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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26. 산머루 농원 서우석 대표

감악산 중턱 산머루 보물창고’ 열리다

 

산머루 때문에 운명이 바뀐 사나이가 있다. 그를 만나러 갔다. 위치는 파주시 적성면 객현1리 감악산 중턱 산머리 농원이다. 먼발치서 바라보는 감악산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산 중턱을 휘감은 도로에는 구름옷을 입은 감악산이 수줍은 듯 손님들이 탄 차량을 맞이했다.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고 소비하러 오는 이들에게 감악산은 여유롭고 너그러움 그 자체다.

산머루 농원 서우석(63) 대표에게도 감악산은 인생에 있어 행운의 여신이라 불릴 만하다. 지난 1970년대 평택에서 염소를 키우던 평범한 농부였던 그가 이곳에서 도대체 무엇을 이루었기에 그럴까. 정답은 감악산에서 자라는 야생 산머루다.

감악산 곳곳에는 야생 산머루가 덩굴손으로 다른 나무에 휘감겨 길게 뻗어 자라고 있다. 산머루는 갈매나무목 포도과의 대형 낙엽 덩굴 식물로 잎은 어긋나고 오각형의 둥근 심장 모양이다. 길이는 30㎝ 정도 되는데 대개 얕게 세 갈래로 갈라지며 뒷면에는 적갈색 솜털이 빽빽하다.

산머루의 꽃은 황록색으로 6월경에 피는데 꽃이 피면서 곳바로 꽃잎이 떨어진다. 산머루 열매는 공모양이다. 지름이 1㎝가 채 되지 않는데 가을에 익어 흑자색이 되고 신맛을 지니고 있다. 산머루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야생에서는 먼저 먹는 쪽이 임자다. 곰이나 원숭이 등 야생동물도 산머루를 즐겨 먹는다.

우리도 산머루를 날 것으로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과즙을 짜서 머루주와 머루즙을 만들어 먹고 있다.

산머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 분포한다. 칼슘과 인, 철분과 화분, 안토시아닌 성분이 다량 함유 돼 식용과 약용으로 주로 쓰인다.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은 물론이고, 기침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산머루는 효능이 있다. 이렇듯 산머루의 장점과 특징을 열거하면 끝이 없다. 야생동물과 자연 다음으로 감악산에서 나는 야생 산머루를 먼저 발견해 쟁취한 서 대표는 첫 인상에 아우라(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작업복 같은 복장에 짧은 스포츠머리, 그리고 검정 고무신 차림으로 처음 만난 우리는 명함을 교환하자마자 본론에 들어갔다. 사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동안 감악산 산머루의 전도사로서 머루즙과 머루주를 전국에 보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그를 중심으로 산머루 농원 영농조합법인을 이루는 42개 산머루 농가는 산머루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 서 왔다. 그 중심에 서우석 대표가 있다.

“성공한 농업인보다 아직 그렇지 못한 농업인들이 많습니다. 우리 농업·농촌에서도 농사가 잘 돼 돈벌이가 좋은 분과 그렇지 않은 분으로 양극화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서 대표는 농촌 현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농사도 이제는 비즈니스가 돼야 한다고 그는 고집했다. 단순한 주먹구구식 농법과 셈법으로는 개방화 시대 값싼 해외 농산물과 경쟁에서 이겨낼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서 대표가 처음 이곳에서 산머루 가공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77년부터다. 당시 아무런 지인이나 연고도 없던 그는 혈혈단신으로 작은 가공 공장을 지은 뒤 흑염소 중탕을 만들어 산머루를 섞어 봤는데 이것이 시장의 반응을 불러왔다. 그때부터 서 대표는 산머루 열매를 이용한 가공업에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 본격적으로 머루즙 생산에 나선 서 대표는 마을 농가들과 작목반을 구성해 재배지를 42개 농가로 확대했고, 지역의 산머루 가공산업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경기도의 농업전문경영인들이 대한민국 농업의 표본입니다. 이들의 선구적인 도전과 응전, 시련을 통해 한국 농업은 개방의 파고에도 끄떡 없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그의 안목은 넓었다. 농업전문경영인으로서 그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현재 산머루 농원이 생산하는 머루주는 이미 일선 군부대까지 널리 보급 돼 군인들의 지친 일상에 활력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가 연 매출액 7억원을 돌파한 것도 이미 수년 전이다. 이 중 10%는 수출로 얻은 것인데 서 대표는 향후 20억 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그의 목표가 현실로 이뤄질지는 전적으로 그의 어깨에 달렸다. 그러나 서 대표는 산머루의 세계화를 위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단적인 예가 감악산 지층에 굴을 뚫고 그 안에 산머루 와인 숙성 창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안내로 지하 창고로 들어간 순간 뜨거운 여름의 열기와 끈적끈적한 습기는 금새 잊어버릴 정도로 시원했고, 머루 와인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저장 시설과 함께 개인들에게 분양하는 와인 분양소가 눈길을 끌었다.

서 대표는 통이 큰 사나이다. 산머루 가공에 그치질 않고 더 큰 미래를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산머루에 대해 이론이나 관련 학술 연구 자료가 없다는 점에 착안, 사비를 털어서라도 산머루 연구소를 창립하겠다는 것.

“산머루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아들과 후손들이 대대로 산머루를 잊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며 국민 건강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산머루 연구소 같은 조직을 만들면 앞으로 체계적인 연구와 기술 보급이 될 것으로 봅니다”

더욱 놀라운 건 그가 산머루 농원을 중심으로 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실현해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감악산 지층에 굴을 뚫고 숙성고를 만들어 국내 최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산머루 가공산업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파주와 포천, 연천군 등 3개 지자체와 협의에 착수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아들과 함께 이러한 과제를 실현해 산머루를 소재로 최고의 산머루 시장을 이룰 것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이런 서 대표의 계획도 그가 산머루 농사를 지어오면서 과거부터 꿈꿔온 그런 것들이다. 도전과 노력으로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을 서우석 대표는 지금 우리들에게 증명하고 있다.(산머루 농원 : ☎031-958-4558)





※인터뷰

 



-감악산 산머루의 특징은.

“생산량 확대·관광명소 개발‘장인정신’ 100년 대계 설계”

▲감악산 산머루는 성분면에서 해외는 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우수하다. 앞으로 모든 산머루 생산 농가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농업으로 친환경 산머루를 재배해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동안 겪은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

▲지난 1996년에 가공공장을 만들고 다음해인 1997년부터 감악산 머루주를 출시했지만 판매가 어려웠다. 하지만 산머루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 2001년부터 매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연간 10억원의 매출은 물론 향후 20억원의 매출 기록 달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농장 운영 계획은.

▲그동안 파주시나 시농업기술센터로부터 시설건립 지원 예산 등을 받아 도움이 됐다. 앞으로 적성 일원의 산머루 재배면적을 확대해 500㏊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이곳을 산머루 주산단지와 관광명소로 발전시켜 장인정신의 100년 대계를 설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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