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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 이회창의 위험한 도박

李 타깃 정계복귀 절차 결함 지지율 20% 여론 무상 실감
昌, 중도 미확보·보수 분열 ‘잃어버릴 5년’ 통감 할 것

 

정치학자들은 우리나라 정치세력을 평가할 때 보수세력의 부패불감증을, 진보세력의 분열증후군을 걱정했다. 그런데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수에서 예상 밖의 분열작용이 가속화 되고 있다. 보수의 분열로 가장 타격을 받을 지역은 바로 영남이다. 영남 분열은 영남 패권 200년 역사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보수의 분열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권력욕에서 비롯된다. 그는 지난 2002년 대선 실패 이후 정계를 은퇴하다시피 하면서 정국을 관망해 왔다. 그런 그가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서게 된 것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학습효과와 ‘이명박 불안감’으로 요약된다. DJ가 자신의 야망과 호남인의 한을 명분으로 내세웠다면 이회창의 복귀 명분은 사이비 보수에 대한 꼴통보수의 도전이다. 이회창이 이명박의 안보관을 걱정하지만 이는 트집일 뿐이다.

이회창이 정계 복귀의 시기로 대선 코앞을 선택한 것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화학적 결합에 실패했다는 점 그리고 BBK 전 대표 김경준의 귀국 사건이 이명박 낙마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일 것이다. 70대 노정객의 대선 3수는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노욕이 발동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보수는 국민의 70%가 우경화됐는데도 이명박이 이를 무시하고 대북 유화 제스처를 쓰는 등 국가안보를 소홀히 생각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국민 우경화론은 아주 잘못된 전제이다. 전기 두 차례 대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후보가 승리한 이후 고작 10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20~30대가 몽땅 우경화 됐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회창의 등장은 예견된 일이다. 그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음해’로 돌리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릴 때부터 그는 대선 3수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만약 박근혜가 경선 승자가 됐더라면 꿈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지지자와 박근혜의 지지자가 많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후 박근혜의 거취가 관심 대상이다.

한편, 이회창의 눈에는 이명박이 사이비 보수로 보인 것이다. 그가 사이비 보수를 꺾어야 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대선에 나선다지만 절차적 결함은 피할 수 없는 과오이다. 마치 문국현이 범여권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한 것이나 같다.

한나라당 안에서 꼴통보수를 대변하는 김용갑 의원은 늘 이명박의 이념성향이 왼쪽지향이라며 공격하곤 했다. 그가 이명박의 이념성향을 공격한 근거는 너무 많다. “이념을 말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말부터 “북한 주민들의 소득이 3천 달러가 되도록 돕겠다” “당의 색깔을 왼쪽으로 바꾸겠다” “수구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는 등 그 동안 이명박이 쏟아놓은 그저 그런 수준의 말들을 공격의 자료로 삼는다. 꼴통보수다운 시각이다.

한나라당 안에는 김용갑 식의 사고를 가진 영남 출신 정치인이 많다. 현대에서는 영남인 특히 대구 경북인을 ‘TK’라 부른다. TK는 박정희 등장 이후 18년 간 우리 사회의 보수 본류를 자임하며 패권을 향락했다. 아직도 그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한다. 대선 때만 되면 권토중래를 꿈꾸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는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세월이었다. 보수 단결을 외치며 중앙권력의 탈환을 노리던 중 뜻밖에 두 명의 유력자가 등장 한 것이다. 한 사람은 절대 권력자의 딸이고, 다른 한 사람은 ‘개발시대’의 주인공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경북 출신이다. 이들은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영남 인맥을 각각 흡입해 피터지게 싸웠다.

 

그러다 보니 같은 학교, 같은 고향, 같은 성씨끼리도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꼴통보수는 박근혜 쪽으로 붙고, 물렁보수는 이명박 쪽으로 붙었다. 영남 분열의 시작이었다. 조선 영조시대 이후 중앙권력을 장악하며 ‘TK신화’를 구가해온 지 실로 200여년 만이다. 거기에 보수본류를 자처하는 이회창이 일부 충청 민심을 이끌고 가세하니 작은 틈이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회창씨는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지지율이 20% 안팎이라는 점에 고무돼 있을 것이다. 꼴통보수들은 이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씨 자신은 여론조사가 물거품 같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지난 두 차례의 선거 과정에서 여론의 무상과 무정을 실감했다.

 

문제는 보수·진보 그리고 중도의 구성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이다. 어느 사회나 중도가 더 많은 것이다. 이들이 움직이는 쪽이 승리한다. 이회창씨는 결국 지는 도박판에 들어섰고, 보수 또한 분열의 후유증으로 ‘잃어버릴 5년’이 더 있다는 것을 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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