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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이겨낸 한옥…역사와 전통으로 다가오다

 

■ 전통가옥을 찾아서

마천루와 성냥갑 아파트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우리의 전통 가옥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작은 것 하나에도 지혜가 묻어 있고, 조상들의 재치가 숨 쉬는 전통가옥을 찾아 떠나본다. <편집자 주>

▲ 250년 한옥의 고풍을 간직한 여주 김영구 가옥

큰 사랑채 앞에 불뚝 튀어나온 높디높은 누마루에 들어앉아 차 한 잔 앞에 두고 훤히 열어둔 분합문으로 오고가는 바람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듯하다. 두툼한 석재 위에 지어진 누마루가 인상적인 이곳은 250여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중요민속자료 제126호로 지정된 여주 김영구 가옥이다.

여주군 대신면 보통리 마을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이 가옥은, 앞으로는 멀리 한강이 보이는 격조 높은 고풍이 물씬 풍기는 운치 있는 집이다.

여기 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안채에서 사람소리가 난다.

바로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김영구 씨다. 집안 이곳저곳을 설명해주며 천천히 둘러보라고 말하곤 자리를 비켜준다. 대문을 열어도 안을 보기 힘든 폐쇄적 구조가 특징인 여주 김영구 가옥은 안채, 사랑채, 작은사랑채, 곳간채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한글 ‘ㅁ’자형으로 조성됐다.

잘 다듬어져 있는 석재와 세련된 목재, 쭉 뻗은 추녀 등으로 미뤄보아 서울에서 활동한 솜씨 좋은 장인을 불러다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을 둘러싸고 있던 바깥담장과 마당에 있던 행랑채, 양반의 권위를 상징하던 솟을대문이 사라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멋들어진 예전의 모습을 가져가버린 무심한 시간이 뭇내 아쉽기만 하다.

지난 1999년 수리 공사 중 발견된 상량문으로 1753년 지어진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임이 밝혀진 이 집은 22명의 정승 판서를 배출한 조선후기 명문거족이었던 창녕 조씨 가문이 대대로 거주하던 곳이었다.

그러다가 조성환의 부친인 진사 조병희가 독립군의 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매각하면서 지금은 그 마을의 주민인 김영구 씨에게 넘어가게 된 것이다.

몇 군데 훼손이 되긴 했지만 집 주인인 김영구 씨의 관리 덕분에 사람냄새가 나는 따뜻한 집으로 유지되고 있다.

안채에 위치한 경기도민속자료 제2호 해시계도 이 집의 색다른 볼거리다.

원래 사랑채 앞에 있었는데 누가 훔쳐가려고 한 바람에 그 후 안채로 자리를 옮겼다고 전하는 말에 괜시리 가슴이 묵직해온다.

기도 여주군 대신면 보통리 190-2

▲ 고택의 아름다움을 품은 격조 높은 화성 정용채 가옥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 화성 정용채 가옥을 찾았다.

빛바랜 기와와 한곳에 잔뜩 쌓인 장작, 툇마루에 놓인 조그만 물주전자, 가지런한 나무 창살도 이곳에서 보니 왠지 새롭게 보이는 듯하다.

정용채 가옥은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궁평리의 다른 가옥이 거진 초가집인 것에 반해 정용채 가옥만이 반듯한 기와집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옥은 마을 안쪽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행랑채 담 앞에 서면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정용채 가옥 문 앞에 서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몸가짐을 바르게 하게 된다. 하늘로 쭉 뻗은 솟을대문과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돌담, 산세에 포근하게 둘러싸인 정용채 가옥은 옛 양반의 모습이 투영된 듯 정갈하면서도 위엄이 넘친다. 대문이 북쪽 측면으로 나있어 정면에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들어가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일단 총 50여 칸 규모에 입이 쩍 벌어지고 쓰임새 별로 잘 구별돼 있는 공간적 구조에 놀라게 된다. 정용채 가옥은 집 안 구조뿐 아니라 집 바깥으로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담 옆 고목나무와 가옥을 전체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숲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고택의 멋을 더해주고 있다.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주었을 튼실한 돌담을 따라 걸어가면 안채와 이어진 뒷마당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우물과 장독대 등 실생활 살림들이 모여 있다.

비교적 좁은 안채에서 생활하는 안주인을 위해 안채 앞뒤를 개방해 넓은 뒷마당에서 살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이다.

안채 맞은편에는 넓디넓은 대청마루가 버젓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청마루에 댓돌과 다리를 대 바닥에서 높이 띄워놓은 것은 습한 해풍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109 ☎011-475-9181(정용채 가옥 관리인)

▲ 아름다운 굴뚝의 극치를 보이는 보물 여주 효종영릉재실

효종영릉재실(보물 제1532호)은 효종영릉(寧陵) 정문 바로 안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조선 왕릉의 재실 중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건물이다.

재실이란 제관(祭官)의 휴식, 제수장만 및 제기보관 등의 제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능의 부속기관이다. 이곳은 제관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재실과 행랑채를 겸한 대문채, 그리고 제기 등을 보관하는 제기고와 능에서 제례를 지낼 때 임금이 내려준 축문과 향을 보관하는 안향청 등으로 구성돼 있다. 능으로 오르는 길 우측에 자리한 재실은 주변을 모두 담장으로 둘렀다. 얼핏 보면 잘 지어진 어느 양반의 집 같기도 하다.

한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영릉 재실에 들어서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솟을대문 양 옆으로 자리를 한 대문채는 방과 부엌, 그리고 대청 등으로 꾸며졌다. 들어가면서 좌측의 대문채는 끝에 대청과 방을 드린 날개 채를 두고 있고, 그 뒤편에 다시 건물을 덧붙여 방과 헛간을 두고 있다. 영릉 재실의 가장 큰 특징은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굴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숨어 들어가 있다.

바로 담장이다. 담장에 보면 중간에 네모난 구멍이 있고, 사이를 띄운 기와 몇 장으로 마감을 했다. 얼핏 보면 바람이 통하는 구멍 같기도 한데, 이것이 바로 굴뚝이다.

담장 안에 숨은 굴뚝,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재실의 경우 특이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건물의 외벽을 보면 처마 있는 곳까지 전체를 다 꾸며 특별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안향청의 경우 방의 마루를 향한 창호는 특이한 문양으로 꾸며져 있는데, 이 창호는 ‘교실팔각불발기’란 방법으로 중앙을 꾸미고, 나머지는 격자살로 조형미를 돋보이게 했다.이밖에도 각각이 연결되지 않고 있으면서도 공간을 구획해 몇 개의 마당으로 구성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 산83-1번지 ☎031-885-3123<자료제공=경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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