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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종속적인 삶을 살지 말라

이미 주어진 개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계기 선사
모범적인 사고 과정 등 바람직한 학문의 자세 조언

학문, 묻고 답하다

나시베 스스무 글|정경진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392쪽|2만2천원.


복잡한 세상,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많은 개념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기초로 세계관을 형성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에 관한 믿음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과연 최고선인가?’ 우리 헌법은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민주주의는 최고의 정치 이념이라 배워 왔다.

그런데 이것이 변할 수 없는 진실일까? 민중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념이 민주주의라 할 때, 민중의 판단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가? 세계대전이라는 처참한 재앙을 불러일으킬 히틀러에게 독일 국민들은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가? 이런 수많은 질문들을 통과하면서 주변의 것들과 촘촘하게 관계 맺기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공허한 이념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척도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학문, 묻고 답하다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비판적 성찰의 계기다.

니시베 스스무는 이 책 곳곳에서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바람직한 학문의 자세라는 것이다. 이미 주어져 있는 개념이나 생각들을 비판 없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개념’에는 그것을 처음 제창한 이의 신념이나 의지가 배어 있게 마련이어서, 다른 이의 시선으로 내 삶을 운영해 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체적인 삶이 아니라 종속적인 삶이다. 말하자면 지금 내 생각이 과연 정말로 내 생각인지를 끊임 없이 물어 보고 반성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류에 부화뇌동하는 우매한 대중의 일원, 야스퍼스의 말처럼 “신앙없는 미신을 가진 존재”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쉽지 않은 성실성을 요구한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다르게 개념 정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자신의 개념 정의를 위한 철저하고도 모범적인 사고 과정의 예를 보여준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굳이 이 책을 지금 이 시점에 우리 한국 사회에 내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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