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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27. 아이포크 김종필 대표

돼지 가공육 브랜드 시장 공략 품질 고급화로 ‘豚방석’

 

한 공무원이 사심 없이 양돈농가 축산인들과 힘을 합쳐 연 매출액 180억 원, 양돈 분야 최고 브랜드를 키웠다. 브랜드 이름은 아이포크다. 아이포크는 항생제를 쓰지 않고 인삼 약제와 정수기물, 봉독만으로 돼지를 길러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돼지고기 브랜드다. 아이포크는 영농조합법인 형태로 구성됐다. 아이포크에 참여하는 양돈 농가만 현재 33군데다. 이들은 용인(10곳), 김포, 화성, 이천, 평택, 안성, 양평 등 수도권 시군 곳곳에서 청정 양질의 돼지들을 기르고 있다.

현재 아이포크는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과 주요 대형마트 등 수도권 소비시장에서 도드람이나 선진포크 등 육가공 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맛과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

아이포크 브랜드의 성공신화를 이룩한 주인공들을 만나러 갔다. 가공 공장은 화성시 정남면 망월리 204에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니 아이포크 영농조합법인 김종필(52)대표가 맞이했다. 출발 전부터 함께한 경기도농업기술원(도농기원) 지원기획과 김현기 지도사는 사실 아이포크를 반석위에 세운 사람 중 한명이다. 김 대표를 포함해 우리 세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 아이포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입을 연 건 아이포크 김종필 대표다. 그는 사실 할 말이 많다. 아이포크의 오늘을 있게 한 건 그가 양돈 농가 회원들과 지난 1991년 당시 도농기원 소득기술과에서 축산분야를 담당한 김현기 지도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잘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무원인 김씨의 역할이 당시 상황에선 절대적이라고 김 대표는 치켜세웠다.

“당시에는 정말 이것이 가능할 까 회의도 들었습니다. 양돈 회원 농가들로부터 섭섭한 말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이포크 탄생을 위해선 엄격한 품질 기준과 농가 협력을 통한 최고급 돼지고기 시장 창출이라는 대의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지도사는 그 때 행정적인 모든 뒷받침을 해줘서 오늘날의 아이포크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축산 업무를 담당했던 김 지도사가 한마디 거들었다. “공무원으로서 축산업무를 담당하는 위치에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아이포크의 성공은 50여 농가 회원들의 열정과 땀방울이 맺은 결실이지 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칭찬하는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이어졌지만 제3자 입장에서는 보기 좋았다. 사실 요즘 공무원하면 철밥통으로 인식되고 복지부동의 대명사 아닌가. 눈높이가 높아진 사람들 사이에선 항상 불만의 대상이다. 농촌 현장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례를 관찰하고 접했지만 이처럼 아이포크 모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누구의 공과가 어떻든 중요한 건 현재다. 아이포크의 과거는 기실 초라했다. 구제역 등 외부 바이러스에 취약한 돼지 사육 농가는 위생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달랐다. 더 이상 돼지우리라는 오명을 쓰지 말자, 최고로 깨끗한 곳에서 좋은 것만 먹인 돼지를 길러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는 돼지고기를 공급하자를 인생의 사명으로 여겼다.

그는 이런 사명을 바탕으로 김현기 지도사로부터 협력과 많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지난 1996년 경기도양돈연구회를 결성한 김 대표는 4년 간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2001년 아이포크 브랜드를 만들고 2002년 1월 법인 설립을 마쳤다.

초창기 김 대표의 서러웠던 기억 한 가지를 소개한다. 당시 A시의 농협에 아이포크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다른 브랜드가 다 차지한 코너에 입점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다.

“중요한 건 맛입니다. 당시 돼지고기 시식 행사에서 아이포크 돼지고기가 당당히 고객들로부터 선택을 받았어요. 장인어른과 온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아이포크 고기의 우수성을 알리고 당당히 선택 받았습니다”

그날 행사 이후 아이포크는 당당히 한 코너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후 아이포크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와 올해엔 200억 원의 연매출 목표 달성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비결은 뭘까. 정답은 아이포크 가공 공장에 있다. 공장을 찾은 이날 아침도 경기도 G마크 TFT팀 담당자와 화성시 교육청,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식품 감시단이 불시에 찾았다.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기준 미달이면 G마크 인증을 취소시킨다. 간밤에 꿈자리가 뒤숭숭했다던 김 대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저만 잘해서 될 수 없습니다. 항시 새벽부터 돼지고기 재료가 오면 가공을 합니다. 학교 급식용과 일반 판매용 등으로 구분하는데 항상 제 시간에 가장 신선한 제품을 공급해야 하거든요.”

G마크까지 획득한 아이포크 돼지고기는 현재 수도권 150여개 학교에 급식용으로 공급된다. 까다로운 영양사의 검증을 통과한 것이다.

김 대표에겐 아이포크 만큼 소중한 게 있다. 바로 가족이다. 그와 아내 윤형란(50)씨와의 결혼은 금지된 장난 같은 낭만으로 여겨졌다. 당시 농촌진흥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아내 윤씨가 책을 빌리러 자주 농진청을 찾는 김 대표와 결혼하리란 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아내에게 항상 고마울 따름입니다. 새끼 돼지 5마리에 600만원의 빚으로 출발한 저를 믿고 결혼해 지금까지 함께 해준 아내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성공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포크 성공은 김 대표 가족에게도 일정 정도 공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자식 사랑도 남다르다. 건국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아들 현수(27)씨 역시 아버지의 삶과 비슷한 데가 있다. 학교 총학생회장까지 맡고 현재는 건국대와 아이포크 법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아버지의 대를 잇는다는 목표다. 딸이자 장녀인 미영(29)씨 역시 연세대를 졸업해 호텔 경영 박사학위를 따 외식업계의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런 가족과 직원들의 참여와 헌신 속에 아이포크의 미래를 확신한다.

“규모가 크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작지만 강한 브랜드로 아이포크가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포크 영농조합법인 ☎031-8059-2771)



※인터뷰

 



“발효생햄 생산 물꼬 외식산업 연계 박차”

-아이포크 돼지고기의 특징은 무엇인가.

▲40여 가지 한약재를 먹인 돼지에 정수기로 깨끗한 물을 공급해 친환경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만들었다. 아이포크 돼지고기는 냄새가 심하지 않고 맛 역시 부드럽고 독특해 시식을 하면 좋은 반응을 얻는다. 특히 교도소에 가서 명절 등 특별한 날에 아이포크 돼지고기를 선물하고 강연을 나가는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이유와 행복을 느낀다.

-아이포크 영농조합법인 농가의 기술력은.

▲국내 최초로 경기도가 실시하는 도축장 피드백 사업을 통해 철저한 질병 관리를 하고 있다. 생산실명제도 추진해 농장주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데 생산에서 도축, 가공 및 유통과정에 이르기까지 농가 스스로 역량의 결과다. 특히 배상책임 보험을 들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전 세계적인 돼지고기 원료의 발효생햄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생산 공장은 준공됐다. 열처리 가공으로 생고기 발효로 외식산업과 연계한 특화 발전 전략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생산-가공-소비가 일체형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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