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6.7℃
  • 맑음강릉 31.5℃
  • 구름많음서울 28.4℃
  • 구름조금대전 27.6℃
  • 맑음대구 27.9℃
  • 맑음울산 27.3℃
  • 구름많음광주 27.8℃
  • 맑음부산 27.7℃
  • 맑음고창 27.1℃
  • 맑음제주 28.6℃
  • 구름조금강화 26.8℃
  • 맑음보은 26.1℃
  • 맑음금산 26.5℃
  • 구름조금강진군 26.4℃
  • 맑음경주시 26.7℃
  • 맑음거제 27.4℃
기상청 제공

사대부가 책을 만든 까닭은?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지음

푸른역사/380쪽,1만5천원

‘조선의 뒷골목 풍경’으로 역사책 밖으로 내쫓긴 족보없는 사람들을 선보였던 강명관씨가 이번에는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로 책에 미친 책벌레들을 들려준다.

이 책 제목만 보면 강씨는 왜 하필 책벌레들을 이야기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결같이 책에 미친 사람들, 책에 빠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애서가였고, 다독가였고, 박식한 지식인이자, 교양인들이었다. 책에 미친 벌레들이었다. 역사를 누가 만드는가라고 묻든다면, 나는 책벌레들이 만든다고 답할 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언어화되어 있고, 그 언어를 담아 유포하는 것이 바로 책이기 때문이다”(‘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저자서문 일부)

우리 시대 한문학자는 다양한 의미를 갖지만, 가장 큰 의미는 한문학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많은 한문학자들이 과거를 우리에게 읽기 편한 글로 풀어주려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독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색다른 방법으로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가 있다. 바로 이 책을 쓴 강씨다.

그는 과거에 대한 상세한 설계도를 그리듯 ‘조선의 뒷골목 풍경’,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등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강씨의 재치있는 글솜씨와 날카로운 시각으로 그려낸 조선의 모습, 여기에 한층 더 깊어진 사유가 묘미이다.

조선은 사대부의 나라였다. ‘독서하면 선비, 정치에 종사하면 대부’란 말이 있듯 사대부는 기본적으로 독서인들이었다. 혁명으로 고려를 뒤엎고 사대부의 나라 조선을 세웠으니 다음은 독서인을 만들 차례였다.

세종에 이르러 활짝 핀 출판문화는 독서인층, 바로 지배층을 확대 재생산하는 방항으로 흘러간다.

강씨는 이 무렵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 한문책이었다는 점을 되짚는다.

사실 세종하면 ‘한글 창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세종은 한글을 금속활자로 만들거나 책을 찍어내 민중에게 읽히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몇몇 언해본이 있지만, 이는 소수 지배층에게 필요한 서적을 인쇄하기 위해 소량을 만들어 쓴 것일 뿐.

이는 처음부터 한글로만 책을 찍기 위해 한글 금속활자를 만든 적이 없었던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금속활자며 세종 때의 인쇄기술은 결코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조선이 생산한 책의 절대 다수가 한문책이었고, 그 독자가 사대부였다면 그 책들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해진다. 곧 사대부의 지배 이념을 사회 깊숙이 침투시키는 수단이 책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조선의 책벌레들 이야기’는 우리가 속빈 강정처럼 자랑해 대는 활자와 인쇄술의 허상을 직시하자고 일침을 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이 책에서 강씨가 전하는 바는 단순한 조선의 책 이야기가 아닌 조선 지식 역사의 큰 흐름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