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6.8℃
  • 맑음강릉 31.6℃
  • 구름많음서울 28.7℃
  • 맑음대전 27.9℃
  • 맑음대구 28.5℃
  • 맑음울산 27.6℃
  • 맑음광주 27.6℃
  • 맑음부산 28.1℃
  • 구름조금고창 27.3℃
  • 맑음제주 29.2℃
  • 구름많음강화 25.9℃
  • 맑음보은 26.1℃
  • 구름조금금산 26.8℃
  • 맑음강진군 26.6℃
  • 맑음경주시 27.2℃
  • 구름조금거제 27.6℃
기상청 제공

[공연프리뷰] 장진의 코믹소란극 ‘서툰사람들’

‘집주인과 도둑의 소통’ 스토리 속
타인과의 대화가 부족한 사회 일침

장덕배 - “그래? 이거, 내 나이도 젊은게 아니구만, 난 선생님이라고하면 죄다 40대 중반은 넘어야 선생님처럼 보이는데, 하긴, 나 학교 다닐때도 젊은 여선생들이 있긴 있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선생이라는 여자가 혼자 살면서 술이나 사다 퍼마시고 있고, 그게 뭐 잘한 일이라고 떠들어. 그래가지고 애들한테 뭘 가르치겠어. 당신 같은 여자한테 배우는 애들이 어린 나이에 불량기는 죄다 배여가지고, 타락의 길로 빠지는거 아냐”

유화이 - “아니… 어…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수가 있으세요? 아무리 도둑놈이지만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실수 있는거예요?”(연극 ‘서툰사람들’ 중)

연극 ‘서툰사람들’에선 주인공인 소심한 도둑 ‘장덕배’와 극중 선생님으로 나오는 ‘유화이’가 이런 엉뚱한(?) 대화를 나눈다.

이 연극은 연출가로 유명한 장진 감독이 처음으로 연극계에 입문하며 런칭시켰던 작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축인 ‘집주인과 도둑의 소통’은 이 시대에 대화와 타인에 대한 관심의 부재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연이어 분출시킨다.

그렇게 소통은 시작되고 단절은 연결의 의미를 새로이 만들어간다.

여기에 삶의 따스함의 시선이 담긴 ‘장진식의 표현법’을 더해 극은 더욱 관람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는 ‘장진’이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장진은 “초고는 되게 빨리쓴다. ‘서툰사람들’은 일주일이 채 안걸렸고, 군대 말년에, 전방에 있었는데, 군대 말년은 시체였다. 제대를 2주 앞두고 기쁨만 남아서 쓴 작품이라 고민들이 없었다. 농담따먹기처럼 가고.”(장진, ‘서툰사람들’ 관객과의 대화 中)라고 밝힌바 있다.

고민없이 쓴 작품이라고 하지만 깊이가 있는 연극이 있다.

바로 영화감독 장진이 직접 쓰고 직접 연출한 ‘서툰사람들’을 말한다.

장진은 20대 초반에 썼던 이 작품을 다시 직접 무대에 올리기로 했을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있듯, 그의 연출 경력에서 ‘단절의 의미’를 새로이 찾아보고자 했던 것은 아닐는지.

그가 10여년전, 23살의 나이에 군대에서 쓴 ‘서툰사람들’은 유쾌하다.

이는 고민없이 쓴 작품이지만, 가장 ‘장진’다운 작품이다. 그안에는 특별한 웃음이 담겨있다.

97년 첫 선을 보인 연극 ‘서툰사람들’이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웃음을 위한 다소 엉뚱한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정많고 어설픈 도둑 ‘장덕배’가 집을 털기 위해 어느 독신자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귀엽고 서툰 집주인 ‘유화인’을 만나 벌어지는 황당한 하룻밤의 이야기 때문.

이름하여 장진이 만든 ‘코믹소란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장진 연출’의 특징은 적당한 상황에 대사를 비틀어 웃음을 유도하고, 평범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반전을 통해 이를 극대화시킨다.

또한 그가 만든 엉뚱한 캐릭터들이 더하는 재미도 한 몫 거든다.

현실에서는 존재 가능성 0%의 엉뚱한 도둑과 독특한 집주인 등은 관객들이 전혀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로, 인간에 대한 따스한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사회현실을 풍자적인 ‘웃음’으로 포장하는 방법도 마찬가지.

“‘서툰사람들’은 정말로 고민없이 쓴 작품인데, 운좋게 무대랑 만났던 것 같다”는 장진의 말은 다소 거짓말일 수도 있다.

장진의 연출로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작품은 오는 3월28일부터 29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 극장 무대에서 관객들을 기다린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