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후 세대들은 옛 사진첩을 들춰보다 빛바랜 흑백사진을 발견하면 아련한 추억에 잠긴다.
어린 적 천진난만했던 모습이 혹은 청운의 꿈을 안았던 젊은 시절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간다.
컬러시대인 지금도 사진작가들은 흑백필름을 선호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과천 막계동에 소재한 국내 유일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이 흑백사진 만들기 체험학습 교실을 열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실시 중인 이 교실의 목적은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는 동시에 사진 인구저변 확대다.
자신의 반평생을 클래식 카메라 수집에 나서 카메라를 비롯, 렌즈, 초기 환등기 사진 인화기 등 각종 부속품을 합해 1만5천여점을 소장한 김종세 관장이 마련했다.
매주 수요일과 주말 3차례 개최하는 체험학습은 오전 10시 참가자 전원에게 즉석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지하로 이동, 카메라 셔트 스피드와 조리개, 거리조절, 핀트 맞추기 등 기본원리를 듣는다.
촬영법을 익힌 가족들은 옛날 사진관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촬영한 뒤 또 다시 야외에 나가 점심을 겸한 실사촬영으로 한때를 즐겁게 보내는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서울랜드나 서울대공원 등 가까운 놀이터에서 가족들은 영원히 간직할 한편의 추억을 만든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박물관 직원들이 현상할 때까지 참가자들은 지상 1, 2층에 설치된 각종 카메라를 둘러본다.
007 제임스 본드가 사용했던 초소형부터 금장 세계 명품, 사진기의 기원인 옵스큐라 카메라 등등 하나같이 귀하고 진기한 카메라에 시선을 떼기 어렵다.
과거 1970년대 놀이터나 동네 어귀에 등장했던 요지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관람이 끝날 즈음 자신들이 찍은 인화된 사진에 대한 전문가들의 촌평이 이어진다.
배경처리는 어떻게 이렇게 해야 되고 인물 포커스는 어떻게 맞춰야 되는지 세세한 설명을 들으면 어느덧 자신도 프로가 된 기분에 마음이 붕 뜬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가장 신기하고 재미있는 하는 부분은 암실에 직접 들어가 현상작업을 하는 일이다.
인화지가 현상액과 정지액, 정착액, 맑은 물을 교대로 거치는 동안 서서히 나타나는 영상에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참가자들은 소중한 대형 흑백 가족사진을 선물로 받는 기쁨도 맛본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배형민(신흥초교 3학년)군은 “나무로 만든 핀홀 카메라를 처음 봤다”며 “사진기 찍는 방법과 암실체험 등 배울 게 많아 친구들에게 이런 데가 있다고 알려줘야겠다”고 했다.
또 배형준(신흥초교 3학년)군도 “가족사진이 잘 나와 기분이 좋았다”며 “볼 것과 배울 것이 많아 여름방학 때 한 번 더 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흑백사진 만들기 체험학습은 1월 한 달 내내 열리며 참가 희망자는 한국카메라박물관(02-502-4121)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