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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넣고 조각 내고… 墨의 색다른 변신

경기문화재단서 18일까지 첫 개인전 먹 조형물 등 전시
국내유일 전통 가마 만들어 주목 먹 무형문화재 없어 아쉬워

 

“제 이름이 ‘상묵’이라서 일까요? 먹(墨,묵)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경기문화재단 제2전시실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갖는 먹장(墨匠) 한상묵(49)의 말이다.

이름 그대로 한씨는 먹(墨)에 인생을 건 사람이다. 사람은 이름처럼 인생을 산다고 했던가.

“1986년 들어간 첫 직장이 먹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벌써 20년째 먹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내 이름처럼 살고 있는 듯하다.”

그는 먹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을 여러차례 방문했는가 하면, 지난 2003년에는 늦은 나이로 안성 한경대학교 화공과에 입학했다.

한씨는 2002년 경북 영양에서 먹의 원료를 만드는 그을음 가마터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는 경북 영양군 학예사의 자문을 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2006년 공방이 있는 화성시 동탄면에 전통 가마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먹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다 보니 막내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자폐에 걸렸다”며 “막내 아이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두 아이의 아버지인 한씨는 먹을 만드는 일에 더욱 열정을 갖고 있었다. 먹을 만들 수 있는 시기는 10월부터 3월까지다. 이는 먹제조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개월동안 만든 먹으론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기엔 쉽지 않았다. 이를위해 그는 먹을 만들지 않는 시기에는 민속박물관을 비롯해 각 대학,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한씨는 “먹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후계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며 “주위에서 무형문화재 등록을 신청하라고 권유하지만 후계자가 없어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붓이나 벼루 등에는 무형문화재가 있지만, 먹분야가 빠져있는 것도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요인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큰 문제거리가 있다. 그는 화성 동탄 신도시 개발로 인해 ‘공방’을 이전해야 한다.

“화성을 비롯해 평택, 안성 등 인근지역의 땅값이 만만치 않아 공방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답답하다. 화성시의 경우 도시개발로 묶여 행정적 도움이 있지 않는 한 어렵다. 현재 충북 청주 고인쇄박물관과 직지박물관에서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고민중이다.”

이런 어려운 가운데 그는 2005년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먹을 비교하는 책을 쓰기도 했고 현재 조선시대 왕가에서 쓰인 ‘송현먹’ 제조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이다.

한씨는 지난해 먹제조로 경기도에서 제정한 ‘경기으뜸이’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먹으로 만든 조형물을 비롯해 ‘색먹’, 옛고증으로 만든 ‘먹벼루’, 다양한 문양먹, 먹에 조각을 내어 만든 그림 등 여러 가지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회는 1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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