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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농업전문 경영인] ⑫ 청아랑 영농조합법인 임성혁 대표

버섯 고유 생산기법 병 재배 성공으로 한해 평균 60억 고수익 성장
판매뿐아니라 가공사업까지 개척… 무궁무진 아이디어 고부가 창출
스마트한 ‘버섯 승부사’

 


영어단어 스마트(smart)의 뜻은 이제 누구나 안다. 혹시나 해서 네이버 사전을 찾아봤다.

1. 맵시 좋은, 말쑥한 2. 깔끔한 3. 똑똑한, 영리한 4. 잽싼, 활기찬 5. 상류층, 고급의 등등 형용사 형태의 뜻 만해도 5가지가 넘었다.

사물이나 인물을 묘사하는 표현도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인 명사다. 스마트 뒤에 명사를 붙여 스마트+명사 형태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스마트가 들어간 표현해 익숙해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은 사전에 있는 5가지 뜻 가운데 한 가지일 뿐이다.

광주시 실촌읍 건업리 213 일대 청아랑 영농조합법인 임성혁(42) 대표이사는 스마트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나이다. 그에게 스마트는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적어도 ‘버섯’이란 작물로 그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7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한 해 평균 60억 원의 고수익을 올리는 경기도 대표 농업전문경영인(2010년)이다.

임 대표는 느타리 버섯의 국내 대표 브랜드인 맛타리를 창시한 장본인이다. 맛타리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때 까지 고난과 시련도 많았다. 무엇보다 짝퉁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맛타리와 유사 상표를 낸 경쟁 버섯 생산자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버섯의 고유 재배 기법인 병 재배에 성공했다.

병 재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세월은 임 대표의 고교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원래부터 머리가 명석(스마트)했다는 말을 들은 그는 육군사관학교로 진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 청문회 TV모습을 시청하면서 군인에 대한 환상을 깼다. 어린 나이지만 생각이 깊고 폭은 넓었다.

그래서 방향을 잡은 게 농대다. 서울대학교 89학번 농대. 평생 따라다닐 그의 학적이다. 남이 하지 않을 길을 가는 것, 그것은 농업 농촌에 대한 그의 원대한 포부였고 희망이다.

서울대 입학 후 그는 우리농촌연구회에서 활동했다. 91년도엔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졸업 할 때가 다가오자 그도 현실에 눈을 돌렸다. 농림직 기술고시를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바꾸어 놓았다. 한 번의 교통사고로 그는 고시가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1993년 졸업과 동시에 늦깎이 이등병으로 육군에 입대했다. 육군병장 만기 제대 후 그는 잠시 1년 간 동부 한농화학㈜에서 농림사업 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씨감자와 버섯 지원 사육 업무를 봤다. 버섯이 그 중 하나였는데 지금의 청아랑 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

89학번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아내 김서연(42)씨도 이 때 만났다. 둘의 만남은 정말 우연의 일치였다. 당시 회사 업무 상 방송통신대학교(서울 송파)에 편입한 임 대표는 스터디 모임에서 아내 김씨를 만났던 것. 아내는 이후 SK텔레콤에 입사했다.

임 대표는 외환 위기가 터진 다음해인 1998년 사표를 내고 현장 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부모님 고향인 광주로 내려왔다. 본격적인 귀농의 시작이다. 당시 그에겐 아래 위로 형 동생이 있었다. 만만한 동생에게 부탁했다. 인천 계양구에 있는 버섯 농장에서 기술을 배워 오라고 했다. 전자회사 제어 연구원으로 있는 형도 불렀다. 은행에서 3억 5천만 원의 대출을 냈다. 3형제가 똘똘 뭉치니 두려울 게 없었다.

1999년 3월 임 대표의 버섯 농장은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균상이나 상자 재배 방식으로 길러보니 버섯이 자라나지 않는 것. 당황한 임 대표는 기다리면 되겠지 자만했다. 하지만 실패다. 대출 이자는 나날이 불었다. 하루는 형과 대출 문제로 불화가 생기면서 3형제는 뿔뿔이 흩어졌다.

남은 건 아내와 임 대표 둘 뿐이다. 둘은 벼랑 끝에 섰다. 그의 스마트한 승부수는 이 때 이뤄졌다. 당시 성남에 있던 4천 만 원 짜리 전세방에 손을 댔다. 2천 만 원은 천안에서 폐업한 병 재배 버섯 농가의 시설물을 인수해, 지금의 광주로 옮겨왔다. 나머지 2천 만 원으로 단칸 셋방에 옮겨왔다.

아내에게 더할 나위 없이 미안했던 그는 “나에게 앞으로 모든 것을 걸면 정말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잘다가던 대기업에 다니던 아내가 사직서를 내게끔 올인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인터뷰 내내 임 대표는 그 때가 생애 가장 큰 갈림길 이였음을 고백했다.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것마저 실패하면 낙오자가 되는 건데 정말 이를 악물고 앞만 보고 달렸죠”

병 버섯 재배의 성공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를 채찍질했다. 교만하지 않았다. 항상 초심을 지켰다. 임 대표는 여느 농업인과는 다르다는 게 그 동안 그를 지원해준 광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의 평가다.

사실 학벌 계급장은 농사지을 때 쓸모없다. 농사란 오로지 땅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자연의 순리대로 열매를 거두는 숭고한 행위다. 그의 서울대 학벌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더 나은 농촌 공동체와 성공 모델 제시를 위한 스마트한 상징 요소 일 뿐이다. 혹시나 자신의 학력이 스스로에게 엘리티즘적 우월주의에 빠지게 만드는 성공의 장애 요인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스스로에게 들었단다.

그러나 임 대표는 자신의 재능(탤런트)을 100% 활용 할 줄 아는 농업전문경영인이다. 버섯을 단순히 재배해 파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그의 아이디어는 정말 무궁무진했다. 그래서 시작하려는 게 버섯 가공 분야 사업이다. 이미 판을 깔았다. 지역의 학계와 관공서, 산업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었다, 버섯을 원료로 웰빙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햄과 김치, 죽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로 버섯이 최고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농업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행위의 반복 속에 항상 사고와 성찰, 아이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 진정 존경받고 인정받는 분야죠. 버섯은 그런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작목입니다”

그의 스마트함은 또 있다. 바로 버섯이 다 자라고 남는 배지를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만든다는 복안. 이미 단양 등 타 시군에선 시설까지 다 갖추었다. 그는 경기도 광주를 대표해 청아랑에서 생산되는 배지로 우드펠렛 사업을 벌인다. 농업면세유 대체재로서 고유가 시대 이후의 대안으로서 비전을 본 것이다. 그는 오는 10월 산림청에서 공모하는 우드펠렛 분야 사업자 선정에 응모해 선발되는 게 목표다.

“맛타리로 성공했지만 이제부터가 고비입니다. 버섯 농업도 상상력이 중요합니다. 아이디어와 통찰력으로 버섯의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

버섯 농업 CEO인 임 대표의 그릇은 컸다. 광주 산골에서 버섯 가공 식품으로 굴지의 대기업을 만드는 것. 그런 그의 꿈이 언제 이뤄질지 기대해 보면 흥미롭기 만하다. 청아랑 영농조합법인: ☎(031)762-3836

농업전문경영인으로서 역할·사명 다하고 싶다
   
▲ 청아랑 영농조합법인 임성혁 대표
-귀농을 시작한 게 1998년 1월인데 지금 생각하면 후회는 없나.
▲아직까지 없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하지만 승부수를 던져 결국 오늘에 까지 이르렀다. 아내의 도움과 이해가 컸다. 형과 동생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수준에 안주하면 않된다. 경기도 농업전문경영인으로서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 싶다. 선발된 만큼 버섯을 통해 지역 사회 봉사 일꾼으로서 할 일이 너무 많다. 후회 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임 대표의 성장과정과 환경, 현실을 둘러보면 스마트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동의하나.
▲상대적이다. 사람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기자는 객관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인데 스마트라고 하면 좀 우호적인 단어이지 않나. 그러나 사전에 스마트라는 단어가 잽싸거나 상류층이라는 뜻도 있다. 나는 그런 뜻은 좋아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으면서 학벌이 좋다고 해서 스스로 우월감을 느낀 적도 없고 꾀를 부린 적도 없다. 철저히 노력에 따른 결과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나의 농장에서 자라는 버섯들을 앞으로 맛타리가 아닌 스마트라고 브랜드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웃음).

-전국느타리생산자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데 향후 버섯 시장 전망 어떻게 보나.
▲병 재배 기법을 많이 보급했다.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지 않고 내 일처럼 도와줬다. 그래서 지금은 나보다 잘 된 사람이 여럿 있다. 버섯 산업은 가격대 형성이 중요하다.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올려버리면 나머지 영세 버섯 농가들은 다 죽어버린다. 나도 양심이 있다. 어떻게 내가 버섯을 키워 돈을 벌어보겠다고 다른 버섯 농가 회원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나. 고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갑을 여는 사람의 눈에서 보면 버섯 품질이 중요하다. 버섯은 틈새가 무궁무진하다. 머리를 잘 쓰면 얼마든지 생존 방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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