펼쳐내는 혼몽의 서사로 풀어내 관심을 끈다.

이는 판타지와 호러, 멜로라는 세 장르를 교묘하게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반전의 묘미까지 더해 영화 속의 이야기는 다양한 층위의 관객들에게 독특하고 흥미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촌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대학생 수영의 모습과 끝을 맺지 못한 첫사랑 삐삐의 이야기는 다소 식상한 설정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젊은 배우 정경호를 비롯해 김민선, 차수연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다.

‘별빛 속으로’는 이들의 신선한 연기와 아름다운 장면들이 뒤섞인 감각적인 판타지물이다. 8월 9일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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