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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느타리버섯재배 가래실 농장 정낙헌 대표

소비자 기호 맞춘 고급화 전략 버섯과 함께 핀 ‘귀농행복歌’

 

마을은 산 속에 있었다. 지난여름의 활기는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아낙네와 늙은 농사꾼들은 월동 준비에 한창이다. 한 해 농사는 모두 마무리됐다. 그래서 소일거리 삼아 마을 수로와 도로, 수도배관 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반면 농가마다 키우는 개들은 나른해 보였다. 추운 날씨 탓에 짓기는커녕 외지인이 와도 개집에서 좀처럼 나오려하질 않았다.

산이 동서남북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산두릅마을. 이곳은 지난 2006년 농촌진흥청이 농촌테마마을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을 곳곳에는 스토리가 베여있었다. 예전 이 마을에는 가래나무가 많았다. 호두 모양의 열매를 생산하는 이 나무는 마을 주민에겐 귀중한 생활 수단 중 하나다.

가래나무 사이로 까치가 울고 어느 덧 철새 손님마저 찾는 12월. 경인년의 마지막 달에 가래실 농장은 활기로 넘쳤다. 먼발치서 부는 바람을 타고 구수하고 정겨운 향기를 맡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든든한 것 같다. 가래실 농장의 버섯을 두고 하는 말이다.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 380-3에 위치한 농장으로 가는 길은 평탄치 않았다. 그래도 올해 마지막 농업전문경영인을 인터뷰하러 간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도 사실 있었다. 40여명에 가까운 농업인의 공통점은 바로 철저한 자기 관리와 혁신이다. 가래실 농장 정낙헌 대표(56)도 그런 인물 중 한명이다.

정 대표는 원래 은행원이다. 지난 1974년 서울대 농대에 입학한 그는 4년 뒤 졸업과 동시에 국내 굴지의 은행에 입사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다닌 은행이 어느 날 부도를 맞고 쓰러지자 그는 중대 결심을 내려야 했다. 그래서 해답을 찾은 건 귀농. 그는 서울 사대부고 동기 동창인 아내 김영수(55)씨에게 무작정 시골로 내려가자고 했다. 평생 망치 한번 제대로 다룰 줄 몰랐던 먹물 먹은 나약한 사내는 그렇게 험악한 농촌 생활에 적응해야만 했다. 보일러 수리는 기본이요, 용접과 전기 배선 작업 등 기본기가 필수다.

당시 그가 버섯을 만난 건 우연한 기회였다. 당시 도농업기술원이 실시하는 귀농학교 입학이 단초였다. 졸업 후 그는 유망 소득 작물 중 하나인 버섯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결국 그의 운명이 되고 말았다. 광주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도 컸다. 당시 정착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 그는 발품을 팔았다. 고향인 이천시 장호원읍 3번 국도를 따라 여주와 분당을 거쳐 결국 지금의 산두릅마을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정 대표는 “처음 귀농해 농사를 시작할 때 정말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책상머리에만 앉아 일 하는 게 전부였지 농사는 몸으로 시작해 몸으로 끝나는 숭고한 노동행위입니다. 당시 마을 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포기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민승규 농진청장이 지난 달 서울역에서 열리는 귀농열차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서 강조한 게 있다. 귀농의 시작과 끝이 바로 마을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단순 생계가 아닌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상력과 창조력이 결합된 부농이 되게끔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 대표에겐 처음부터 이런 자질이 없었다. 다만 겸손과 공손,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농촌 생활에서 성공 요인이기 때문에 철저히 지켰다.

자신의 버섯 농업 멘토인 이기대 대표(60·광주시 초월읍)는 평생 잊지 못할 은인이다. 지난 2000년 처음 가래실 버섯 농장을 꾸렸을 때 버섯 재배 기술의 ABC를 직접 전수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시행착오가 너무 많았습니다. 이론과 셀프 실습 때와는 달리 실전 버섯 재배는 과학입니다. 습도와 온도 등 모든 환경을 최적화 시켜야 하거든요.”

버섯 재배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연구를 거듭했다. 확립한 재배 원칙은 균상재배로 느타리버섯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기호와 수요가 변화하면서 그는 다시 지난 2001년 봉지 재배로 전환했고, 지금은 병 재배로 전환했다. 시장 수요가 그 만큼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는 키운 버섯을 사달라고 쫓아다니진 않았다. 대신 철저한 품질별 포장 전략과 선별 작업을 통한 고급화 전략을 썼다. 모든 생산 기반은 도농업기술원 버섯연구소와 도 버섯특화사업단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재배 기술 습득에서부터 컨설팅, 고품질 버섯 생산 시설 등 모든 분야에서 그는 선입견 없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냈다.

그 결과 가래실 마을 버섯은 농협하나로마트는 물론 홈플러스 등 대형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매출도 늘어나 올해 연매출액 15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그는 프로다운 농업 전문 경영인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가 강조한 게 있다.

“산두릅마을은 사람 냄새나는 전형적인 농촌입니다. 서울과 근접해 풍부한 소비시장이 있어 생산되는 농산물은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입니다. 버섯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중요한 건 농촌에서 미래를 찾으려는 청년들이 많아야 합니다. 그래야 푸른 농촌이 함께 희망과 행복의 발전소가 될 수 있습니다.”

산두릅마을과 가래실농장, 꼭 한 번은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의: 가래실농장 ☎031)764-5848

※ 인터뷰

1. 버섯 재배 규모를 늘릴 계획인데.

 



▲현재 병재배라인 증설을 추진 중에 있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시골이다 보니 일일이 자재와 인부들을 직접 신경 써 골라 확인해야 한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건 곧 수요가 많다는 말이다. 수도권 소비자들이 가래실 농장 느타리버섯의 맛과 가치를 알아본 증거다.

2. 농장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무엇인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아내와 두 아들이 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 장남인 재현(28)이는 취직해 버섯 농사일을 더 이상 하지 않지만 그래도 언젠가 농장을 이어 받아 함께 하리라 생각한다. 버섯은 24시간 연중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 환경의 최적화를 위해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3.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거창하고 세밀하진 않아도 가래실 농장 모든 구성원들이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버섯 분야 재배 기술 혁신과 재배 노하우 공유 등 다양한 노력을 쏟을 계획이다. 농촌테마마을인 산두릅마을에 오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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