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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농업전문 경영인] 17. 화성 금곡토마토 동촌농장 임경택 대표

금곡토마토 명맥 잇는 41년 농사지기… “우리 가족 미래이자 희망”
유산균·효모균 등 이용 질병 해결-과육 단단·당도 높아 품질 우수
옹골진 토마토, 내 딸이자 삶의 존재 이유

 


오늘날 토마토하면 광주 퇴촌으로 인식된다. TV와 신문 등 매스미디어와 구전효과(Mouth Effect)의 산물인 것이다. 해마다 이맘 때 퇴촌면 정지 1, 2리 일대는 축제를 열고 풍성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싱싱하고 맛좋은 토마토를 생산하는 농가들은 물론이고 지자체 역시 이러한 이벤트를 벌인다. 이를 통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대표 특산물로 홍보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드 조성은 불과 수년 전에 시작됐다.

현재 화성시 병점역과 이 일대 통탄과 기산동은 불과 수십 년 전만해도 논밭이 전부였다. 수도권 팽창과 아파트 공급 등 신도시 정책이 우선순위가 되면서 농민들은 살던 터전을 내놓고 떠나야 했다. 떠난 자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화성을 떠났고 그 자리는 아스팔트와 주상복합 쇼핑몰, 고층 아파트로 채워졌다. 남은 자의 삶은 어떨까. 화성시 동탄면 금곡리(461-1)에서 대를 이어 41년 째 토마토를 길러온 임경택(54) 대표는 남은 자의 삶을 살았다.

그의 금곡 토마토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30도가 넘는 날씨지만 토마토 비닐하우스에서 하루 일과 대부분을 보내는 그에게 토마토란 무엇일까.

임 대표는 “토마토는 내 딸과 같은 존재다. 세 명의 딸 모두 토마토를 먹고 자랐고 토마토를 보면 딸을 보는 것 같아 너무나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그랬다. 그는 토마토를 자신의 딸에 비유했다. 임 대표가 쓴 서적 가운데 ‘토마토 같은 내 딸들’을 일부 소개한다.

‘오랜 시간 동안 토마토를 기르며 내 자식처럼 보살폈다. 그리고 울긋불긋 탐스런 토마토가 속이 알차다는 인사를 받으면 돈으로 환산되는 기쁨보다 더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늘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놈들이 내게는 토마토 같은 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가다듬어본다’

서정적이다. 토마토를 의인화했다. 그의 문장은 토마토에 대한 심층적 경험과 딸과의 동일화 시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토마토를 돈으로 환산되는 기쁨보다…”부분에선 그 역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토마토 농사를 업으로 삼아 쪼들린 삶을 살아야 했던 지친 삶의 흔적과 아픈 기억의 편린을 느낄 수 있다.

임 대표가 강력히 주장하는 게 있다. “토마토 하면 퇴촌 아닌 가요”라는 물음에 그는 버럭 흥분했다. “어디 퇴촌을 금곡과 비교해요. 원래 토마토 효시는 퇴촌이 아니라 금곡이예요. 금곡”

그의 불같은 반박에 재반박한다는 건 싸우자는 것일 터. 그렇다면 근거는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금곡 토마토의 역사는 45년이나 된다. 퇴촌과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잘라말했다.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토마토 농사만 40년을 해온 그에게 있어 토마토가 그의 자존심 이상이자 명예와 분신 그 자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금곡리 토박이다. 지금은 도시화로 이곳에는 고작 6개 토마토 농가만이 금곡 토마토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임 대표는 “아버지가 전화로 당장 사표 쓰고 금곡으로 토마토를 지으라는 거예요. 당시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딸 같은 토마토가 있어서 현재의 가정과 가족, 미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곡 토마토가 좋은 점은 무엇일까. 이곳 토마토는 무엇보다 질병이 없다. 유산균과 효모군 등을 관주해 뿌리문제를 해결했고 미생물로 토마토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 건강과채류로 뛰어난 것이 토마토다. 토마토의 원산지는 남미의 잉카로 국내 들어 온 건 약 80년 전이다. 이후 급속히 보급된 것은 불과 40여 년 전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감자 다음가는 중요한 채소가 되고 있다. 금곡 토마토도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타고 오늘의 모습을 갖고 있다.

원래 토마토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의 서부고원지대라고 한다. 멕시코가 원산지일 가능성 높다. 16세기 초에 이탈리아에 전파됐다. 이후 점차 유럽 전체에 퍼져 17세기 영국에 들어갔다.

지봉유설에 따르면 토마토 이름인 ‘남만시’가 기록된 것으로 보아 그책의 제작연대인 1614년 보다는 앞설 것으로 짐작된다.

최남선은 토마토의 전래에 대하여 ‘임진왜란시인지 모르겠지만 토마토가 중국을 거쳐 전래하여 남만시라고 하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토마토는 일본에도 전해졌다.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일본에는 토마토가 없었다. 그러나 중국을 통해 토마토 역사를 추정할 수 있다. 중국에 들어간 연대가 17세기라고 하니까 중국에 간 사신에 의하여 전래된 것으로 보여 진다.

임 대표는 이런 토마토의 역사를 누구 보다고 잘 안다. 물론 금곡리라는 지역의 역사도 꿰뚫고 있다. 금곡리는 원래 소원리로 자연부락으로 형성된 곳이다. 여기에서 토마토를 주식으로 삼을 때도 있고 풍류를 읊을 때 소재가 되기도 했다.

토마토에 관한 그의 감수성과 풍부한 경험은 결혼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지금의 아내인 김월수(50)와는 1984년 12월 1일 오산의 희다방이란 곳에서 처음 만났단다. 그는 지금도 토마토 농장을 보면서 그때를 회고한다고 말했다. 토마토 농사를 하면서 아내 김 씨가 없었다면 아마도 실패했을 것이라며 임 대표는 아내가 인생의 소중한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아내와 세 딸, 이곳 금곡 토마토는 저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금곡리의 토마토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은 누구나 환영입니다”

동촌농장: ☎(031)375-6787

임경택 대표 “뛰어난 맛·품질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

- 토마토 농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해 수확량이 줄었지만 4억 원 이상은 팔고 있다. 대부분 동탄과 오산 등 손님과 고객들이 찾아 구매하거나 전화 구매 신청하기 때문에 수요는 늘 있는 편이다. 하지만 단순히 수입이 느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금곡리 토마토를 더욱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후계 양성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60이 넘으면 아들이나 딸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단 자식끼리 농장을 갖고 서로 많이 물려  받으려고 싸우면 힘들어진다. 토마토 농사는 한두 해나 10년, 20년 갖고는 되질 않는다. 대를 이어서 노하우와 재배 기술을 길러야 한다.

- 금곡리 토마토가 퇴촌 토마토와 비교해 갖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광주시에서 퇴촌 토마토를 집중 홍보 육성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 목숨이 남아 있는 날까지 금곡 토마토를 알리고 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홍보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금곡 토마토의 맛과 질이 중요하다. 고객들은 그걸 보고 결국 장기적으로 다른 업체보다 살아남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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