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부근에서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은밀히 이뤄지던 사설경마(속칭 맞대기)가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뱅킹이 발달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손쉽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지검은 28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총 거래규모 2천200억원대의 사설경마를 한 8개 사설경마조직에 대한 수사발표를 하면서 예전과 달라진 사설경마의 진화된 유형을 공개했다. 사설경마는 자금을 준비하고 사설마권을 발매하는 총책(일명 센터·Center), 사설마권 구매자들을 모집하는 알선책(일명 롤링·Rolling), 사설마권 구매자(일명 핸디·Handy) 사이에 이루어진다. 핸디, 롤링, 센터는 서로 아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외에는 서로의 얼굴이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롤링이 핸디를 모집하면 핸디는 롤링의 계좌나 롤링이 알려준 센터의 계좌로 돈을 먼저 송금한다.
그 다음 핸디가 자신이 송금한 금액 범위 내에서 예상 마번과 배팅 금액(무제한)을 롤링에게 휴대전화으로 알려주면 롤링은 핸디의 마권구매내역을 센터에게 전달한다.
이런 방식으로 핸디가 돈을 걸고 당일 모든 경주가 끝나면 센터가 각 핸디당 정산을 한 뒤 롤링에게 적중 배당금을 송금해 주고 롤링은 다시 핸디에게 전달한다.
적중마를 맞추지 못한 핸디에게도 배팅한 금액의 20~23%를 차비조로 환급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롤링은 핸디에게 전달되는 돈의 1~3%를 수수료로 챙긴다.
이러한 사설경마는 대부분 서너명이 한 조직이 되어 움직이면서 한 조직당 1천여명의 핸디를 관리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설경마가 경마장 주변이나 장외발매소에서 평소 얼굴을 알고 있는 경마꾼들 사이에서만 이뤄졌으나 최근 IT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장소에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가정주부라도 운영자금만 있으면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롤링업자들을 모집해 사설경마를 할 수 있으며, 모든 거래는 차명계좌와 추적이 불가능한 대포폰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예전처럼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 현장에서 체포될 가능성도 적다.
실제로 474억원대 사설경마를 하다 구속된 센터 총책 김모(44) 씨는 경마가 시행되는 금·토·일요일 3일만 시골의 전원주택을 빌린 뒤 임시로 고용한 직원 2명을 데리고 노트북 1대와 대포폰를 이용해 사설경마를 했으며 검찰 단속을 피해 2주마다 모텔과 펜션 등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사설경마장을 개장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경마장에 갈 필요없이 간단한 계좌이체로 경마를 할 수 있어 연령이나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사설경마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그러나 사설경마는 서민끼리 돈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어서 결국 서민만 피해를 보기 때문에 그 폐해를 막기위한 제도적,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