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신원 확인을 위해 변사체를 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했을 경우 국가가 병원에 보관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22단독 이의진 판사는 24일 인천 A병원이 서구 또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보관료 청구 소송에서 서구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8천56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와 시체보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명시적인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더라도 서부경찰서가 검시를 위해 변사체를 원고에게 보관시켰다면 보관계약은 성립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피고 서구가 서부경찰서로부터 변사체를 무연고 시체로 처리해 달라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 변사체는 수사의 대상으로서 수사기관의 지배, 관리하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으므로 그 때까지는 서구청장에게 변사체를 매장하는 등의 행정처리를 할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1월 서구 마전동의 한 집에서 변사체가 발견되자 서부경찰서는 시체를 A병원에 안치한 뒤 두개골만 분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유전자 감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자 서부경찰서는 무연고 시체의 관리주체인 서구청에 시체 인도를 의뢰했다.
A병원은 이에 따라 서구청이 변사체를 인수한 뒤 시체 보관료 지급을 요구했지만 서구청이 거부하자 국가와 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