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흔히 공복이라고 지칭합니다. 말하자면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란 뜻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가슴 속에 봉사란 단어를 새기고 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아닌가요.”
서울시공무원노조 서울대공원 대공원지부장과 직장협의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송정석(47)씨는 현 서울대공원 자리인 과천시 막계동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막계천에 멱을 감고 밤이면 친구들과 슬금슬금 수박, 참외 서리하던 개구쟁이인 그가 9대째 살아온 터전에서 공직자의 신분으로 묵묵히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고향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세상에 비록 환경은 달라졌어도 조상의 혼과 영혼이 깃든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니 어찌 보면 행복한 사내지요.”
송 지부장은 1985년 2월 열의를 가지고 서울시 공무원에 합격, 지금까지 서울대공원에 근무해왔다.
힘든 공직생활 와중에도 과천초교 총동창회와 과천향우회 사무차장 역임시 과천정부청사 경비대 200여명을 공원에 초청, 무료관람을 시켰고 노인복지사 자격으로 치매노인 웃음치료에 나서기도 했다.
본격적인 소외계층 돌보기에 나선 것은 작년 7월 초 노조지부장 선출 후부터.
170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대공원내 버려진 파지와 고철을 모아 140만원의 기금을 장만, 농촌 살리기 운동과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생활용품 지원사업을 벌였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그냥 버릴 게 아니라 수집해 판매한 돈으로 이웃돕기 등 보람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지요. 기관(서울대공원 집행부)의 호응도 큰 보탬이 됐고요.”
하지만 고된 작업이었다.
하루 일과도 빠듯한 판에 짬을 내야하고 무엇보다 동물사료부대에서 쥐나 고양이 사체가 나와 쥐벼룩에 물려 고생하는 조합원들도 많았다.
그는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 동물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동물이 사람과 사는 모습이 다르다는 편견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오히려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은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이죠. 병으로 고통이 심할 경우 안락사를 시키나 죽기 전까지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장면을 볼 땐 가슴 한구석이 찡해요.”
노조 지부장이란 신분으로 노사관계 정립에 대한 해답은 단순 명료했다.
“노조가 90%를 포기하면 10%를 얻습니다. 반면 100%를 얻고서도 10%를 더 달라고 하면 상호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요. 노사가 상생하는 길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공직사회에도 대고객 서비스 강화란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현실에 대해서도 그는 철저한 감동주의를 강조했다.
“가령 대공원엔 차의 진입이 안 되지만 노부부가 구경을 마친 후 갑자기 비가 와 당황할 경우 직원들이 지하철까지 모셔주는 자세가 진정한 서비스라 할 수 있겠죠.”
송 지부장은 “올해엔 경내 버려진 동전 모으기와 커피자판기 운영으로 수익금을 더 올려 노인잔치와 장애인 초청 관람을 시킬 예정”이란 말로 인터뷰를 끝내고 동물사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