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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牛직한 뚝심이 대한민국을 이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하반기 신규인력 채용계획이 없는 기업이 25.8%일 정도로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신규채용 예정규모는 1만 9천 464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채용규모인 2만 178명에 비해 3.5% 줄였다. 또 공기업 구조개혁 여파와 원자재가 폭등 및 고유가로 비교적 여건이 양호한 대기업들의 채용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기업들이 채용문을 굳게 닫아 구직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힘들고 굳은 일이지만 꿈과 희망을 갖고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 일용직 근로자들과 남편을 여이고 ‘친절과 미소’를 앞세워 18년간 야쿠르트 배달로 자녀들을 키워온 장한 어머니 윤옥란 씨를 만나봤다.

 

새벽 인력시장 찾은   일용직 근로자

   
▲ 인부들이 장안구 서호지하도 맞은편 하수도관 정비공사를 하고 있다
‘희망’이 가장 먼저 찾아 오는 곳
추운 날씨에도 일거리 찾는 시민 ‘북적’
건설현장 등 마다않고 미소띄며 일터로

 

“눈이 많이 왔지만 오늘도 열심히 일할 수 있길 기원 합니다”
23일 새벽 5시30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수원종합운동장 맞은편 재광인력사무소에는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는 40~50대 삼삼오오 모인 인부들이 앉아 있다.
도내 전 지역이 지역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고 새벽에 눈까지 내린 이날 인력사무소 앞은 짙은 어둠 속에 일거리를 기다리는 인부들이 하나 둘 들어서더니 6시가 넘어서자 벌써 40~50명이 모였다.
수원지역은 최근 광교, 동탄, 판교 등 신도시계발지역이 많아 타지역에 비해 일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건설현장으로 많게는 80명까지 단체로 일을 나간다고 한다.
대부분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이 시각, 낡은 등산 가방 등을 멘 그들의 하루는 이미 시작했다.
50대 이모씨는 “요즘은 일거리가 많이 줄었지만 일을 해야 살 수 있으니 매일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70~80명이 나와도 모두 일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일거리가 없다고”하고 푸념을 내뱉었다.  아주머니는 “식당, 가정집, 콩밭 등 안 가본 곳이 없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데 일하는 게 어디냐며 늦게 끝나는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오전 7시 그들을 현장으로 태워갈 6인승 승합차가 나타났다. 승합차 운전자의 손짓이나 경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아주머니들은 우르르 길 건너편으로 달려갔다. 식당일로 일당 4만원에 40대 아주머니라는 조건에 3명만 탔고 승합차는 떠나버렸다.
장모씨(62)는 “조금 더 기다리면 다른 인부가 올 것이다”며 “잠든 아들 보고 나왔는데 들어갈 때 몇 만원이라도 가져가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장씨는 또 “여기에 나오는 것 아들이 알면 안 된다”며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고 말했다. 자신이 겪는 추위와 고생보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몇 분 후 트럭 한 대에서 인부 한명이 내리자 다시한번 활기가 돌았다. 이번에는 맨홀공사란다. 형님 동생 하던 이들 몇 명이 트럭을 타고 사라졌다. 그러자 남아있던 최모씨(48)는“내일 일찍 나오면 되지요 내일도 일거리가 있겠죠”라고 말하며 웃는다. 1시간이 지나자 인력시장에 서서히 활기가 돌았다. 몰려든 일용직 근로자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오야지(인력회사 소개인)한테 전화받았나. 담배를 물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기에 바쁘다. 근처에서 일하던 환경관리원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환경관리원은 “몇년 전까지 나도 여기에서 일자리를 구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오후의 인력사무소는 침침했던 새벽과 달리 활기가 넘쳤다. 최근 불황에도 희망을 갖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야쿠르트 아주머니   윤옥란씨

건강 배달… 삯보다 삶을 벌었죠
경력 18년의 야쿠르트아주머니 윤옥란씨
색안경 낀 사회서도 당당한 자신이 대견

 

   
▲ 경력 18년의 야쿠르트아주머니 윤옥란씨
‘시민들의 건강을 배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윤옥란씨(53)
처음엔 가난이 죄였다. 지난 91년 남편이 간경화로 투병생활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야쿠르트 배달일 시작했다.
98년 남편을 떠나보냈고 생활비와 두자녀의 학비를 위해 일을 시작했다. 주부취업이 지금보다 훨씬 어렵던 시절, 상당한 경쟁을 뚫고 꿰찬 자리였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세상은 삐딱했다. 일을 시작하며 주위에서 자존심 상하는 짓궂고 무례한 비아냥거림에 늘 눈물이 쏟아졌고,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뜨겁다.
초창기엔 숫기가 없어 수금도, 새 고객확보도 어려웠던 터라 몸이라도 아프면 관두고 싶은 마음이 울컥 들었다.
당시엔 돈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저축하는 기분, 그 보람으로 일했죠” ‘움직이는 판매점’ 으로 불리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평균 마진이 25%정도. 야쿠르트 1병(150원)을 팔면 36원(24%)이 남는다. 현재 윤옥란씨의 월 평균수입은 150여만원, 야쿠르트를 하루 평균 700~800여만원 상당 판다는 얘기다.
물론 단순계산은 무리가 있다. 야쿠르트뿐 아니라 12종류를 취급하고, 최근 주력은 단가가 비싼 제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옥란씨 “몇 개 파는지 계산하려고 들면 조급증에 걸려 일을 못한다”고 했다. “하루에 1000여개를 팔고도 모자라 손님을 피해 도망 다닌 적”도 있지만 “애써 노력한들 팔기도 전에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벌어서 내 남들에게 손 안벌리고 아이들의 학비도 마련하고 번듯이 키웠노라고 했다. 길이 7.4㎝, 용량 65㎖밖에 안 되는 녀석들을 팔고 팔아 태산을 이룬 셈. 아직은 차별이 존재하는 이땅의 여성인력으로 당당하게 살았다고 자부해도 한 점 부끄럼이 없겠다.
돈은 수단일 뿐 정말 값진 건 ‘삶’이라는 것. “장사가 아니라 꿈과 희망, 긍정적인 마인드,  친절·미소로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를 덤으로 벌었고 각계각층의 살아가는 얘기와 지혜, 유용한 각종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세상 인심도 달라졌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격려하는 사람, 손수레를 끌어주는아이들, 수년간 단골로 지낸 덕에 속 앓이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경기도교육청공무원들, 음주 다음날 뭘 마셔야 하는지 묻는 직장인들이 그의 재산”이라고 말한다. 성실과 신뢰, 무엇보다 환환 미소를 놓지 않은 덕이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알면 그 고통이 힘겹지 않고 고통이라는 짐도 가볍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윤옥란씨는 앞으로 고아원 원장이 되는게 꿈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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