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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25. 은성농장 채원병 대표

 

“속내를 다 드러내기엔 아직도 까마득한 느낌이다. 그러나 사그라지는 고목에 물을 끼얹으며 새움을 틔우려 애쓰는 나름의 몸부림이고 생존전략이다. 만용이지만 희수의 언덕바지에 이정표를 세우는 뜻으로 내 체력에 스스로 채찍을 가해보는 일이라 여긴다”<이범찬/시클라멘을 마주하고 있으면>

시인인 저자 이범찬이 그 동안 집필을 하면서 못내 아쉽고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자책하면서 겸손히 시클라멘을 관조하며 쓴 시다.

시속에 등장하는 시클라멘은 앵초과에 속한다. 약 15종(種)의 꽃 피는 다년생초로 이루어졌는데 여러해살이풀의 일종이다. 땅속에 덩이줄기가 있고 여기에서 잎과 꽃줄기가 나온다. 잎은 길고 굵은 잎자루 끝에 달리며, 달걀 모양 또는 심장 모양이다.

겨울철에서 봄까지 흰색, 자홍색, 홍색, 담홍색 따위의 꽃이 피고 열매는 원형의 삭과(朔果)를 맺는다. 관상용으로 온상 또는 실내에서 재배한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다.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에 있는 은성농장은 국내 대표적인 시클라멘 생산지다. 이곳 은성농장의 주인은 채원병(57) 대표다.

그는 이곳에서 아내인 이종숙(53)씨와 외동딸인 채희영(28)씨와 함께 살고 있다. 농장 면적은 1㏊밖에 되질 않지만 유리 온실이 특히 인상적이다.

유리 온실을 둘러 봤다. 이곳은 화훼 재배에 있어 만능 제조기격 온실로 100년을 내다보고 세워졌다.

“온실을 세우는 데 있어 모든 설계와 디자인, 내부 자재를 외국의 전문가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 실천으로 옮겼습니다”

유리 온실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곳을 처음 찾은 날 내부는 갖가지 소형 분화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분화 천국을 이루고 있었다.

보르니아와 캄파눌라, 운간초 등 현재 재배중인 품종을 다 합하면 10가지나 된다.

이렇게 길러 화훼공판장에 내놓으면 연간 3억 원을 소득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인건비 급등과 연료비 인상 등으로 인해 해마다 수익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겐 소중한 가족이 있고 특히 외동딸 희영씨가 함께 시클라멘 농사에 참여하면서 힘든지 모를 정도로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고 있다. 희영씨는 아버지 채 대표의 뒤를 이어 영농후계자가 되는 게 꿈이다.

원래 채 대표는 젖소를 기른 축산인으로 통했다. 지난 1972년 현재 자리에서 20㎞ 떨어진 적성면 마지리에서 그는 젖소 30여두를 길렀다. 하지만 도시화로 인해 초지가 줄고 축산 오폐수 등으로 인해 시설 개선에도 부담을 느끼면서 그는 인생의 큰 전환기를 맞았다.

바로 그 때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1991년 농림부와 농촌지도소(현 파주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일본 화훼 농장 견학을 가게 된 것이다.

“시클라멘 같은 화훼 분야에 문외한 이였던 제게 당시 일본 견학은 화훼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했다. 낙농 축산에서 얻은 실패의 교훈에서 그는 희망을 농사에서 찾아 나선 것이다. 1994년 현재 농장 자리에서 오이와 토마토 재배를 시작한 채 대표는 당시 채소 가격 폭락으로 또 실패의 경험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일본 견학 경험을 계기로 시클라멘을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1991년 일본 연수를 가면서 알게 된 이다까하루미쯔씨의 도움으로 그는 소형분화 시클라멘을 육성했다. 이후 은성 농장에서 자라는 시클라멘은 일본에도 알려져 수출되기도 했다.

현재 시클라멘이 자라는 은성 농장은 7년 전부터 농수산대학교 재학생들의 실습교육장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중국 대학생도 이미 이곳을 다녀갔다.

채 대표가 시클라멘에 보이는 애정은 남다르다. 자신의 농장은 물론이고 경기도의 시클라멘 농가를 대표해 경기도시클라멘연구회 회장을 맡은 적도 있다.

그런데 채 대표에겐 시클라멘 다음으로 애착이 가는 식물이 있다. 바로 블루베리다. 3년 전부터 인근에 땅을 사들여 그곳에 블루베리 300그루를 심었는데 가락시장에서 꽤 좋은 가격을 받아 지난해에만 6천만 원의 추가 소득을 올렸기 때문이다.

“시클라멘은 제 청춘의 땀과 피가 담긴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앞으로 국내 시클라멘 보급과 대중화에 남은 생을 다하겠습니다”

그의 이런 의지는 딸 희영씨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언젠가 현실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희영씨의 포부를 물어보았다.

“대부분 또래 친구들이 결혼하게 되면 부모 곁을 떠나 남편을 따라가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클라멘과 블루베리를 재배하며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아갈 배우자감을 데려올 것입니다”

인고의 세월 밑거름으로 희망을 꽃 피우다



※인터뷰

항상 새 품종으로 승부 '화훼 100년 대계 '견인'

- 현재 소형분화 시클라멘 시장의 상황은.

▲ 기후가 추운 파주지역 특성을 감안해 저온성 소형분화가 이곳에는 일품이다. 3~4월을 겨냥해 지난 2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저온성 분화가 현재 온실에서 생육을 거듭해 조만간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변하지 않으면 않된다. 항상 새로운 품종으로 시장에 승부해야 한다.

- 농장의 재배 기술은

▲ 0~5도 이내의 저온처리가 중요하다. 날짜별로 온도관리와 비료 투입 기간과 양을 조절해 적절한 수분을 공급한다. 저온처리에다 비료, 물이 적절하게 투입 조절될 때 꽃을 보기좋게 개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식물은 밤과 낮을 중심으로 빛을 조절해야 개화 시기를 맞출 수 있다.

- 향후 농장 운영 계획은

▲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사피니아를 처음으로 국내에 보급한 일이 생각난다. 2000년에는 시클라멘을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30번이 넘는 일본 견학 경험을 토대로 일본 인사 및 가족(딸, 아내)과 함께 100년 화훼 대계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항상 새 품종으로 승부

‘화훼 100년 대계 ’견인

낙농축산·채소농사 실패 딛고 시클라멘 본격 재배

유리온실서 10여 품종 재배 日 수출 등 연소득 3억

농수산대학 실습교육장 활용·中 대학생도 다녀가

道시클라멘연구회 회장직도 수행… 대중화 ‘온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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