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과천시협의회 장영란(52) 회장과 마주앉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면 진솔한 성격에 따른 화법에 우선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50줄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의 젊음과 열정, 성공한 여성 CEO로서 자신감과 여유가 부러운 것은 그 다음이다.
지난 3년간 그는 과천시협의회를 이끌면서 평화통일을 향한 걸음을 거만하지도 요란스럽지도 않게 한발 한발 묵묵히 진행해왔다. 그간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북한 정책도 다소간 변화가 있었다.
나름대로 정립된 통일관을 지닌 정 회장이 이들 정책을 어떤 시각으로 보았고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이며 어떤 통일방식이 가장 합당한가를 들어보는 것도 이 시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싶어 지난 4일 민주평통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DJ정부의 햇볕정책이나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남북관계 개선의 틀을 마련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변화를 제대로 읽고 유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요. 현 정부는 실용적 상호주의 통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정책이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선 좀더 거시적이고 장기적 구도하에 미래를 지향하는 통일정책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민주평통 상임위원과 분과위원회 간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통일신문 논설위원 등 12년간 통일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다운 간단명료한 분석을 내렸다.
장 회장은 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간담회와 시민교실, DMZ 견학 등의 사업을 통해 초등학생과 청소년, 일반 시민 등 다양한 계층을 파고들었다.
특히 자라나는 2세들이 통일의 끈을 놓지 않게 노력했고 실상 파악을 위한 위원들의 북한 방문과 새터민(탈북자) 돕기 운동을 전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장을 누비면서 가늠한 과천시민들의 통일 염원 측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
“다소간 통일방식에 대한 차이는 있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평화통일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 열린 새봄맞이 평화통일음악회 피날레를 장식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다같이 합창할 때 뜨거웠던 열기는 지금 떠 올려도 가슴이 뭉클하죠.”
장 회장의 통일방식은 독일에서 찾고 있다. “통일된 지 18년이 지난 독일은 아직도 동서독 주민들이 겪는 박탈감과 적대의식으로 갈등이 심합니다. 체제통합은 성공했지만 사회통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지요. 독일은 우리에게 통일도 중요하지만 불신과 반목, 대립을 해소하는 사전준비 작업이 더 시급하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는 “통일은 꼭 우리 힘으로 이뤄야 하며 북한주민들의 식량 지원도 인도주의 차원에서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보람된 사업은 음악회와 새터민 돕기 사업으로 이중 음악회는 과천시가 계속 해주기를 바란다는 장 회장은 “제14기도 맡을 것이냐”는 질문엔 “민주평통도 평균연령이 많아 낮아졌다.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