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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집] 노래, 인생의 스포트라이트를 켜다

군포 산본2동주민센터 노래교실을 찾아서

 

노래교실 시작 10분 전. 군포시 산본2동 노래교실 회원들이 벌써부터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춤을 추는 분도 있고, 박수 장단을 맞추는 분도 있다. 연이어 노래교실로 들어서는 회원들의 표정과 손동작, 발걸음에는 설레임이 가득하다. “노래가 좋아서, 분위기가 좋아서, 친구가 생겨서, 마이크공포증이 해소돼서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진다”고 회원들은 말한다.<편집자 주>

▲평균연령 50대 후반, 열정은 20대

시간이 되자 지도강사인 강신웅 예총회장이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는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장내가 조용하고 암묵적으로 노래를 배울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다. 회원들의 손에는 오늘 배울 ‘사랑하는 당신께’, ‘당신만 있어준다면’ 등의 악보가 들려져 있다.

“자, 오늘은 당신만 있어준다면을 배워볼까요?” 지도강사의 제안에 회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답한다. ‘세상의 부귀영화도 세상 돈과 명예도 당신, 당신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세상 다 준다해도 세상 영원타 해도 당신, 당신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죠.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이젠알아요. 그 추억 소중하단 걸 가진 거 없어도 정말 행복했었죠. 우리 아프지 말아요. 먼저 가지 말아요. 이대로도 좋아요 아무 바램 없어요. 당신만 있어준다면...’

반주가 흐르고 노래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손을 모으는 회원,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회원, 눈을 감고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회원들..., 가사에 취한 것인지, 멜로디에 취한 것인지 어느새 노래삼매경이다. 이곳 군포시 산본2동의 회원은 대부분의 연령이 50대 이후이다. 하지만 참석률과 노래교실에 임하는 태도와 열정은 20대 비보이들 저리가라일 정도다.

▲폐활량도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져

올해 62세인 산본1동 김천기씨는 한번도 빠지지 않는 열혈학생이다. 노래교실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른다. “노래교실을 시작한지 9개월 됐지요. 노래를 조금 한다고 생각했는데 강사선생님이 높은 음이나 낮은 음을 낼 때 직접 꼭꼭 찍어서 시범을 정확하게 보여주고서 더 좋아졌어요. 그리고 호흡할 때 숨이 찼었는데 지금은 폐활량도 많이 좋아졌어요. 평소 명랑한 편이지만 노래교실을 마치고 나면 더 활발해지는 나를 발견합니다. 재밌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봉사도 해서 좋아요”

지난 1999년 12월 산본2동주민자치센터에 노래교실이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에는 회원이 10명이었다. 지금은 120명이며 해를 거듭할수록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현재 예총회장을 맡고 있는 강신웅 지도강사는 “각 지역에서 활성화된 노래교실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역주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가장 잘한 정책”이라고 극찬한다. “노래를 배우려고 모이지만 사실은 이웃을 알고 사귀고 가까워지는 데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주민화합에 매우 좋고 회원들 개개인에게는 건강이 좋아지는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납니다. 폐활량도 증가하고 악보를 보고 가사를 읽고 외우다 보면 뇌 활동도 활발해집니다”

그는 120명에게 노래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알려주는데 주력한다. 걸음마를 제대로 하고나면 자신의 감정을 섞어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라는 것이 탄탄한 기본기에 거듭되는 연습을 거쳐 기교의 단계에 이르는 훈련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깨끗하고 정직한 자신의 소리로 노래를 배우다 보면 자신만의 노래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의 고단함도 마이크 울렁증도 싹

산본2동 노래교실 이정연 회장은 “흥미나 재미보다 악보를 중심으로 정확하게 노래하는 것을 가르쳐 주셔서 회원들이 감사해한다. 음치여서 노래방이 두려웠다는 회원들이 노래방에서 서슴없이 한 두곡을 하게 될 정도”라고 말한다. 또 이 회장은 “회원들이 소리내어 노래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워서 웃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따사모’, 정이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정사모’ 등 소모임들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그 열매이구요. 선 노래실력, 후 회원친목이지요”라고 말한다.

한편 노래교실 회원들은 길거리 노래봉사를 통해 모금한 수익으로 관내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라면을 전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경로당 위문공연에 참여하거나 여러 복지관 배식봉사 활동에 참여한다. 이들은 “노래교실에서 배운 기쁨과 행복한 마음을 소외된 이웃에 전파하는 생활속의 행복 전도사로 삶의 태도를 전환해 기분 좋은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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