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회 특선과 국전 두 번 입선, 대한민국미술대전 열네 차례 입선(우수상 포함), 경기미술대전 특선 및 장려상, 입선.
화려한 경력 소유자로 향토작가로 남기를 고집하는 문암(門岩) 박득순(65) 화백을 대가로 일컫는데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그의 생애 중 3분의 2가 넘는 세월을 오직 한 분야에 천착해온 행로만큼이나 독보적 위치에 올라있는 것도 그러하지만 미술의 저변확대에 노력한 공로는 지대하다.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박 작가는 제자들의 미술제(11월29일~12월5일)에 이어 자신의 제42회 개인전(6~13일)을 똑같은 장소인 과천오피스텔 지하 1층 통나무집음식점에서 열 예정이다.
그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음식점에서 개인전을 여는 까닭을 캐묻지도 않았으나 운을 떼었다.
“소위 말하자면 찾아가는 미술전이지요. 미술관 등은 애호가들만 찾아오지만 불특정 다수인이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묘미가 있지 않을까요.”
박 작가는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에서 그려냈던 오원 장승업의 삶처럼 45년 긴 세월을 미술에 몰두해가며 살았다.
어릴 적부터 그저 그림이 좋아 고교 졸업 후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과 홍익대 대학원을 진학했고 1969년 백양회에 입선하면서 화단에 이름 석자를 알리기 시작했다.
30여년간 중·고교 미술선생으로 재직시에도 붓은 항상 곁에 있었다.
“수업시간이 끝난 뒤 10분간 쉴 때도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렸지요. 42세 늦은 나이에 결혼한 것도 겨를이 없었다면 핑계로 들리겠지요.”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품세계는 동양화.
중국화풍과 차별화하는 의미에서 한국화란 단어가 더 친숙한 그의 작품은 사실주의에 바탕을 뒀다. 비구상조차도 그 끝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산수와 흐드러지게 핀 들국화 등 ‘자연’이 화폭의 단골메뉴.
최근엔 우리 곁을 하나하나 떠나는 풍경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을 해왔다.
너와집, 초가집, 토담으로 쌓은 뒷간, 횃대위에 올라앉은 닭 등등.
대부분 수묵담채화로 화려한 듯 하면서도 소박하고 가벼운 듯하나 무게는 차고 넘친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될 50개 작품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묵의 은은한 번짐은 유화론 불가능하지요. 몰라서 그렇지 여백의 하얀색과 먹의 검은 색은 상호 조화가 잘 맞으면서도 가장 화려한 색상이에요.”
박 작가는 자신이 뜻하는 바를 이룬 만큼이나 미술인구의 저변확대와 훌륭한 제자를 양성했다는 보람과 자부심도 대단했다.
“학교 제자와 문하생을 합친다면 아마 수천 명은 될 겁니다. 그 중엔 경기미술대전 입선자를 30여명 배출했고 나처럼 미술선생의 길을 걷은 사람도 있고…. 한마디로 자랑스럽죠.”
자신이 미술활동을 하는 동안 겪었던 한이 맺힌 듯 “인맥중심의 미술계가 실력위주로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대목에선 목에 힘이 들어갔다.
향후 계획은 “한국과 과천미술 저변확대에 더욱 힘쓰고 좋은 그림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