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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58>-깨달음의 길

예절을 익히고 학업에 몰두하는 혜봉 - 소설가 이재운

 

혜봉은 다 배우고 난 후 울면서 선비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까는 죄송했사옵니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무례하게 굴지 않겠사옵니다.”

선비가 돌아가자 얼마 안 있어 혜봉의 아버지가 외출에서 돌아왔다.

“우리 혜봉이 잘 노나?”

평소에 하던 대로 문을 들어서는데, “왜 늦게 왔어! 나 심심해서 혼났단 말야!” 하고 얼굴은 내밀지도 않고 방 안에서 지껄여야 할 혜봉이 방에서 얼른 나오더니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아버님, 이제 오시는지요?”

아버지는 기가 막혔다.

“도대체 어떤 놈이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느냐?”

혜봉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의 아버지는 탄식하면서 울먹였다.

“내가 어디 예의범절을 몰라서 네게 안 가르친 줄 아느냐! 인간사 형식으로 물들지 않은 너의 천진성을 아끼고 보살펴 왔건만 그놈의 무식한 녀석이 재를 뿌렸구나!”

그러고는 곧 일곱 살 난 아들을 친구인 유학자에게 데리고 가서 사서삼경을 배우게 했다. 오직 아들 하나뿐인 그의 아버지는 마치 아들을 잃은 것처럼 비통해하며 아들이 글이라도 열심히 익혀 스스로 인간사에서 초탈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철이 바뀔 때마다 새 옷과 일용품을 보내 공부하는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아버지는 혜봉이 얼마나 글을 배웠고 또 성장했는지 보고 싶었다. 친구 집에 도착한 그의 아버지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줄곧 혜봉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아들의 인기척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궁금한 나머지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내 아들은 지금 어디서 공부를 하고 있길래 애비가 왔는데 나와 보지도 않는 건가?”

“어, 자네 아들? 지금 땔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네.”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무슨 소리라니? 사람이 일을 해야지 일도 안하고 편안히 먹고 지내란 말인가?”

“먹고 지낼 것은 내가 다 보냈잖은가?”

“그건 자네 것이고 내게 와 있는 아이는 다른 사람이라네.”

그 말을 듣는 순간 친구의 의리고 정이고 모두 무너져 내렸다.

철없는 자식을 고생시킨 생각을 하니 혜봉의 아버지는 분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일찍이 아들을 세간의 풍속에 물들지 않도록 순수하게 기르려고 했던 그였지만 막상 아들이 고생을 하는 것을 보니 잠시 그 이치를 잊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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