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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노래, 해탈의 노래<143>-깨달음의 길

휴정, 지엄의 수제자 숭인과 조우 - 소설가 이재운

 

대개 이미 지나간 것이 환화(幻化)일진대 부처님도 다 환화로 장엄하여 환화인 중생을 깨우쳤다네. 부처와 중생이 다 하나의 환화일 뿐이니 어찌 우리 대사만이 환화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환상의 정체 또한 거짓이 아니니 보는 이는 소홀히 여기지 말라. 초상을 흠모하여 시를 짓는다.”

진단의 가죽, 천축의 뼈 / 중국의 달과 조선의 바람은 / 살이 있는 머리틀을 움직이는 듯 / 어두운 거리의 촛불 / 법의 바다에 떠있는 외로운 쪽배라네 / 슬프다, 사라지지 않으리니 / 만년이요, 또 천추이어라

진단은 중국, 천축은 인도의 딴 이름이다.

어려서는 남들처럼 서당에서 과거 준비를 했다. 첫번째 응시에서 낙방한 뒤에 연줄이 없으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합격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과거 공부를 포기했다. 당시의 정치는 부패할 대로 부패하여 급제시킬 사람은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과거를 본다는 방만을 붙였다.

윤원형 같은 외척 세력들이 득세하던 시절이다. 이 시대가 얼마나 어지러웠는지는 동시대에 나온 많은 참서(懺書)를 보면 알 수 있다.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 격암유록의 저자 남사고, 정감록의 저자 정감이 나타나 민중들을 예언과 비결로 위로하였다. 임꺽정이 나타나 민중 반란을 일으켰고, 정여립이 반정 쿠데타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부패는 곧 임진왜란을 불러왔다.

휴정은 그 후 친구들과 함께 호남 지방을 여행, 지리산의 화엄동과 칠불동 등을 돌아보았다. 절마다 둘러보고 유숙도 하면서 반 년을 지냈다. 광활한 대자연의 정적 속에서 처음으로 영관(靈觀) 선사의 설법을 듣고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그러던 중 벽송 지엄의 수제자인 숭인(崇仁) 선사를 만났다.

“자네의 기골을 보니 맑고 수려하여 보통 사람이 아닌 듯싶네. 마음을 심공급제(心空及第)에 돌려 마땅히 속세의 명리를 영원히 끊어버리게. 서생으로는 비록 백 년을 지낸다 해도 얻는 바는 다만 공허한 이름뿐일 것이니 애석한 일이다.”

“무엇이 심공급제인데요?”

숭인은 눈을 꿈쩍꿈쩍해 보이고는 물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말로 하기는 어려워!”

그러면서 숭인은 전등록, 선문염송, 화엄경, 원각경, 능엄경, 법화경, 유마경, 반야경 등의 경전을 내주면서 말했다.

“자세히 읽어보고 짚이는 데가 있거든 찾아와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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