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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멜로스회담과 투키디데스의 함정

  • 최영
  • 등록 2026.01.16 06:00:00
  • 13면

 

기원전 416년,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패권을 두고 싸우던 때였다. 이름하여 펠레폰네소스전쟁이다. 당시 패권국 아테네는 중립을 지키던 작은 도시국가 멜로스와 회담을 갖고 동맹에 가입할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멜로스는 중립을 지킬 권리도 정의라며 이에 응하지 않는다. 이때 아테네는 ‘정의는 힘이 대등할 때나 논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음의 유명한 문구를 남긴다.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당해야 하는 일을 당할 뿐이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이 장면을 기록한 이유는 ‘힘이 곧 정의’라는 국제사회의 논리를 찬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거꾸로 제국의 오만이 부른 파국을 증거하기 위해서였다. 아테네는 결국 멜로스의 모든 남자를 죽이고 여자들은 노예로 삼았다. 아테네는 멜로스를 손쉽게 파괴했지만 정작 궁극적으로 파괴된 것은 아테네였다. 이때까지 민주정의 보호자로 인식되던 아테네는 멜로스학살 이후 약탈적 제국으로 인식되면서 동맹의 신뢰를 잃었다. 이는 결국 시칠리아 원정의 패배로 이어져 병사들은 아시나루스 강가에서 도살당했고 겨우 살아남은 시민병들은 시라쿠사의 깊은 채석장 감옥에서 죽어갔다. 당연히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패권을 넘겨주게 된다.

 

하루하루 뉴스를 보기 놀랍고 숨가쁘다. 세상이 고대 시대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베네수엘라에 제국의 군대가 폭격을 가하고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했다. 압송된 마두로를 옹호하고자 함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처참히 짓밟힌 한 나라의 주권이다. 역사는 데자뷰처럼 반복된다. 1989년 미국은 한때 자신들의 정보원이었던 파나마의 독재자 노리에가를 제거하기 위해 병력 2만 명을 투입해 전격 침공했다. 결국 노리에가도 마두로처럼 미국으로 압송되어 마약밀매범으로 미국 법정에 섰다. 이제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공공연히 그린란드 병합을 입에 올린다. 또 이란 공격까지 저울질 하고 있다. 섬찟하다. 빈말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왜 미국은 지금 지나치게 포함외교(砲艦外交)를 추구하는 것일까? 현재 미국의 유일패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국제정치학에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가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의 도전에 기존 패권국의 두려움과 견제는 많은 경우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명제이다. 이에 따르면 미,중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면 될수록 세계는 점점 더 위기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윤석열이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사형 구형을 받았다. 그는 미,중의 패권경쟁 국면에서 스스로를 ‘자유’진영의 선봉장 역할로 설정하고 모든 외교를 이념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왔다. 편향된 외교는 국가의 대외적 입지를 협소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뜬금없는 탈중국 논란으로 심각한 무역보복 문제만 일으켰다. 모두 무지가 부른 자충수였다. 늘 지정학적 위기를 운명처럼 받아안고 가야 하는 한반도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몰고올 후폭풍은 두렵다. 패권경쟁이 격화될수록 중립지대는 사라지고 역사 속의 멜로스회담이 지구촌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국의 역습 앞에서 멜로스의 선택은 외줄타기처럼 험난했을 것이다. 한반도 역시 냉철한 이성으로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미국을 보면 아슬아슬하다. 아테네의 사례처럼 제국의 성벽은 투석기에 무너지지 않는다. 오직 명분과 도덕적 권위가 사라질 때 동맹부터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법이다. 제국의 흥망은 군사력만이 좌우하지 않음을 명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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