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무동답교놀이는 적어도 나무꾼놀이가 등장하기 전까진 과천지역 전통문화의 대표주자였다. 정조대왕이 아버지 장헌세자가 묻힌 현륭원 능행 행차 시 과천지방에서 행해졌던 이 놀이는 그러나 지난 2003, 2004년 두 차례 경기도무형문화재 지정 심사의 고배와 이듬해 조건부 인정이란 꼬리표는 불명예로 다가섰다.
일제 때 끊어진 명맥을 1981년 복원, 민속보존회가 전승해온 이래 아낌없는 지원을 한 시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낀 시와 문화원은 긴급 수혈키로 결정을 내린다.중요무형문화재 제3호인 남사당놀이 준 기능보유자이자 전수조교인 지운하 선생. 그리고 또 한사람. 한뫼과천국악예술단 오은명 단장.총감독으로 혹은 상쇄로 이들은 무동답교놀이를 반석에 올리라는 지상명령을 받고 투입됐다.
“우리 것을 등한시하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선대들의 가락과 무용, 국악은 언젠가는 이 땅에서 사라질 겁니다”
지난 1일 지운하 선생과 오은명 단장을 만나 연습과정의 고생담과 지정 후 아쉬움 등을 들어보았다.
전통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묻는 것으로 이들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답변은 62세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력이 넘치는 지 선생이 나섰다.
“21세기는 문화전쟁으로 우리가 아끼고 소중하게 가꿔야 할 것이 전통문화입니다. 외국인들이 관광차원에서 내한하는 것은 현대화된 모습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보러옵니다. 전통문화는 우리의 뿌리를 찾는 길이기도 합니다”
지 선생이 보완에 나선 것은 경기도가 문제점으로 지적한 상쇄, 새납, 선소리, 무동놀이 몸동작 4개 분야.
작년 1월 투입되었으나 도가 정한 시연날짜를 맞추기엔 6개월이란 기간은 촉박했다.
이들 분야는 50년간 해온 남사당에서 익힌 솜씨로 부담은 없었으나 문제는 7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과의 화합과 호흡 맞추기였다. 먼저 손댄 것은 가락에서 프로냄새를 없애는 작업이었다.
“원래 이 놀이가 비전문가들이 행한 만큼 꾸밈없는 자연의 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지요. 다시 말해 토속적인 가락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지금까지 해왔던 가락의 손질에 일부 회원들의 불만소리가 조금씩 터져 나온 것은 당연지사.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식의 반발 앞에 한편으론 윽박지르고 한편으론 달래 점차 화합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상쇄인 오 단장은 어릴 적 지 선생 밑에서 민속 악기를 다뤄 꽹과리는 자신 있었으나 놀이순서에 따른 동작은 낯설었다.
“인사굿에서 당고사, 지신밟기, 마당놀이 등의 길라잡이인 제가 선두에 서서 이끌어야 하는데 의지만 앞서고 잘되지 않았어요. 오죽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꿈에서도 그런 동작을 꿀 정도였으니까요”
전 회원들의 땀과 열정, 쉼 없는 훈련은 정식 지정이란 감격을 안겼으나 상쇄 등 기능보유자를 한명도 지정받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민속놀이의 맥이 단절되지 않고 전승되려면 기능보유자가 있어야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기능보유자 한명 없는 전통놀이는 ‘속빈 강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지)
자신의 일생을 전통문화 지키기에 바쳐온 이들은 타 예능분야에 비해 민속놀이를 하는 예인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지원 또한 미약한 점에 대해서도 서운함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