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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얼룩진 사회 비루한 인간군상 해부

‘조대리의 트렁크’
백가흠 지음
창비/310쪽, 9천800원

 

우리 시대의 비루한 군상들을 소설로 담아온 소설가 백가흠(33·사진)씨가 두 번째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창비 刊)’를 세상에 내놨다.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 ‘조대리의 트렁크’를 비롯해 ‘장밋빛 발톱’, ‘웰컴, 베이비’, ‘웰컴, 마미’, ‘매일 기다려’ 등 9편을 담았다.

최근 서울 신촌의 한 찻집에서 만난 백씨는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게 소설의 첫 시작이었다”며 “해결방안이 없는 폭력을 소설이라는 커다란 질문으로 서사화시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설집은 핏빛으로 얼룩진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와 달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반소외적인 시선을 구체적으로 표현했고, 그동안 우리 사회가 열약한 사회 구성원에게 가한 폭력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더 잔혹하게 그렸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그의 소설들을 보면 신문 사회면의 사건사고 기사를 글로 옮겨놓은 듯하다.

백씨는 “신문 사회면의 짧은 사건사고 기사가 세상의 어떤 이야기보다도 소설의 상상력을 더 자극한다”며 “이번 소설집에선 아기유괴범 이야기를 그린 ‘웰컴, 마미’와 고아원에서 자란 남녀가 자신들이 낳은 장애아를 잔혹하게 유기시키는 ‘웰컴, 베이비’ 등이 많은 고리를 생각하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 또한 신문 사회면의 가십기사로 등장할 만한 이야기로, 치매에 걸린 노모를 자동차 트렁크에 버리고 달아나는 아들을 그린 표제작 ‘조대리의 트렁크’이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씨는 최근 문학동네 가을호에서 백씨의 소설에 대해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이름은 사회이지만 실상은 축군(畜群)인 인간집단이 꾸는 악몽을 압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로 다루는 이야기가 비극적이다 보니 소설 속의 공간을 무대화시키고 거리감을 유지한다”는 백씨는 사회와 소설 속 인물들이 소통되지 않음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최근 매스컴에서 신정아 사건 등 소설 같은 일이 연일 보도되고 있어 그의 소설이 더욱 현실같아 보인다. 이를 두고 현실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씁쓰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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