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옥씨는 아들이 화상이 나오자마자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충훈아, 내 아들 맞나”라며 연신 이름을 불렀다.
어머니 조씨는 이날 순서가 세번 째였지만 설레는 마음에 1시간 반여 일찍 도착해 아들을 기다렸다.
휠체어에 몸을 싣고 온 조씨는 작년 7월 1일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가 조금 회복이 돼 아들을 만나러 왔다.
남측에선 아들 충훈씨를 보러 어머니 조씨와 아버지 안병우씨(82), 이모 조정옥씨(79), 두 딸 영애(56) 영숙씨(53)가 나왔다.
어머니 조씨는 아들이 며느리 오순복씨(59)를 소개시키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화상에 비친 며느리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고 어머니 조씨는 화상 쪽으로 바짝 다가가 며느리의 뺨을 어루만졌다.
가족들은 실제 껴안듯이 서로 감싸고 안고 있는 듯 착각이 들었다.
아들 충훈씨는 다섯살이던 지난 1950년 10월, 서울에 집을 정리하러 북한에 있던 할머니 집에 잠시 맡긴 것이 영영 헤어졌다.
어머니 연옥씨는 그 뒤 북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평생 속앓이를 했다.
아들 충훈씨는 할머니의 약을 가지러 가서 안온 줄 알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반평생을 보냈다.
자나깨나 어머니와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면 살아왔다.
큰 딸 영애씨(56)는 처음 보는 오빠 충훈씨에게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사진의 인물이 좋다”고 말했다.
충훈씨는 “사진이 잘 나온거지, 사진사가 잘 찍은거야”라며 환희 웃었다.
상봉 시한 2시간이 거의 다가오자 충훈씨는 “우리 가족 어서 통일해서 상봉했으면 좋겠다”면서 “영애야, 어머니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잘 돌봐드려. 그리고 어머니, 이젠 눈물 흘리지 마세요. 건강에 안 좋아요”라는 말을 흐렸다.
영애씨는 “오빠란 이름 오랜만에 불러보네”라고 말끝을 흐렸다.
아버지 병우씨는 “내가 늙어 어찌될지 모르니 동생들 얼굴 잘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만나라”고 말했다. 아들을 제일 보고 싶어 했던 어머니 연옥씨는 “살아줘서 고맙다”란 말을 하고 다시 눈물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