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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묻어버린 희망, 빈 축사엔 한숨만…

[현장르포] 어느 축산농민의 탄식
평택 돼지농장 2곳 구제역 확진 ‘마을 봉쇄’
“가축들과 함께 묻히고픈 심정” 상실감 토로

 

“생매장되는 돼지들과 차가운 땅바닥에 차라리 같이 묻히고 싶습니다.” 8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문곡리 일대. 한파와 폭설로 인적이 거의 끊긴 마을 곳곳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주민들이 키우는 젖소와 한우 농장 주변은 노란색 방역 띠로 이미 출입이 봉쇄 됐다.

전날 옆 마을 돼지농장 2곳이 구제역으로 판정 났기 때문이다. 농장주 박모씨의 축사 안은 텅 비었다. 평소 같으면 사료를 달라며 울음소리를 내 귀가 따가울 정도지만 앞으론 환청으로나마 자식 같은 가축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는 7일 오전 평택시와 경기도에 구제역 의심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방역당국은 이날 오후 즉시 중장비와 인력을 투입, 돼지 4천500두를 농장 옆 공터에 모두 묻었다. 영하 20도의 한 겨울 동토에 매장당해야 했던 돼지들의 울음은 평택을 넘어 백두대간을 뒤흔들 만큼 슬펐다. 박씨 농장의 돼지들이 이상 증후를 보인 건 열흘 전부터. 새끼 돼지 수 십 마리가 끙끙 앓더니 숨졌고 어미 돼지 등 다 큰 돼지 30~40두도 그날 24시간 내 숨을 거뒀다.

농장주 박씨는 “사료차량의 이동 등 감염 원인을 검역원 직원 2명이 찾아와 7일 조사 후 돌아갔다”며 “정확한 역학관계는 모르겠지만 주변 축산 농가에 피해를 준 것 같아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축산농가 마을 주민들의 민심도 흉흉해졌다. 문곡리에서 30년 째 젖소를 키워온 최모씨는 “구제역이 평택만은 비껴 갈 줄 알았는데 바로 옆 턱밑까지 접근했다니 평택시나 경기도는 대체 뭘 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 농장의 젖소 100여 마리도 며칠 내로 백신 접종과 살처분 가운데 생사의 운명이 가려지게 된다.

현재 평택시내 축산 농가는 모두 974호로 모두 16만 2천141두(돼지 95농가, 12만6천여 두)를 키우고 있다. 도내에선 10위권 규모지만 청정지역으로 꼽혀왔다.

시 구제역 상황실 관계자는 “여주와 양평 등 도 남부지역 5~6개 농가에서 추가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와 평택시 전역이 위험한 상황“이라며 “확산과 피해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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